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스펙’의 여자, 그리고 엄마…1000억 브랜드 만든 비결은 [이코노 인터뷰]
평범한 직장인에서 유리천장 깨부순 여성 CEO로 ‘인생2막’
브랜드 론칭 5년 만에 매출 1000억 달성…지침서도 출간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무엇을 시도할 용기조차 없으면서 멋진 삶을 바란단 말인가?” 서명지 키즈스콜레 대표의 붉은색 명함을 뒤집으면 모습을 드러내는 문장이다. 키즈스콜레 구성원들은 각자 성격과 가치관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의 명함을 지니고 다닌다. 상상력이 풍부한 마케팅팀은 보라색, 명확한 체계가 필요한 기술팀은 초록색을 더하는 식이다.
개성 있는 문화를 자랑하는 키즈스콜레는 대교그룹의 영유아 교육 하이엔드 브랜드다. 2017년 론칭 이후 5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 중심에 서 대표가 있다. 웅진출판 공채로 입사해 30대에 첫 여성 본부장에 오른 그는 말로만 듣던 유리천장에 부딪힌 후 에듀테크 기업 에스티유니타스로 옮겨 키즈스콜레 브랜드를 만들었다.
평범한 스펙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여성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서 대표. 그런 그녀가 자신의 인생과 커리어 전투 전략을 담은 지침서 ‘여자 전투력’을 내놨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편견을 깨고 선택의 기로에 선 여성 후배들을 위해 인생 노하우를 담았다고 한다. 그가 자라나는 여성 후배에게 전하고픈 응원의 메시지.
‘엄마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현장서 빛 발한 관심
키즈스콜레는 서 대표가 철저하게 아이 엄마 관점에서 접근해 탄생한 결과물이다. 차별점도 확실하다. ‘1%의 독서법’을 테마로 환급제를 적용하면서 차별화된 교육방식을 제안했다는 점이 성공비결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아이가 부모와 함께 책을 꺼내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고, 엄마는 마치 육아일기처럼 하루하루 후기를 기록해 일정 금액을 환급받는 구조다.
“결국 교육 콘텐츠를 소비하는 건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이잖아요. 일명 영재로 손꼽히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어요. 그걸 고스란히 1% 독서법에 녹여냈죠.”
이런 키즈스콜레만의 차별점은 실질적 타깃층인 ‘엄마’에 대한 관심사를 타고 날아올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을 좋아하는 젊은 엄마의 특성을 반영해 인증 시스템을 만들고,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하는 수요에 맞춰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이름을 알린 해외작가들로부터 표지 디자인을 의뢰했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실제로 저희 회사에 다니는 ‘엄마들’로부터 나와요. 실제로 회사 구성원 중 젊은 30대 여성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당찬 여성 CEO, 후배에게 당부하는 ‘여자 전투력’
키즈스콜레의 이런 방향성은 서 대표가 추구하는 여성에 대한 관심과 무관하지 않다. 서 대표는 지난 1995년 웅진출판에 입사해 능력을 인정받고 급속도로 승진했다. 이윽고 30대에 첫 여성 본부장에 오르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이내 유리천장에 부딪혀 자리를 내어줘야 했다.
하지만 명함에 적힌 좌우명처럼 결코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 벽을 뚫고 끊임없이 노력해 당당히 기업을 이끄는 여성 CEO로 거듭났다.
또 28년간 워킹맘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마음가짐을 전하며 여성 후배들의 고민 상담을 도맡아왔다.
“결혼을 하고 나면 여성들에게 경력단절의 위기가 찾아오는 시기가 몇 차례 있어요. 출산 직후, 그리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가 가장 대표적이죠. 고민과 걱정에 빠진 여성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포기하지 말라고, 또 잠시 멈췄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여성이 마주한 직장에서의 한계에 관해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제가 웅진출판을 다닌 지 20년이 넘게 지났는데, 그 이후 아직까지도 여성 사업본부장이 나온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여전히 명백한 핸디캡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높은 자리에 오른 여성을 향해 ‘드센 여자’라는 선입견도 작용하는 것 같고요. 결국 여성 임원의 수가 늘어나야 조금씩 해결되지 않을까요.”
위기의 교육 시장, 답은 ‘아이들’에게
단기간에 빛나는 성과를 낸 키즈스콜레이지만, 핑크빛 미래만 점쳐지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곤두박질치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줄어가는 아이들로 교육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키즈스콜레도 우려를 피해갈 수 없었다.
“아이들이 없어지면 비단 교육업계뿐 아니라 어디에든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 골목 상권이 죽고, 미래 일할 인구도 턱없이 부족해지죠. 더 심각한 문제는 교육 콘텐츠를 소비하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양극화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에요.”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키즈스콜레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비교적 저렴한 값에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꿈꾸는 달팽이’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꿈꾸는 달팽이는 온라인 판매 중심 플레이북으로 저가브랜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출액이 적다. 하지만 미니깜찍팝업북, 달님스위치 사운드북 등의 대표 상품이 3~4세 어린이를 중심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서 대표와 키즈스콜레의 향후 목표는 아이들이 더 행복하고 재미있게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키즈스콜레가 단순한 학습책에 그치지 않고 건강한 학습환경을 마련해주는 에듀테리어(에듀케이션+인테리어)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라요. 앞으로 교구 상품군을 크게 확대하고 그림책 테라피 상품군도 키워나가는 등 K-12(12살 아래 영유아·어린이) 시장에서 습관과 환경에 관련한 모든 것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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