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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코 2기’ 맞이하는 KT…정치적 외풍 우려 목소리 나와

[새 수장 맞이한 KT]②
디지코 계승자로 불리는 윤경림 사장, KT 차기 대표 내정
계속되는 여권 반대는 ‘부담’…“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KT 사옥 모습 [사진 KT]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로 내정한 KT가 사실상 ‘디지코 2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사장은 그동안 구현모 현 KT 대표를 도와 ‘디지코’ 전환에 힘써왔던 만큼, 큰 변수가 없다면 KT의 디지코 전략은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달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 전후로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앞서 전·현직 KT 출신을 최종 후보 4인을 확정한 것에 대해 정치권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인해 주총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성공적이었던 ‘디지코 1기’

지난 2020년 취임한 구현모 현 KT 대표는 ‘디지코’(DIGICO)를 앞세우며 KT를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시키고자 노력했다. 기존 국내 통신과 B2C 중심이었던 KT를 디지코 신사업과 B2B, 글로벌로 넓혔나가겠다는 선언이었다. 

KT의 디지코 전환 전략은 지난해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KT는 지난해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서도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공적인 도약으로 1998년 상장 이후 첫 매출 25조원 시대를 여는데 성공했다.

KT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2022년도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한 25조6500억원, 별도 기준 매출은 18조289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KT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며 디지코 및 B2B 사업 성장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강화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2022년 연간 연결/별도 영업이익은 각각 1조6901억원, 1조1681억원을 기록하며, 연결 영업이익은 2년 연속 1조6000억원 이상, 별도 영업이익은 2년 연속 1조원 이상을 돌파했다.

별도 기준 서비스 매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15조7672억원으로, 2022년에 출범한 ‘KT클라우드’를 포함할 경우 전년 대비 3.4% 증가한 16조31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성을 입증했다. 이는 디지코 경영전략이 본격화되기 전 3개년 평균 서비스 매출 성장률 대비 3배 이상이다.

특히 2022년은 KT그룹 미디어콘텐츠 사업 성장이 본격화된 한 해이기도 했다. 콘텐츠 자회사는 콘텐츠·광고·커머스 등 각 사업 영역에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전년 대비 25.4%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KT스튜디오지니는 설립 2년차에 1000억원 이상의 매출과 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아울러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ENA 채널 경쟁력도 입증했다.

KT그룹은 AI 관련 역량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AI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초거대 AI ‘믿음’을 상용화하고, 연내 2000억 파라미터 규모 모델로 확장할 계획이다. KT알파와 KTcs, KTis는 인공지능 고객센터(AICC)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사업 모델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플레이디는 광고주 대상 AI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며 중소형 광고주 대상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으며, 지니뮤직은 AI 스타트업 ‘주스’를 인수해 AI창작과 음악서비스 영역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코 2기’ 이어가는 윤경림호…여권 반대 넘어설까

윤경림 사장은 구현모 대표 체제하에서 KT의 M&A 및 신사업 투자를 담당하는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맡아 왔다. 아울러 현대차와 CJ가 KT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에서는 윤 사장이 그동안 구현모 대표를 도와 ‘디지코’ 전환에 힘써왔던 만큼, 큰 이변이 없는 한 KT의 디지코 전략은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윤 사장은 최근 소감문을 통해 ▲외부(여당 등)에서 지적하고 있는 지배구조 이슈 및 과거 관행에 대한 과감한 혁신 ▲KT의 근간인 통신 서비스 관리 만전과 정부 정책 동참으로 국민기업 역할 충실 ▲사업·조직 안착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등을 강조했다.

8일 KT는 윤 사장의 요청으로 ‘지배구조개선TF’(가칭)를 구성하기도 했다. 국내외 ESG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민영화 이후 지속 발전시켜온 지배구조 체계를 점검하고, 조기에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배구조개선TF는 ▲대표이사 선임절차 ▲사외 이사 등 이사회 구성 ▲ESG 모범규준 등 최근 주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지적 받은 사항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윤 사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을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며 “KT가 국민기업으로서 국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계속되는 여권의 반대는 향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KT 이익카르텔의 사장 인선은 민주노총의 MBC 장악 시도와 다를 것이 없다”며 KT 차기 대표 인선의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의원들은 KT 이사회가 발표한 차기 대표 후보면접 대상자 4명이 모두 전·현직 KT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구현모 대표는 KT를 장악하기 위해 깜깜이 셀프 경선으로 연임을 시도했지만, 각종 비리 의혹이 드러나 수사 대상에 올랐다”며 “KT 내부에서는 구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자 갑자기 사퇴하면서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을 세우고 2순위로 신수정을 넣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해당 의원들이 반대했던 윤 사장이 차기 대표에 내정되면서, 윤 사장이 수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당장 주총 문턱을 넘는 것부터 문제다. 앞서 국민연금은 KT 이사회의 구 대표 연임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소위 ‘구현모 사람’으로 불리는 윤 사장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31일 KT의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국민연금은 10.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5.58%)과 현대차(4.6%), 현대모비스(3.1%) 등 다른 대기업들도 정부 여당에 반기를 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총에서 최종 CEO 후보 안건이 부결될 경우, 이사회는 다시 원점에서 CEO 선출을 진행해야 한다. 주총 문턱을 넘더라도 KT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정부 여당의 압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이사회가 지난 3개월의 장고 끝에 구현모 리스크의 연장을 선택함으로써 KT의 앞날은 매우 불투명해졌다”며 “누가 보아도 이사회의 선택은 구현모 체제의 연장이며, 이는 미국 SEC의 과징금 부과, 검찰 수사 등에도 구현모 체제에 대한 혁신을 거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 사장은 KT 임직원들에게 “회사 안팎에서 제기된 많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회사를 빠르게 안착 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정부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관계를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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