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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4대 이어온 ‘아름다운 이별’ 마침표…유산 상속 논란에 구광모 회장 흔들

20여 년 이어진 LG그룹 계열분리
LS, GS, LIG, LX 등 독립 후에도 성장
장자 승계, ‘딸 배척’이 혼란 키웠단 해석도

구광모 LG회장이 지난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마곡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청년희망ON 프로젝트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경영권 승계와 계열 분리 과정에서 재계의 모범이 됐던 LG가(家)의 ‘아름다운 이별’ 전통이 구광모 LG그룹 회장 대에서 막을 내리게 됐다.

최근 구광모 회장의 모친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는 구본무 전 회장이 물려준 상속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며 경영권 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LG는 10일 입장 자료를 내고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지 5년이 돼 가는데,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드리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LG 전통과 경영권 흔드는 건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LG그룹은 2002년 본격적인 계열분리를 추진한 이후 한 차례도 경영권 분쟁을 겪지 않았다. 삼성과 현대, SK, 롯데 등 국내 대표 그룹이 형제 갈등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LG는 분란에서 비켜서 있었다. ‘장자 승계’와 ‘형제간 계열분리’ 원칙을 지키며 협의에 따라 분쟁을 최소화한 것이다.

LG그룹은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에서 장남인 구자경 전 명예회장, 그의 장남인 구본무 전 회장을 거쳐 구광모 회장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구인회 창업회장의 동생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현 LIG)로 계열 분리했고 또 다른 형제들은 LS그룹을 이어받았다.

구인회 창업회장의 동업자로 LG그룹을 키웠던 고 허만정 회장의 자손들은 GS그룹으로 계열 분리했다. 허창수 당시 LG건설 회장(현 GS 명예회장)은 GS홀딩스를 세워 정유·유통·건설 부문을 분리했다. 최근에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고문이 LX그룹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LG그룹이 제기한 LX홀딩스 등 12개 사의 친족분리 신청을 검토한 결과, 독립경영 인정 기준을 충족해 친족분리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아워홈, LG패션(현 LF) 등이 LG에서 계열분리 된 범LG가로 거론된다.

이른바 범LG가로 불리는 기업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성장하며 사세를 키웠다. 계열분리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01년, LG그룹의 자산은 54조원 수준이었는데, 지난 2020년 범LG가의 자산은 약 250조원으로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의 이런 깔끔한 승계 배경엔 ‘협의’라는 민주적 과정과 ‘장자 승계’라는 고전적인 방식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이 성장한 이후 동업자이던 구자경 명예회장과 허준구 명예회장이 회사를 나누며 가문의 이해를 구하고, 이 과정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LG의 경영권 분리 문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장자 승계, 아들 중심의 문화를 계승하면서 경영권 잡음을 없앴지만, 남아선호라는 일방적인 부분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구광모 회장이 LG그룹 회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구본무 전 회장의 양자가 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구본무 전 회장이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는 뒤 첫째 남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을 양자로 삼았는데, 그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2018년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은 별세 후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약 2조원 규모의 유산을 남겼는데,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이 5000억원가량을 상속받고 나머지는 구광모 회장이 받아 LG그룹을 이끄는 발판으로 삼았다.

이번에 유산 상속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고 소송을 제기한 이들이 구본무 전 회장의 아내와 딸들이다. 법상 구광모 회장의 모친이면서 남매이지만, 구광모 회장의 친부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사촌 간의 다툼으로 볼 수 있다.

다만 LG그룹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은 상속받은 ㈜LG 지분(8.76%)에 대한 상속세(약 7200억원)를 5년 동안 6회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현재까지 5회 납부했다”며 “원만한 합의를 통해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는데, 이제 와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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