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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새 회계제도 적응…보험사, "준비시간 더 줘"

보험사 19곳, 킥스 경과조치 신고...요구자본 리스크 해소
"건전성 지표 위협 아니지만 유예시간 필요"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도입된 신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적용 유예 신고를 받은 결과, 신청 보험사 수가 19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보험사들이 올해부터 도입된 새로운 회계제도 적응에 여전히 애를 먹고 있는 셈이다.

'킥스' 적용 유예, 신고 '봇물'

금융감독원은 14일 '킥스' 관련 경과조치를 신고한 보험사가 전체 53곳 중 19곳(35.8%)이었다고 밝혔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등과 관련해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을 넉넉히 쌓아놔야 한다. '지급여력' 능력이 중요한 셈이다. 

이 지급여력을 산출하는 기준이 올해부터 변경됐다. 지난해까지는 자산과 부채를 '원가' 평가하는 RBC(지급여력)비율이 적용됐지만 올해부터는 '시가' 평가 기반의 킥스가 적용된다. 

기존 RBC비율은 법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100%, 금감원 권고치가 150%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생명보험사 평균 RBC비율은 200%, 손해보험사는 214%다. 

물론 몇몇 중소형사의 경우 RBC비율이 150% 이하로 떨어지며 건전성 지표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중소형사들은 올해부터 새 지급여력제도가 적용되며 기존 RBC비율이 현 킥스 하에서 크게 떨어질 우려가 존재했다. 
[제공 금융감독원]

하지만 당국의 경과조치 제도로 시간을 더 벌 수 있게됐다. 경과조치는 기존 RBC비율이 100%를 넘는 보험사에 대해 킥스 하에서 100%가 넘지 못해도 적기시정조치(체재)를 최대 5년간 유예해준다. 

금융당국은 2017년부터 9차례 계량영향평가를 통해 킥스 시행 후 보험사에 미칠 재무적 영향을 분석한 바 있다. 금감원은 "킥스 시행이 보험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이에 적용을 유예해주는 경과조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과조치를 신고한 보험사에게는 ▲제도 시행 전 기발행 자본증권 가용자본 인정 범위 확대 ▲업무보고서 제출 및 경영공시 기한 연장 등이 공통적용된다. 또 ▲시가평가로 인한 자본감소분 점진적 인식 ▲신규 보험위험액, 주식·금리위험액 증가분 점진적 인식 등은 보험사별 선택 적용된다. 선택 경과조치는 최대 10년간 적용받는다. 

경과조치 신청 보험사 19곳 중 생보사가 12곳, 손보사와 재보험사·보증보험사가 각각 6곳(30%), 1곳(9.1%)으로 나타났다. 주로 중소형 보험사가 경과조치를 신고한 가운데 대형사 중에서는 교보생명과, NH농협생명이 포함됐다.  

이번에 선택 경과조치를 신고한 19곳 모두 신규 보험위험액에 대한 경과조치를 신고했다. 보험 해지, 사업비 증가, 재해 발생 등 리스크 발생 시 요구자본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이때 이 부분에 대한 증가분을 회계상 점진적으로 높여도 된다는 얘기다. 

올해부터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킥스에 대비해 보험사들은 5년 전부터 후순위채 발행, 신종자본증권 발행, 저축보험 판매 축소 등 재무건전성 확충에 나서왔다. 그럼에도 새 회계제도 적응에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에 적응하려면 적어도 연간 결산 등을 모두 진행한 내년이 돼야 할 것"이라며 "당국의 경과조치 배려를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단, 보험업계에서는 경과조치 신고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이 모두 위협을 받을 정도로 급한 것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사인 교보생명이나 농협생명은 발생할 수 있는 재무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경과조치를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신고 상장 대형사들은 경과조치 신고 시 배당제한 조치를 받아 주주들에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과조치 신고 회사들이 대부분 비상장사"라며 "상장 보험사들 역시 당장 재무건전성이 위협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배당제한 등 조치가 아니라면 당국의 킥스 적용 유예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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