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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만에 열리는 샛노란 그리움 가득 ‘구례산수유꽃축제’ [E-트래블]

천일동안 기다림 담은 히트 팝송의 ‘노란리본' 물결 넘실
구례 산수유꽃축제 한반도 봄꽃 축제 출발점

구례 산수유 4대 경승지 중 한 곳인 구례 반곡마을. [사진 구례군청]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산수유꽃은 내숭쟁이다. 봄은 새침데기다. 둘의 밀당을 훔쳐보는 구경꾼은 꽃샘추위다. 산수유는 꽃망울 움을 틔어 봄 기운의 눈치를 살핀다. 서로 눈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이 내숭쟁이요 새침데기인 이유다. 산수유가 꽃망울을 빼꼼히 내민 후, 봄이 하품이라도 할라치면 슬쩍 자기도 따라하며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곳저곳에서 순식간에 터지는 노란 축포는 세상 노란 나라를 만든다. 지금 구례, 싹수 노란 꽃대궐에 상춘순례객도 마음이 동했다.  

구례 산수유꽃 ‘사(4)적지’

3년 만에 귀향하는 남편은 천일동안 기다린 아내가 떡갈나무에 내걸었을 지 모를 노란 리본의 유무에 마음 조린다. 숱한 영화에 배경음악으로 쓰인 ‘토니올란도&던’의 1973년 히트곡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all oak tree’의 가사다. 노란 리본은 조바심과 그리움이요, 끝내 해후다. 

이맘 때면 전남 구례에 노란 물결이 넘실거린다. 매년 그랬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감은 이 노래처럼 3년 동안 노란 산수유꽃과 상춘의 마음을 갈라 놓았다. 떡갈나무가 산수유나무로 바뀌었고, 태평양이 가른 공간적 이질감에도 그 노란 마음은 변함이 없다.

3월 11일 제24회 구례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앞선 제21~23회 축제(2020~2022년)는 취소됐다. 이번 축제는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란 주제로 11~19일 산동면 지리산 온천 관광지와 산수유 군락지 마을 일원에서 펼쳐진다. 

계척마을에는 중국 산둥에서 이민 온 산수유 시목이 있다. 할머니나무로 불리며 수령은 1000년으로 알려졌다. 건너편 수락폭포 가는 길에 있는 달전마을에는 할아버지 나무가 있다. 이 나무의 수령은 300년이라 한다. 산수유꽃이 흐드러져 노란 물감 흩뿌린 듯한 절정을 보여주는 반곡마을, 방송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유명한 현천마을이 이들과 더불어 구례 산수유 4대 경승지다. 

이들 마을은 모두 구례 산동면에 있다. 옛날 중국 산동성의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올 때 가져와 심었다는 산수유나무 덕을 톡톡히 봐, 아예 동네 이름을 산동으로 지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이번 산수유꽃축제에 대해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꽃을 시작으로 화엄사 홍매화, 구례300리 벚꽃, 섬진강 갓꽃 등 봄철 내내 우리 지역 꽃길을 걸으면서 구례의 봄 정취를 만끽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실제 구례 산수유꽃축제는 한반도 봄꽃 축제의 출발점이다. 

계척마을에 중국 산둥에서 이민 온 산수유 시목이 있다. 할머니나무로 불리는 데 수령은 1000년으로 알려졌다. [사진 강석봉 스포츠경향 기자] 

홍매화가 아름다운 화엄사

산수유만으로 구례 여행에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 구례 하면 화엄사를 빼놓을 수 없다. 6세기쯤 창건한 고찰로 백제 성왕 때 산문을 열었다. 사찰 내 각황전을 비롯해 국보 4점, 보물 5점, 천연기념물 1점, 지방문화재 2점이 있다. 

이곳의 매력은 템플스테이다. 최근에는 BTS의 RM이 이곳에서 템플스테이를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1박2일부터 6박7일까지 다양한 상시휴식형과 1박2일과 2박3일짜리 참선수행형이 운영되고 있다. 

