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종 ‘전세대출’, DSR에 포함해야 하는 이유[부채도사]
‘서민대출’, ‘확실한 담보’ 이유로 DSR서 제외한 전세대출
갭투자 유도하며 가계부채 확대…高금리서 ‘전세 사기’ 양산
규제 포함해 균형 있는 대출 관리 가능해야

전세대출이 가계부채 관리를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담보’가 확실하다는 이유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빠진 전세대출이 고금리 시대를 만나자 ‘담보 가치 하락’으로 역전세, 전세사기 등의 사회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전세대출 포함시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OECD 국가 중 1위
전세대출이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가계부채의 무분별한 급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 6일 발표한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 추정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점으로 전세대출이 언급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국내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2925조3000억원으로 300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 5년 동안 703조8000억원(31.7%) 증가했다. 전세대출을 제외한 가계부채 증가율은 28.7%에 불과해 전세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세대출을 제외하면 105.8%로, 통계확보가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4위지만, 전세대출을 포함하면 이 비율은 156.8%로 높아져 1위가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한국의 가계부채 위험성에 계속 경고하고 있는데, 국제사회에선 희귀물인 ‘전세대출’이 주범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저금리 때나 나올법한 주장이다. 고금리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꺼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말까지 있었던 부동산 호황기 때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전세대출을 끼고 집을 구매하는 ‘갭투자’가 유행했다. 이후 예상치 못하게 고금리 상황으로 빠르게 전개됐고, 결국 전세값이 떨어지며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발생하는 ‘전세 사기’, ‘빌라왕’ 등의 사회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갭투자 물량 나오며 집값 하락 압력 높여”
한국은행은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3월)’ 자료를 통해 “ 임대인들이 매도에 나설 경우 (부동산) 호황기에 누적된 갭투자 주택 물량은 주택가격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며 “매매 가격이 기존 임대차계약의 임대보증금보다 낮아질 경우 임차인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가 지적된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밝힌 ‘주택 갭투자 추이’를 보면 갭투자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높이기 시작한 2021년 8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이런 이유로 전세대출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대출자의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 능력이 어떻게 되는지 심사하는 DSR 규제에 전세대출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세대출을 놔둘 경우 경기 상황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줄 수밖에 없다. 아울러 매번 OECD 국가 중 가계부채가 금융안정을 해칠 위험이 높은 국가로 분류될 가능성도 높다. 부동산을 투기와 투자 목적으로 삼은 사람들이 전세를 구해 아파트를 사는 일도 금리가 낮아질 때마다 빈번해질 것이다. 그 결과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들은 반복해서 나타나 시장 불안을 키울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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