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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도 탐낼 수로·황옥의 러브 스토리…여심(旅심)이 빠진 김해 여행[E-트래블]

수로·황옥의 러브스토리…현실 유적으로
김해 김·김해 허…전설서 나온 종가
알에서 나온 가락국 오마주한 가야테마파크

왕후의 노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분산성에서 보는 노을. [사진 한국관광공사]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 기자] 수로의 촌장들은 거북을 협박했다. 어찌 보면 동물학대다. 龜何龜何(귀하귀하)~ 燔灼而喫也(번작이끽야), ‘거북아 머리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겠다’라니. 이 ‘구지가’는 가락국 김수로왕의 강림 설화다. 막말을 하면서까지, 이들이 원한 것은 무엇일까. 가락국의 왕을 추대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황금알에서 김수로왕이 태어났다. 간절히 원하니 그렇게 됐다.

전설은 신비 더하고, 유적은 역사 단단히

전설은 현실 수로왕릉 앞에 오버랩된다. ‘삼국유사’로 전해진 가락국 김수로왕(재위 42~199)은 넷플릭스도 감복할 스토리텔링이다. 그 노래를 부른 구지봉도 김해에 있다. 김수로는 금관가야의 초대 국왕이자 김해 김씨의 시조다. ‘금관가야=대가야=가락국’은 같은 나라다.

김해 서상동에 있는 수로왕릉을 김해 사람들은 납릉(納陵)이라고 부른다. 5m 높이의 거대 봉분인데, 능의 구조는 석실묘 형태다. 그 면적이 1만8000여 평에 이른다. 이는 왕과 같이 생활하던 사람들을 같이 묻는 순장 풍습이 반영된 구조란 분석이다. 

능의 정문에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마주 보고 있는 쌍어와 태양 문양이 있다. 이 또한 꼬리를 무는 전설을 낳았다. 

인도 아유타에서 온 허황옥과 맺은 사랑의 징표이자, 왕후가 인도에서 왔다는 증좌다. 쌍어 문양은 당시 인도에서 용왕을 의미로 쓰였단다. 물론 인도나 김해수로왕릉의 쌍어 문양은 18~19세기에 조성된 것이란 주장도 있어, ‘하얀 거짓말’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수년 전 군대 얘기도 무용담이 되는 마당에, 2000년 전 가락국 얘기가 전설이면 또 어떠랴.

납릉 옆 수로왕과 허황옥 왕후(?~188)의 표준 영정은 이들의 러브 스토리에 방점을 찍는다. 인도 아유타국에서 시집온 허황옥과 김수로의 사랑 이야기는 우리나라 첫 국제결혼이다. 그 옛날 인도의 공주가 김해로 와서 수로왕과 결혼한 자체가 신비롭고 흥미진진하긴 하다.

수로왕은 사랑꾼이었다. ‘차도남’인 그는 ‘인도남’이 될 걸 안듯, 왕이 된 후 7년 동안 결혼하지 않으며 ‘품절남’을 거부했다. 왕도 하늘의 뜻이었듯 배필도 하늘이 내려줄 것이라 믿은 탓이다.

가야 시대의 철기 문명을 볼 수 있는 가락유물관. [사진 한국관광공사]


바다 너머 바라보고, 마주하고 150년

김해의 지명은 허황옥에 대한 수로왕의 사랑이 그대로 투영됐다. 150년을 해로한 둘이지만, 허황옥은 수로왕에 앞서 10년 먼저 세상을 떠난다. 그 낙망함은 수로왕으로 하여금 김해 지명에 아내의 흔적을 남겼다. 그녀가 닻을 내린 도두촌(渡頭村)을 주포촌(主浦村)으로 바꿔 부르게 했다. 폐백한 고개를 능현(陵峴), 인도서 붉은 기를 내걸고 들어온 바다를 기출변(旗出邊)이라 했다. 이 지명은 조선 시대까지 이어졌다.

오늘에도 허황옥은 남쪽 1㎞ 떨어진 곳의 수로왕릉을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다. ‘생로병사의 비밀’의 0순위 섭외 대상이 될 뻔한 그 둘은 150년을 같이 살고, 2000년을 또 그렇게 바라본다. 수로왕비릉은 가야 건국 설화의 고향 구지봉 인근 분산성 서쪽에 위치했다. 

