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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교묘한 ‘테라’ 팔이에…美 회계사·약사도 속았다

특수한 알고리즘 홍보로 투자자 속여
SEC “시세조작으로 투자자 신뢰 얻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 유튜브 Terra 캡처]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체포됐다. 이 가운데 권 대표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배경도 눈길을 끈다.

미국과 한국의 수사 당국은 권 대표가 복잡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가상화폐 구조를 설계하고, 투자자들을 기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속아 전 재산을 날린 사례도 파악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권 대표는 지난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손을 잡고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테라폼랩스는 2019년 4월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권 대표 등이 만들어낸 알고리즘의 핵심은 루나 공급량을 조절해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맞춘다는 것이었다. 또 2021년 3월부터는 테라를 예치하면 19∼20%의 수익을 돌려준다고 약속하는 ‘앵커 프로토콜’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지난달 중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연방법원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테라 유통량은 발행 초기인 2019년 6월부터 2021년 초까지만 해도 3억 테라 미만이었다. 하지만 최대 20% 수익을 보장한다는 ‘앵커 프로토콜’ 출시 이후 2개월 만에 10억 테라 수준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SEC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발행된 테라의 안정성을 투자자들이 믿게 된 데는 권 대표 등의 시세 조작이 크게 작용했다고도 고발했다. 

테라폼랩스와 자회사는 테라 발행 첫 해인 2019년 11월, 루나의 유동성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미국의 한 회사에 루나 3000만 달러(약 390억원)를 빌려줬다. 이듬해 9월에도 6500만 달러(약 845억원)를 같은 회사에 빌려줬다. 

이 회사는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지속해서 루나를 팔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이 회사는 그 대신 루나를 시세보다 싼 값에 넘겨받으면서 차익을 봤다. 이후 2021년 5월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급격히 떨어지자 권 대표는 이 회사와 짜고 테라를 대량으로 사들였고, 테라 가격은 다시 1달러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권 대표는 테라의 가치가 회복된 것이 특수한 알고리즘 덕분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SEC는 당시 이들이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가치 회복이 불가능했음에도, 권 대표가 이 사실을 숨겨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판단했다.

SEC 조사에 따르면 테라·루나 투자자들 가운데, 미국의 회계사와 약사 등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도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한 약사는 집을 담보로 40만 달러(약 5억2000만원)를 빌려 테라를 매수했다가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SEC는 이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있어 투자 경험이 많지 않았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라와 ‘앵커 프로토콜’에 대해 알게 됐다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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