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배우자와 두 딸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법원에 상속 회복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부터 4년 넘게 LG그룹을 이끄는 구 회장이 상속 분쟁에 휘말리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이 별세한 2018년 이른바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본무 전 회장의 LG 지분을 물려받으며 4대 그룹 중 가장 젊은 총수에 올랐다. 이런 와중에 구본무 전 회장의 배우자 등이 상속 분쟁을 일으킨 것이다. LG 측은 “상속인 합의에 따라 경영권 관련 재산을 구광모 회장이 물려받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는데, 그룹 안팎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10일 재계 등에 따르면 구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는 2018년 구본무 전 회장 별세 이후 이뤄진 재산 분할을 다시 하자고 요구하며 지난달 말 서울서부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 회복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LG 측은 “LG의 전통에 따라 상속인 4인은 수차례 협의를 통해 LG 주식 등 경영권 관련 재산은 구광모 회장이 상속하고,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은 LG 주식 일부와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 투자 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이에 상속은 2018년 11월에 적법하게 완료됐고, 관련 내용은 세무 당국에 투명하게 신고했다”고 밝혔다. 

상속세 납부 1번 남았는데…당혹스러운 LG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이 별세한 2018년 구본무 전 회장의 LG 지분 11.28% 가운데 8.76%를 물려받았다. 이에 따라 LG 지분율이 6.24%에서 15.00%로 늘어나며 LG 최대주주에 올랐고, LG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구광모 회장은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은 외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2004년 가족회의를 열고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LG그룹의 장자 승계 전통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LG는 “구인회ㆍ구자경ㆍ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지는 장자계승 전통을 잇기 위해서 이뤄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구광모 회장은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했고, 2018년 LG전자 상무로 재직하던 중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로 회장으로 선임됐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지분 승계 역시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나머지 LG 지분은 장녀 구연경 대표가 2.01%를, 차녀 연수씨가 0.51%를 각각 분할 상속받았다. 김영식 여사에게는 상속된 LG 지분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에 물려받은 LG 지분(8.76%)에 대한 상속세(약 7200억원)도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속세 규모를 감안해 5년 동안 6회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미 5회에 걸쳐 상속세를 낸 상태다. 올해 말에 마지막 상속세 납부만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구 회장을 포함한 모든 상속인이 내야 할 상속세 규모는 총 9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LG 측은 “선대 회장이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은 고인 별세 이후 5개월 동안 가족 간의 수차례 협의를 통해 법적으로 완료된 지 4년이 넘어 이미 제척기간(3년)이 지났고,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계 안팎에선 장자 승계 원칙을 지켜온 LG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LG그룹은 1947년 창립 이후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 75년 동안 경영권은 물론 재산 관련 분쟁이 단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원칙과 전통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하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이후 LG 2대 주주인 구본준 당시 LG그룹 고문은 상사, 하우시스, 판토스 등을 계열 분리해 LX그룹을 출범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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