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어떻게 하는지 몰라”…은행, 디지털 문맹 품는다
[상생금융 시대] ③ KB국민은행 지난해 7월부터 고령층 위한 이동점포 운영
3월에 우리은행, 시니어 특화 점포 2호점 열기도
디지털뱅킹 소외 없도록 금융 교육 확대 나서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 “아버님, 이체 받는 사람이 검사라고 하지는 않았나요?” 박종순 KB국민은행 시니어 라운지 매니저(60)가 이동 점포 ‘KB 시니어 라운지’ 대형 차량을 찾은 고객 A씨에게 물었다. 800만원을 이체한다는 말에 보이스피싱이 아닌지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A씨는 이체 대상자가 노무사라고 말했고, 다른 국민은행 직원이 이체 대상자를 확인한 뒤 A씨의 이체를 도와줬다.
KB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KB 시니어 라운지’에서는 이런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디지털 뱅킹보다 종이통장 거래가 더 편한 노령층 고객들이 가끔 큰 금액을 찾거나 이체할 경우 보이스피싱을 확인하고 금융 업무를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점포 직원과 고객 사이에 신뢰도 상당히 쌓여 있다. A씨는 이번 이체에서 거래자와의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은행 직원에게 직접 들려주기도 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서울 5개 지역 노인복지관과 협력해 이동 점포 ‘KB 시니어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복지관을 찾은 고객과 시니어 라운지가 운영되는 동네 거주 주민들을 위해 대형 밴이 매주 월요일 서울 중랑구 용마경로복지세터를 시작으로 구로·은평·노원·강서구 등 고령 인구가 많은 서울 5개 지역의 복지관을 방문한다.
오전 10시부터 3시까지 전담직원 1명과 해당 지역의 국민은행 지점 직원 1명, 청원경찰 1명 등 직원 3명이 고객을 받는다. 고객은 ▲소액 현금 입출금 ▲통장 재발행 ▲현금 수령 ▲세금 납부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코노미스트’가 4월 17일 찾은 서울 중랑구 용마경로복지센터에서도 오전 10시 시니어 라운지 차량의 문이 열리자마자 노인 고객 한 명이 이체 업무를 위해 밴에 들어왔다.
시니어 라운지 전담직원인 박 매니저는 “걸어서 20분 거리에 KB국민은행 면목동점이 있지만 마을버스를 타고 가서 지점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다 보면 단순 은행 업무를 마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며 “이런 이유로 시니어 라운지를 이용하는 고령 고객들의 만족감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날 KB 시니어 라운지를 찾은 다른 고객 B씨는 “은행에서 직접 동네를 찾아와 이체 업무를 볼 수 있어 너무 편하다”며 “동네 친구들도 한 주에 한 번만 아니라 2~3번씩 왔으면 하더라”고 전했다. 박 매니저는 “다른 지역의 경우 많을 때면 하루에 40명이 넘는 고객이 찾는다”며 “보통 하루에 약 25명의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 점포 3000개 미만으로…은행권 “시니어 특화 점포는 늘린다”
디지털 뱅킹 시대가 열린 이후 금융소외계층의 피해는 심해지고 있다. 은행권도 이를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수 고객이 더 이상 점포를 찾지 않아 점포 통폐합 필요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고령층 고객들이 대면 거래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포는 매년 빠르게 줄었다. 지난해 말 총 2886개로 처음으로 3000개 밑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639개 줄어든 것이다. 은행별 점포를 보면 지난해 말 ▲국민은행 857개 ▲신한은행 722개 ▲우리은행 713개 ▲하나은행 594개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 때문에 다른 시중은행들도 금융소외계층이 느낄 불편함을 덜기 위해 노인을 위한 특화 점포를 늘리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특화점포를 2021년 12월 27일 서울 신림동 지점에 오픈했다. 이 점포는 금융권 최초의 고령층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영업점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 단순하며, 편안한 영업점을 모토로 신림동지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점포를 만들기 위해 신한은행은 1년간 신림동지점 거래 고객의 빅데이터 분석 및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시니어 고객에 최적화된 영업 공간을 재설계했을 정도로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신림동지점의 디지털 맞춤 영업점을 보면 고령층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배려가 곳곳에 눈에 띈다. 이 지점에는 ▲업무목적에 따라 컬러 유도선 설치 ▲간편업무 창구 사이에 스마트 키오스크 설치 ▲시니어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화면을 적용했다. 번호표 발행기 화면을 크게 확대하고 발행기 항목를 단순업무·예금·적금·대출·외환·투자와 같이 단순화 했다.
