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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반란’ 한진부터 한타 그리고 LG까지…재벌가 경영권 분쟁은 계속된다

[막오른 LG家 상속 분쟁]③
경영권·상속 문제로 기존 체제 흔들려
분쟁 종결 한진…여전히 진행 중 한타

한진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LG가(家)의 상속 분쟁으로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LG가 입장에서는 매우 생소한 일이다. 75년 간의 승계 과정에서 유사 분쟁이 한 차례도 발생한 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벌가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대표적인 경영권 분쟁 사례는 한진그룹과 한국앤컴퍼니가 꼽힌다. 

외부 세력과 그룹 송두리째 흔들어

한진가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것은 2019년 12월 23일이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지분 상속에는 이견이 없었다. 삼남매는 법적 상속 비율에 따라 6.52%(조원태), 6.49%(조현아), 6.47%(조현민)의 한진칼 지분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영권이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생전 선대 회장은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이끌어 나가라고 말했다”면서 “임종 직전에도 삼남매가 함께 잘해 나가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고한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가족 간 화합을 통해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 조원태 한진칼 대표 등과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했다”면서 “그럼에도 조원태 대표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했고,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했다”고 덧붙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단순히 입장문 발표에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한진 오너일가를 견제해오던 사모펀드 KCGI와 손을 잡으며 그룹을 흔들었다. 이후 반도건설까지 등장해 반(反) 조원태 연합인 3자 주주연합이 결성됐다. 이듬해 3자 주주연합은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에도 3자 주주연합은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며 2차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전개로 경영권 분쟁은 마침표를 찍었다. 2020년 11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7%를 확보하면서다. 당시 정부 주도하에 항공 산업 재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추진됐다. 산은은 8000억원을 투입해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에 투입해 지분을 확보했다. 이전까지 3자 주주연합보다 지분율이 낮았던  한진 오너일가는 산은을 우군으로 확보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한진가 경영권 분쟁은 끝이 났지만, 가족 간 관계는 회복이 불가능해진 모습이다. 경영권 분쟁 이후 조현아 전 부사장은 자취를 감췄다. 경영 일선 복귀는 물론이고, 조양호 전 회장의 추모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국타이어는 지분 상속 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사진은(왼쪽부터)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조양래 명예회장, 조현범 회장. [사진 한국앤컴퍼니]

아버지 믿을 수 없다...소송 나선 남매


한진가와 달리 한국타이어의 남매 사이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2020년 6월 당시 조양래 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모두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장남인 조현식 당시 부회장도 조희경 이사장을 지지하며 힘을 보탰다. 성년후견은 노령, 질병, 장애 등 정신적인 제약에 따라 사무처리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다.

조희경 이사장이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에 나선 이유는 조양래 회장의 지분 상속이 정상적인 과정에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조양래 회장이 보유 지분을 차남에게 양도하면서 사실상 경영 승계 구도가 결정됐다. 조양래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양도하기 전까지는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이 19.32%로 가장 많았다. 조현범 사장과 조희경 이사장,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차녀 조희원씨는 각각 19.31%, 0.83%, 10.82%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다. 조양래 회장의 지분을 확보한 조현범 사장은 지분율 42.9%로 최대주주가 됐다. 조현범 사장을 제외한 오너일가 삼남매의 지분율 총합인 30.97%보다 11.93%p 많은 것이다.

조양래 회장은 조희경 이사장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에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20년 7월 31일 입장문을 통해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을 넘긴 것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라며 “지난 15년간 실질적 경영을 맡겼고, 좋은 성과를 내면서 충분히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조현범 사장은 그룹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말 조현범 사장은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반면, 동생과 함께 경영에 참여하던 조현식 부회장은 그룹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배제된 것이다. 이후에도 조양래 명예회장은 한국타이어 지분 전량을 조현범 회장에게 증여하면서 자신의 결정에 변함이 없음을 보여줬다.

한국앤컴퍼니의 상속 분쟁에서 현재까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인물은 조현범 회장이다. 지난해 4월 1일 서울가정법원이 조희경 이사장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조희경 이사장 측은 “비상식적인 판결”이라며 같은 달 5일 서울가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재계에선 끊임없이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진다. 아워홈 경영권을 두고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 사이에 벌어진 '남매의 난', 형제의 난에 이어 조카의 난까지 일어난 금호그룹의 경영권 분쟁도 대표적이다. 2015년 벌어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도 재계의 이목을 끌었던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세습경영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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