화엄사 뒤안을 돌아가면 구층암이 있다. 이곳에서 돌계단을 따라 10분가량 걸어올라가면 나온다. 1000개의 불상이 있는 천불전과 스님이 기거하는 울퉁불퉁 모과나무를 미끄럽게 켜지 않고 기둥으로 사용한 요사채가 이채롭다. 

화엄사에서 제3회 홍매화·들매화 사진콘테스트가 펼쳐진다. 산수유꽃축제에 맞춰 오는 11~26일 화엄사 홈페이지를 통해 출품작을 접수한다. 출품은 개인당 한 작품으로, 프로 사진과 휴대폰 카메라 사진으로 나눠 평가한다.

홍매화 사진을 올린 선착순 참가자 100명에게는 치킨 상품권을 증정한다. 프로 사진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300만원, 템플스테이 1박 2일 상품권 등을 준다.

휴대폰 사진 수장자에게는 30만원 상당의 화장품과 템플스테이 1박 2일 상품권부터 최대 300만원 상당의 도예작품을 수여한다.

명승 제111호 지정된 오산 사성암

구례 오산에 자리한 사성암은 구례 화엄사의 말사다. 사성암은 깍아지른 암벽에 지어진 사찰로 서기 544년 연기 조사가 세웠다. 당초 오산사로 불린 이곳은 원효, 의상, 도선 등 4명의 고승이 수도했다하여 사성암이라 불린다. 2014년엔 명승 제111호로 지정됐다. 

암자 주변엔 풍월대, 신선대, 소원바위 등 12비경이 자리해 있다. 또한 이곳에 오르면 섬진강이 한 눈에 들어오며 구례읍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사성암 옆으로 나오면 시야가 확트인 패러글라이딩 활공장도 있다. 

여러 채의 한옥이 죽노차밭길 등 대나무 숲을 피해 곳곳에 자리잡은 쌍싼재. [사진 쌍산재]


'윤스테이' 촬영지로 유명한 쌍산재

구례군 마산면 상사마을 쌍산재는 2021년 방송된 tvN ‘윤스테이’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끼 낀 투박한 돌이 박힌 오솔길이며 담을 이룬 탱자나무와 세월을 켜켜이 이고있는 기와가 정감 넘치는, 한옥은 TV에서 본 모습 그대로다. 

이 고택은 오씨 가문의 200년 세월을 이어온 집이다. 주인 오경영씨는 “쌍산재는 현 주인장의 6대조 할아버지가 서당채를 짓고 자신의 호를 따 그리 불리게 됐다. 쌍산재엔 그 현판 뒤에 사락당이란 당호가 붙어 있는 데, 이는 쌍산의 4형제가 우애 좋게 살았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택을 한옥펜션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집안에서 사람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집도 사람의 사랑을 받아야 반질반질 윤이 나더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아직 손님을 받고 있지 않지만, 곧 오픈 일을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쌍산재에는 경암당, 호서정, 안채, 별채, 사랑채 등 여러 채의 한옥이 죽노차밭길 등 대나무 숲을 피해 곳곳에 자리해있다. 영벽문을 나서면 낚시터도 펼쳐져 있다. 대문 밖 당몰샘은 물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당몰샘은 장수를 약속한다는 천년의 샘인데, 원래 집안에 있던 것을 무시로 샘을 찾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샘을 밖으로 내고 다시 담을 둘렀다. 입장료는 1만원으로, 제공된 차와 함께 대청마루에 걸터 앉아 봄볕을 즐기면 그마저 힐링이 된다. 

구례 운조루 고택은 조선 영조 52년(1776년) 낙안군수를 지낸 유이주가 지은 집으로, 자리한 곳은 조선 3대 명당 중 하나다. 운조루는 사랑채 누마루의 이름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으로 유명한 이곳에는 ‘타인능해’라 쓰인 뒤주가 있다. 필요한 사람이 쌀을 퍼갈 수 있게 한 뒤주다. 운조루 곳곳이 보수공사 중이라 당초 뒤주는 쉽지 찾아볼 수 없지만, 운조루 고택 대문에 새로운 뒤주가 설치돼 있다. 예를 구한다는 구례의 의미를 오롯이 담은 곳이다.

조선 3대 명당 중 하나로 꼽히는 구례 운조루 고택. [사진 강석봉 스포츠경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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