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한중 양국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국제선을 회복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그간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한중 국제선이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한중 양국을 오가는 항공 여객에 대한 방역 규제를 완화한 데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국제선 증편에 나선다고 밝힌 만큼, 한중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이른바 ‘반중 정서’가 있어 한중 국제선 정상화에 대한 다소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는데, 국적 항공사 입장에선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란 진단이다. 

6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중국 민항총국(CAAC)과 한중 국제선 증편 방안에 합의하고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한중 국제선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월 말 기준으로 주 62회 운항됐던 한중 국제선은 3월 둘째 주 80여회, 3월 넷째 주 110여회, 3월 다섯째 주 200회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한중 국제선은 주 1100여회 운항됐다. 

한중 국제선을 이용하는 항공 여객에 대한 방역 조치 역시 완화됐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우리 국적 항공사에 3일부터 한국 출발 입국자도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없이 입국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출발해 중국으로 입국하는 사람은 입국 전 받은 코로나19 PCR 검사 음성 확인서만 제출하면 된다. 우리 정부는 입국 전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를 오는 10일까지 유지하되, 이후 상황 등을 고려해 해제 여부를 결정한다. 

그간 한중 양국은 국제선 항공 여객에 대한 방역 규제 강화를 두고 적잖은 충돌을 이어갔다. 우리 정부가 올해 초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감안, 중국 출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방역 조치에 나서자, 중국 정부는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등 보복 조치를 감행했다. 이에 따라 일본과 동남아 국제선과 달리 한중 하늘길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란 우려가 많았는데, 한중 양국이 국제선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회복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 안팎에선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 본격적으로 실적 개선에 돌입한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영 정상화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제주항공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52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준 티웨이항공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83억원이다. 진에어의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29억원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실적 추정치 상향을 근거로 진에어와 제주항공의 목표 주가를 각각 19%, 11.8% 상향한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이전 LCC 가운데 가장 많은 중국 노선에 취항한 항공사로 중국 수요 회복 시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대신증권은 제주항공이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조5613억원, 영업이익 162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울며 겨자 먹기’…中 대신할 시장 있을까 

일부에선 “한중 국제선을 대체할 신규 국제선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항공업계 안팎에선 “현재로선 한중 국제선을 대신할 정도로 규모가 큰 시장은 없는 상황”이란 의견이 많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경제 보복을 이유로 한중 하늘길을 차단하는 등 사실상 막무가내로 정책 결정을 내려, 항공사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시장”이라면서도 “문제는 당장 중국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한중 국제선 정상화 흐름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전체 국제선 운항에서 한중 국제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24%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