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두고 한의사들, 삭발·단식투쟁 나선 까닭[이코노Y]
한의원 첩약일수 제한에 한의계 '반발'
상급병실료 폐지 등 이어 엎친 데 덮친 격
3만 한의사, 총궐기 예고…국토부와 충돌 예상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국토교통부가 교통사고 환자의 한의원 ‘1회 첩약일수 제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의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과잉진료비 지출에 몸살을 앓는 중인데 정부가 사실상 ‘주범’을 한의원으로 겨냥하면서 관련 의료수가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의계가 삭발투쟁에 나서며 이번 국토부에 결정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한방 진료비 ‘껑충’…과잉진료 때문인가
27일 보험업계와 한의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국토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위원회는 교통사고 환자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를 현행 10일에서 5일로 줄이는 논의를 오는 30일 열리는 회의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이 소식에 한의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환자들의 치료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6일에는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삭발까지 나서며 “3만 한의사들이 모여 국토부를 규탄하는 범한의계 총궐기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국토부가 1회 첩약일수 제한에 나선 배경은 한의원 과잉진료로 자동차보험금이 누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부가 형사고발한 한의원 4곳은 모두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거짓청구 행위가 적발됐다. 환자에게 1만원치 약을 처방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는 이보다 낮은 진료수가를 책정한 후 청구해 환자 1인당 이윤을 남기는 식이다.
상대적으로 진단내역이 명확한 양방치료와 달리 한방치료는 구체적이지 않은 편이다. 한의원이 환자를 대상으로 어떤 약을 처방하는지, 어떤 치료를 하는지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 심사과정에서 100%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보험업계와 국토부는 한의원이 이런 부분을 악용해 과잉진료를 하고 있어 보험금 청구액이 급증했다고 보고있다.
한의원 보험청구액은 2016년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심평원에 따르면 2021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비중에서 한방 진료비는 1조3066억원으로 양방 진료비(1조850억원)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지난 2016년 한방 진료비는 4598억원, 전체 27% 수준이었지만 불과 5년 만에 양방 진료비를 추월한 것이다. 이는 2010년대 들어 한의계가 포털사이트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의원에서도 교통사고 치료가 된다’는 사실을 집중 홍보한 것이 컸다.
건당 진료비도 한방이 양방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교통사고 환자들이 겪는 가장 흔한 질환인 목 부위 관절 및 인대 탈구, 염좌 등의 건당 진료비는 한의과가 7만6239원이었지만 의과는 3만5080원에 불과했다.
같은 질환의 입원 건당 진료비도 한의과는 103만4927원이었지만 의과는 38만313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한의원들이 치료라는 명목하에 입원일수를 늘리고 과도한 첩약처방, 침술 등을 실시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도하게 불어난 한방 진료비는 결국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이고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보다 구체적인 한의원 진료수가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난감해진 한의계, ‘첩약일수’ 사수 나선 이유
현재 한의계 입장에서는 자동차보험으로 점점 돈을 벌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차의료기관의 상급병실료는 폐지됐다. 교통사고 환자가 병원의 ‘병실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에 입원한 경우 의원급을 제외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만 상급병실료를 인정한다. 쉽게 말해 동네 의원급 병원에서는 상급병실료를 인정받기 쉽지 않아졌다는 얘기다. 현재 1~2인실의 상급병실만 두고 있는 의원급 한의원들은 난감해졌다.
또한 상해 12∼14등급인 경상환자가 4주를 초과해 치료하면 반드시 진단서를 발급해야 하는 것으로 제도가 변경됐다. 대체로 한의원을 방문하는 교통사고 환자들은 ‘어혈치료’를 권유받는다. 교통사고 후 외상이 아닌 내상이 생긴 환자의 경우 어혈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한의원들의 주장이다. 다만 어혈치료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고 외상이 아니어서 구체적인 진단서를 끊기도 어렵다. 한의원 입장에서는 경상환자들의 장기치료가 매우 어려워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첩약일수 제한’ 조치가 통과되면 한의원들의 수익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동차보험 첩약 진료비는 2015년 약 1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28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나며 한의원 수익에 효자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들이 삭발, 단식 투쟁 등을 외치며 첩약일수 조정에 반발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한의계는 첩약일수 제한이 ‘환자의 선택권 제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제가 된 한의원도 4곳에 불과한데 전체 한의원들이 피해를 받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국토부는 전국에 있는 1만5000여개 한의의료기관 중 단 4개소에서 적발된 부적절한 행위를, 마치 한의계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했다”며 “국토부가 교통사고 환자들의 정당한 진료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보험사 이익에만 부합한 업무를 수행하는 현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손해보험업계는 27일 성명서에서 “소비자단체 조사결과, 환자 4명 중 3명은 첩약을 전부 복용하지 않고 버리거나 방치하고 있다”며 “이번 첩약 처방일수 조정은 환자 상태에 따라 1회 5일분씩 처방하자는 것으로 필요시 5일씩 추가 처방이 가능해 진료권이 제한된 것이 아님에도 한의계는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를 빼앗기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방 진료비 ‘껑충’…과잉진료 때문인가
27일 보험업계와 한의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국토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위원회는 교통사고 환자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를 현행 10일에서 5일로 줄이는 논의를 오는 30일 열리는 회의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이 소식에 한의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환자들의 치료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6일에는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삭발까지 나서며 “3만 한의사들이 모여 국토부를 규탄하는 범한의계 총궐기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국토부가 1회 첩약일수 제한에 나선 배경은 한의원 과잉진료로 자동차보험금이 누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부가 형사고발한 한의원 4곳은 모두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거짓청구 행위가 적발됐다. 환자에게 1만원치 약을 처방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는 이보다 낮은 진료수가를 책정한 후 청구해 환자 1인당 이윤을 남기는 식이다.
