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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현대차·LG 재고자산 187조 돌파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4대그룹 재무돋보기]③
증가폭 SK가 가장 커…삼성 비중 35.3%
반도체·배터리 재고 증가 영향…올해도 지속

다사다난(多事多難). 2022년을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풍토병(엔데믹)화로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를 막기 위해 풀었던 막대한 자금이 살인적인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돌아왔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물류비용과 원자잿값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국내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주요 4대 그룹 역시 직격타를 맞았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둔화됐고, 재고자산과 부채가 크게 증가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4대 그룹은 연구개발(R&D)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올해 역시 경기침체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4대 그룹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반도체 시설 모습. [사진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국내 4대 그룹의 재고자산이 지난해 일제히 증가하며 187조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삼성과 SK의 재고자산 증가폭이 두드러졌고 현대차와 LG 역시 5조원 이상 증가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가전, 스마트폰 등 4대 그룹이 영위하고 있는 거의 모든 사업군에서 수요가 위축된 것이 재고자산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국내 4대 그룹에 포함된 비금융 상장사 55개사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 규모는 총 187조2392억원으로 전년(144조582억원) 대비 30% 증가했다. 재고자산은 일상적인 영업활동 과정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보유하는 상품과 제품, 재공품, 원재료, 저장품으로 구성된다. 

SK 47조8700억…전년比 53.4%↑

세부적으로 보면 SK그룹의 재고자산 증가폭이 4대 그룹 중 가장 컸다. SK그룹의 지난해 재고자산 규모는 47조8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4% 늘었다. 이는 4대 그룹 전체 재고자산의 25.6%에 해당하는 수치다. SK그룹은 2021년만 하더라도 현대차그룹보다 재고자산이 적었다. 하지만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감소했고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재고가 가파르게 증가했고 현대차그룹을 크게 앞질렀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같은기간 8조9501억원에서 15조6647억원으로 75% 급증했다. 이는 SK그룹 전체 증가분(16조6597억원)의 40.3%에 해당된다. 이 중 완성품에 해당하는 제품 및 상품 재고가 1조2819억원에서 3조8421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제조 과정 중에 있는 제품인 재공품 재고도 5조8123억원에서 9조942억원으로 56.5%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재고자산이 큰 폭으로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 규모는 11조8577억원으로 전년(7조8491억원) 대비 51.5% 불었다. 배터리 수요 감소로 자회사 SK온의 재고자산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배터리업계에서는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여파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면서 배터리 재고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배터리의 경우 원자재 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재고자산이 증가할 경우 심각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SK텔레콤의 경우 같은 기간 재고자산이 2046억원에서 1664억원으로 18.7% 줄었다. SK바이오플랜트도 290억원에서 78억원으로 73.2% 감소했다.
SK하이닉스 DDR5 D램. [사진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재고 대폭 증가

4대 그룹 중 재고자산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이었다. 삼성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총 66조226억원으로 전년(51조7236억원) 대비 27.6% 늘었다. 이는 4대 그룹 전체 재고자산 중 35.3%에 해당하는 수치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재고가 천문학적 규모로 불어나면서 그룹 전체 재고자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같은 기간 41조3844억원에서 52조1879억원으로 26.1%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5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중 완성품에 해당하는 제품 및 상품 재고가 16조32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3.4% 증가했다. 제조 과정 중에 있는 제품을 뜻하는 반제품 및 재공품은 13조4736억원에서 20조775억원으로 32.8% 급증했다. 즉 경기침체로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가전 수요가 급감하면서 재고자산의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이밖에 삼성물산(4조1088억원·46.25↑)과 삼성SDI(3조2045억원·28.8%↑), 삼성바이오로직스(2조3758억원·134.6%↑), 삼성전기(1조9016억원·4.6%↑), 삼성중공업(1조5735억원·5.8%↑) 순으로 재고자산이 많았다. 

엔솔·이노텍 증가율 두드러져

4대 그룹 중 재고자산 규모가 가장 작은 곳은 LG다. LG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 규모는 총 34조3958억원으로 전년(28조60억원) 대비 22.8% 늘었다. 이는 4대 그룹 전체 재고자산 중 18.4%에 해당된다. 적자에 시달리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재고자산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지만 LG이노텍과 LG에너지솔루션의 재고가 큰 폭으로 늘며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 2021년 3조8958억원에 불과했던 LG에너지솔루션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6조9956억원으로 79.6% 급증했다. 이는 LG그룹 내 계열사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삼성SDI, SK온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수요가 일부 줄면서 재고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LG이노텍도 같은 기간 재고자산이 1조3920억원에서 1조9788억원으로 42.2% 증가했다. 지난해 말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아이폰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LG이노텍이 기존에 생산한 부품들이 제 때 공급되지 못한 것이 재고자산 증가로 이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반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재고자산은 수요 위축 속에서도 오히려 줄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 규모는 각각 9조3888억원, 2조8729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14.3% 감소했다. 현재 TV(패널), 가전 등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주력 품목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38조9509억원으로 전년(33조1183억원) 대비 17.6% 늘었다. 이는 4대 그룹 중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재고자산이 일부 계열사에 치중된 다른 그룹과 달리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들이 고른 증가폭을 보였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각각 14조2912억원, 9조1038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28.4% 증가했다. 현대모비스도 같은 기간 4조2750억원에서 5조2672억원으로 23.2% 늘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문제가 해소됨에 따라 이들 회사의 재고자산은 점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6조7043억원의 재고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전년(6조7304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밖에 현대글로비스(1조4523억원·6%↑), 현대건설(8554억원·19.1%), 현대위아(8102억원·0.6%↓), 현대로템(2355억원·10.2%↓) 순으로 재고자산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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