인도서 가져왔다는 파사석탑을 끼고 있는 왕비 능은, 애초 수로왕의 자리였다. 먼저 간 왕비를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준 것도 사랑꾼에 대한 오마주를 더한다. 이 파사석탑은 탑의 귀가 뭉그러져 있다. 석탑이 주술적으로 행운을 가져온다 하여 그 외피를 사람들이 뜯어가 저리됐단다. 이 석탑의 재질 역시 우리 땅에는 없는 것이란 설명에서는 전설과 현실 사이에 블랙홀이 존재함에 머리가 어찔하다.

인도에서 가져왔다는 파사석탑. [사진 한국관광공사]


2000년 전 ‘기묘한’ 황옥,‘기억한’ 오늘날 인도 왕족 

전설 속 기묘한 이야기는 현실에서 지푸라기를 움켜잡았다. 바람의 방향으로 낮을 읽고, 별빛을 읽어 밤을 밝힌다. ‘정사’(正史)는 당시 인도와 가야의 교역, 해양을 통한 교류의 가능성을 높인다. 불교며 차문화, 철기는 그렇게 오갔다. 인도에서도 이 전설에 방점을 찍었다. 2000년 전 허황옥의 대항해는, 이제 하늘길 열어 1999년 아유타국 왕손 부부가, 2001년엔 인도의 한 시장이 파사석탑 앞에 기념식수를 했다.

분산성 제일 높은 데에 임한 해은사 역시 허황후에 대한 수로왕의 배려다. 멀리나마 인도를 꿈꾸라는 산 정상에 지어줬다. 암자 내 대왕각의 존재 역시 스토리에 힘을 보탠다.

실제 그곳에 서면 김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옛날에도 이곳은 망루의 역할을 했다. 해은사를 이고 있는 분산성은 왜적의 출몰이 한 눈에 보였다. 흥선대원군이 직접 써 내린 만장대 현판 역시 그 일에 있어 최적화된 곳임을 의미한다.

분산성에서 볼 수 있는 노을은 ‘왕후의 노을’이라 불린다. SNS 뷰 맛집이다. 더불어 김해낙동강레일파크에서 바라본 노을은 ‘왕의 노을’이다. 이 파노라마는 서로 마주하니, 영겁의 세월에도 둘의 미소는 부끄러움 가득한 홍조로 채워졌다.
한국관광공사가 이곳을 한국관광 100선의 스토리텔링 2번째로 정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 러브스토리는 왕자 열 명과 공주 두 명을 슬하에 뒀고, 그중 두 왕자에게 허황옥의 성씨를 물려줘 김해 허씨는 모계를 이었다.

김해민속박물관 주위에 있는 수릉원. 가야국 시조인 김수로왕과 허왕후가 함께 거닐었던 숲이라는 의미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가야의 전설 담은 가야테마파크

가야의 전설은 가야테마파크에서 알에서 깨어났다.

이곳에 들어서면 ‘6가야의 황금알’ 조형물과 거북이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철광산 공연장 오른쪽에 있는 거북 가든이다. 수대와 정자, 나무가 있는 정원에는 커다란 거북이 석상과 등껍질을 버리고 도망가는 거북이가 보인다.

MBC 드라마 ‘김수로’(2010년 5~10월, 32부작)의 세트장이 여기에 펼쳐졌다. 2층 높이의 태극전은 웅장하다. 실내엔 AR 체험관과 가야유물 전시관이 있다. 태극전 뒤편에는 산책하기 좋은 연못 정원, 가야 시대의 의복이 전시된 가락정전, 허왕후 스토리관인 왕후전 등이 발길을 잡는다. 허황옥의 신행길을 거울의 방으로 꾸며 놓았다.

가야 하면 철기다. 가야테마파크에서 철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대장간도 있다. 철광산 공연장 뒤에 가야민속마을이 있다. 가야역사를 주제로 그린 만화 전시관 등이 있다. 이밖에 열린 숲속 족욕장, 왕궁 피크닉, 가야마을, 가야 왕궁을 다녀보고, 도자기를 빚고, 국궁의 활도 직접 당겨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이 둘의 사랑을 테마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 ‘페인터즈 가야왕국’도 볼 만하다. 해가 진 뒤에는 3D 미디어 쇼가 볼 만하다.

역사와 전설을 돌아보는 데 지쳤다면 액티비티를 즐겨도 좋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스릴 넘치는 익사이팅 사이클이다. 자전거로 22m 높이의 줄을 타고 왕복 500m를 오가는 체험이다. 높이 15m의 거대한 구조물에 72가지의 장애물 코스를 스릴 넘치게 체험하는 익사이팅 타워는 젊은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가야의 전설을 담은 가야테마파크. [사진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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