상대적으로 진단내역이 명확한 양방치료와 달리 한방치료는 구체적이지 않은 편이다. 한의원이 환자를 대상으로 어떤 약을 처방하는지, 어떤 치료를 하는지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 심사과정에서 100%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보험업계와 국토부는 한의원이 이런 부분을 악용해 과잉진료를 하고 있어 보험금 청구액이 급증했다고 보고있다.
한의원 보험청구액은 2016년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심평원에 따르면 2021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비중에서 한방 진료비는 1조3066억원으로 양방 진료비(1조850억원)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지난 2016년 한방 진료비는 4598억원, 전체 27% 수준이었지만 불과 5년 만에 양방 진료비를 추월한 것이다. 이는 2010년대 들어 한의계가 포털사이트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의원에서도 교통사고 치료가 된다’는 사실을 집중 홍보한 것이 컸다.
건당 진료비도 한방이 양방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교통사고 환자들이 겪는 가장 흔한 질환인 목 부위 관절 및 인대 탈구, 염좌 등의 건당 진료비는 한의과가 7만6239원이었지만 의과는 3만5080원에 불과했다.
같은 질환의 입원 건당 진료비도 한의과는 103만4927원이었지만 의과는 38만313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한의원들이 치료라는 명목하에 입원일수를 늘리고 과도한 첩약처방, 침술 등을 실시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도하게 불어난 한방 진료비는 결국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이고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보다 구체적인 한의원 진료수가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난감해진 한의계, ‘첩약일수’ 사수 나선 이유
현재 한의계 입장에서는 자동차보험으로 점점 돈을 벌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차의료기관의 상급병실료는 폐지됐다. 교통사고 환자가 병원의 ‘병실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에 입원한 경우 의원급을 제외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만 상급병실료를 인정한다. 쉽게 말해 동네 의원급 병원에서는 상급병실료를 인정받기 쉽지 않아졌다는 얘기다. 현재 1~2인실의 상급병실만 두고 있는 의원급 한의원들은 난감해졌다.
또한 상해 12∼14등급인 경상환자가 4주를 초과해 치료하면 반드시 진단서를 발급해야 하는 것으로 제도가 변경됐다. 대체로 한의원을 방문하는 교통사고 환자들은 ‘어혈치료’를 권유받는다. 교통사고 후 외상이 아닌 내상이 생긴 환자의 경우 어혈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한의원들의 주장이다. 다만 어혈치료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고 외상이 아니어서 구체적인 진단서를 끊기도 어렵다. 한의원 입장에서는 경상환자들의 장기치료가 매우 어려워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첩약일수 제한’ 조치가 통과되면 한의원들의 수익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동차보험 첩약 진료비는 2015년 약 1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28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나며 한의원 수익에 효자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들이 삭발, 단식 투쟁 등을 외치며 첩약일수 조정에 반발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한의계는 첩약일수 제한이 ‘환자의 선택권 제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제가 된 한의원도 4곳에 불과한데 전체 한의원들이 피해를 받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국토부는 전국에 있는 1만5000여개 한의의료기관 중 단 4개소에서 적발된 부적절한 행위를, 마치 한의계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했다”며 “국토부가 교통사고 환자들의 정당한 진료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보험사 이익에만 부합한 업무를 수행하는 현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손해보험업계는 27일 성명서에서 “소비자단체 조사결과, 환자 4명 중 3명은 첩약을 전부 복용하지 않고 버리거나 방치하고 있다”며 “이번 첩약 처방일수 조정은 환자 상태에 따라 1회 5일분씩 처방하자는 것으로 필요시 5일씩 추가 처방이 가능해 진료권이 제한된 것이 아님에도 한의계는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를 빼앗기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김천 묘광 연화지, 침수 해결하고 야경 명소로 새단장
2"겨울왕국이 현실로?" 영양 자작나무숲이 보내는 순백의 초대
3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4'10만 달러' 비트코인이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5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
6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7“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
8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9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