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106세 필리핀 원주민 타투이스트가 패션 잡지 ‘보그’의 역대 최고령 표지 모델이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보그가 필리핀 북부 칼링가주 산간 오지 부스칼란에 사는 아포 황-오드라는 이름의 이 할머니가 부족 토착의 ‘바톡’ 문신법을 보전해온 공로를 인정, 그를 필리핀판 표지 모델로 정했다고 보도했다. 

마리아 오게이라고도 불리는 황-오드는 보그 표지를 장식한 몇 안 되는 필리핀 원주민이자, 현재까지 가장 나이 많은 표지 모델일 것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지난 2020년에는 영국 영화배우 주디 덴치가 85세의 보그 영국판의 표지 모델이 됐던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바톡의 마지막 계승자로 불리던 황-오드는 16살 때부터 문신 시술을 시작했다.

‘맘바바톡’이라고도 불리는 칼링가족의 전통 문신은 가시와 검댕, 천연염료와 대나무 막대기를 이용해 몸에 그림을 새기는 방식이다. 남성 전사들에게는 용맹함을, 여성들에게는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최근 황-오드는 증조카들에게 바톡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또 지난 15년간 황-오드의 예술적인 문신 기법이 유명해지면서 관광객들이 마을로 몰려드는가 하면, 주변의 많은 젊은이들도 바톡에 새롭게 관심을 보이며 훈련에 나서고 있다.

보그 필리핀판 편집인인 베아 발데스는 미 CNN 방송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만장일치로 황-오드 할머니를 표지 모델로 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그녀가 우리 필리핀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대변한다고 봤다”며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도 진화할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얼굴과 형상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말하고 싶은 아름다움은 인간애”라고 덧붙였다.

황-오드 할머니는 보그 필리핀판 인터뷰에서 자신의 시력이 허락하는 한 사람들에게 칼링가 문신을 새겨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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