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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페어 테라퓨틱스, 나스닥 상장폐지 통보…국내 시장 여파는

파산법 11조 관련 ‘파산 보호’ 신청 영향
나스닥 거래소 “시장 우려 고려해 결정”
2017년 첫 제품 승인, 적자 폭 매년 증가
보험 적용 못 받은 데다 시장 침투 고전

미국의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인 페어 테라퓨틱스는 최근 파산법 11조에 따라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사진은 이 회사가 개발한 세계 첫 디지털 치료기기 리셋(reSET). [사진 페어 테라퓨틱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디지털 치료기기는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었고, 임상 현장에 기여했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디지털 치료기기를 쉽게 처방했고, 환자는 적극적으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디지털 치료기기에 돈을 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고, 시장 상황도 우리와 같은 성장 단계의 기업에 도전 과제가 됐다.” (코리 맥켄 페어 테라퓨틱스 대표)

미국의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인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는 10일(현지시각) 나스닥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를 통보받았다. 최근 이 회사가 파산법 11조에 따라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파산 보호는 기업이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다. 페어 테라퓨틱스도 직원의 92%를 해고하고, 15명의 직원만 남겨 자산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리 맥켄 페어 테라퓨틱스 대표도 회사를 떠나는 직원 중 한 명이다. 그는 2013년 페어 테라퓨틱스를 설립한 지 10여 년 만에 회사를 나오게 됐다. 맥켄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파산 보호 신청은 페어 테라퓨틱스를 창업할 당시만 해도 상상하지 않은 결과”라며 “디지털 치료기기를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노력한 페어 테라퓨틱스 임직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페어 테라퓨틱스가 갑작스럽게 무너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현금 확보를 위해 직원의 20%가량을 해고했고, 지난달 중순에는 기업 홈페이지를 통해 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자산 매각과 인수합병(M&A), 기술이전 등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상황이 악화되면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매수자를 찾아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는데, 회사는 이런 계획을 발표하고 한 달이 지나지 않아 파산 보호를 신청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페어 테라퓨틱스의 파산 보호 신청을 두고 당혹스럽다는 의견을 내놨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국내 한 벤처투자사(VC)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자면 페어 테라퓨틱스가 파산 단계까지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실적이 부진했던 건 맞지만 기업 스스로 제시한 목표를 달성해 나가며 처방 건수도 지속해서 늘었고, 보험 적용도 단계적으로 풀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디지털 치료기기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달라진 탓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사 관계자는 “페어 테라퓨틱스가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에서 상징적인 기업인데도 이번에 인수자를 찾지 못한 것은 의외”라면서도 “시장이 유망하다는 이유로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에 ‘묻지마’ 식으로 투자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美 페어 테라퓨틱스, 적자 폭 매년 증가

페어 테라퓨틱스는 2013년 미국에 설립된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이다. 2017년 약물 중독 디지털 치료기기 리셋(reSET)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했다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인 솜리스트(Somryst) 등 후속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했고,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을 개척하며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그러나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수익성은 페어 테라퓨틱스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실제 페어 테라퓨틱스는 지난 한해 매출로 1269만 달러를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849만 달러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적자 폭이 매출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영업손실은 2020년 7664만 달러, 2021년 1억569만 달러를 기록했고, 지난해 1억2335만 달러까지 불었다. 디지털 치료기기를 승인받고 수년이 지나도록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를 의료진과 환자에게 익숙하게 만드는 일도 숙제였다. 페어 테라퓨틱스에 따르면 2021년 말을 기준으로 이 회사의 3가지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건수는 1만4000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를 잘 사용한 환자의 비중(Fulfillment rate) 50% 정도에 그쳤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다 보니 시장에 잘 침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페어 테라퓨틱스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데 고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내 일부 보험사들만 디지털 치료기기에 보험을 적용한 것이 방증이다.

단기적 여파 있겠지만…“미국과 시장 달라”

페어 테라퓨틱스가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는 소식에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도 술렁였다. 투자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페어 테라퓨틱스는 급여 논의가 마무리되기 전 시장에 진입했고, 보험사의 선택에 따라 성과가 결정되는 면이 적지 않았다”며 “국내에서는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제도를 지속해서 정비하고 있어, 디지털 치료기기가 성과를 내기에 유효한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페어 테라퓨틱스의 파산 보호 신청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도 “디지털 치료기기가 자리를 잡으려면 제품 개발과 인허가, 보험 적용, 환자 교육 등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술은 대부분 지나친 관심을 받다가 거품이 꺼지고, 한차례 추락했다가 다시 안정기에 접어드는 구조를 거친다”며 “디지털 치료기기는 코로나19가 유행한 동안 특히 주목받았기 때문에, 경기침체 시기에 그만한 타격을 받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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