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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강행한 DB하이텍…행동주의펀드 표적됐다 [이코노 株인공]

KCGI, 지분 7% 취득…경영권분쟁 본격화
DB팹리스 물적분할 과정서 소액주주 갈등
최대주주 17% 그쳐, 지분확보 경쟁 전망

매주 월요일 아침, 빠르게 변하는 주식 시장에서 주목할 종목을 짚어 드립니다. 한 주 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주식을 ‘이코노 주(株)인공’으로 선정합니다. 주가가 급등락했던 원인과 배경, 앞으로의 전망까지 집중 해부합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팹리스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DB하이텍(000990)이 행동주의펀드의 표적이 됐다. 소액주주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물적분할을 추진한 점이 단초가 되면서다. 최대주주 지분이 17%대에 그치는 DB하이텍의 경영권 분쟁 조짐이 본격화하면서 당분간 주가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3월 27~31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2414.96)보다 61.9포인트(2.56%) 상승한 2476.86에 마감했다. 한 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8918억원, 기기관은 2484억원 규모 순매수했고 개인은 1조3188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주(4월 3~7일) 코스피 지수는 2380~253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주 국내 증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종목은 DB하이텍이다. DB하이텍 주가는 지난달 31일 하루새 18.33%(1만1200원) 급등한 7만23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엔 7만67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가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주가도 급등했다. 

KCGI는 지난달 30일 DB하이텍 지분 7.05%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목적은 ‘경영권’ 이었다. KCGI는 기존에 보유하던 220만주에 29일 92만주를 추가 취득하며 지분 5%를 넘긴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DB하이텍 최대주주 측 지분은 DB Inc.(12.42%), DB생명(0.78%), 김준기 창업회장(3.61%) 등 총 17.84%로 KCGI와의 지분격차는 10%대로 좁혀졌다. 

KCGI의 지분 취득은 하루 전날 열린 DB하이텍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물적분할과 무관하지 않다. DB하이텍은 지난달 29일 주총에서 팹리스를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를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해당 안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 수의 53%, 참석 주주의 87.1%가 찬성해 통과됐다. 분할기일은 오는 5월 2일이다. 

KCGI는 “물적분할 추진 과정에서 주주 및 시장과의 소통 부족으로 소액주주들과 상당한 갈등과 반목이 있었다”며 “기업분할은 시급을 다투는 일이 아니므로 충분한 협의를 거쳐 주총에서 일반주주들만의 표결을 구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개미’ 반대에도…주총 문턱 넘은 물적분할 안건

브랜드사업부는 DB하이텍의 팹리스 사업을 담당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18% 비중을 견인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세트업체향 LCD 및 OLED용 DDI를 설계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OLED용 매출이 본격화되고, 중국 신규 거래선 확보로 중국향 공급이 늘어나며 매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DB하이텍 주총에 참여한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가 상장하면 기존 회사인 DB하이텍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5년간 팹리스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물적분할을 결정할 때 최소 3개월 전 주주들에게 동의를 구하지만, DB하이텍은 기습적으로 30일 전에 통보했다는 점도 소액주주 불신을 키웠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공시에는 분리된 자회사를 향후 5년간 상장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달 초 발표한 물적분할 보도자료에는 ‘5년의 기한’이란 중대한 내용을 누락했다.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18개 기업의 사업 분할 사례를 분석해 보니 평균 98일의 숙려기간을 거쳤는데, DB하이텍은 22일만에 진행하며 절차적 하자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한진칼·오스템 흔든 KCGI, 지분 확보 경쟁 불가피

KCGI는 DB하이텍의 주요 주주로서 물적분할 추진 과정, 자사주 소각,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KCGI는 “물적분할과 관련한 논란들과 자사주 매입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을 피해가기 위한 일시적인 대처라면, 이는 매우 근시안적 지배구조 개편”이라며 “회사가 배당 확대, 1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계획을 밝힌 건 환영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우호지분 확보 등에 이용돼선 안된다”고 짚었다. 

앞서 KCGI는 한진칼과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서도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DB하이텍은 최대주주(17.84%), 국민연금(8.34%)을 제외하면 소액주주 지분이 75%에 달한다. KCGI가 소액주주와 연대의 뜻을 밝히면서 김남호 DB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와 지분 다툼이 초래될 가능서이 높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이 해당 회사 주주가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핵심 사업이 물적분할되거나, 해당 법인의 상장에 따른 이중 상장 우려, 물적분할 과정에서 기존 주주에 대한 보상이 없을 경우 등이 해당한다”며 “물적분할이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나, 분할 과정에서 주주보호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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