또 시니어 고객이 이용하기 어려워 하는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직원이 직접 안내해 시니어 고객이 대면 창구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시니어 특화 점포를 광주광역시에 운영하고 있다. ‘라운지 1968’로 불리는 광주 시니어 특화 점포는 단순히 고령층 고객의 편의를 높인다는 점을 넘어 문화 소외 계층인 고령층의 불편과 소외감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니어 고객들을 위해 모임 공간인 프라이빗룸, 시네마룸, 커뮤니티룸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또 하나은행은 2021년 12월에 폐쇄된 경기도 안산 소재의 상록수지점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9월 ‘하나 톡톡 라운지’로 재탄생시켰다. 이 지점 또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기능까지 갖춘 신개념 점포로 만들어졌다. 올해 3월에는 시니어 고객을 위해 화상상담창구(VTM)도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이 외에도 올해 9월 중에 시니어 특화 영업점을 더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효심 영업점’은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 및 편의성 제고를 위해 신설된 특화점포다. 일반 영업점과는 다르게 안락한 대기 장소와 고령층 친화적인 자동화기기(ATM)가 배치됐다. 고객에게 예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을 주로 제공한다. 주변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와 금융 교육 장소로 이용 가능한 ‘사랑채’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 점포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디지털 금융 교육도 계속 확대한다”
은행들은 고령층 고객을 위한 디지털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노인층 고객도 디지털 뱅킹의 편리함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노년층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우리(WOORI) 어르신 IT 행복배움터’ 1호점을 역촌노인복지관에 열었다. 이곳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조성한 노년층 복합 디지털·IT 교육공간이다. 디지털기기 일체를 비롯해 모바일 금융거래, 길 찾기, 쇼핑, 키오스크 등의 다양한 교육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5월 첫 ‘시니어 대상 디지털 금융교육’을 실시했다. ‘시니어 대상 디지털 금융교육’은 지난해 말까지 50회에 걸쳐 회차별 20명 내외의 교육대상자를 노인복지관과 주민센터 등을 활용해 교육했다. 교육 내용은 금융사기 유형 및 예방법, 모바일 앱 사용법, 시니어 고객 맞춤형 ATM 체험 등이다.
하나은행도 시니어 특화 점포에서 스마트폰 활용 금융교육과 금융사기예방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고, KB국민은행은 한국노인복지관협회, 대한노인회 등 협력기관을 방문해 50~70대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도 4월부터 8월까지 고객 2200여명에게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 외에도 보이스피싱 예방 연극 공연을 후원하는 등 시니어 고객 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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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KB 시니어 라운지’에서는 이런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디지털 뱅킹보다 종이통장 거래가 더 편한 노령층 고객들이 가끔 큰 금액을 찾거나 이체할 경우 보이스피싱을 확인하고 금융 업무를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점포 직원과 고객 사이에 신뢰도 상당히 쌓여 있다. A씨는 이번 이체에서 거래자와의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은행 직원에게 직접 들려주기도 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서울 5개 지역 노인복지관과 협력해 이동 점포 ‘KB 시니어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복지관을 찾은 고객과 시니어 라운지가 운영되는 동네 거주 주민들을 위해 대형 밴이 매주 월요일 서울 중랑구 용마경로복지세터를 시작으로 구로·은평·노원·강서구 등 고령 인구가 많은 서울 5개 지역의 복지관을 방문한다.
오전 10시부터 3시까지 전담직원 1명과 해당 지역의 국민은행 지점 직원 1명, 청원경찰 1명 등 직원 3명이 고객을 받는다. 고객은 ▲소액 현금 입출금 ▲통장 재발행 ▲현금 수령 ▲세금 납부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코노미스트’가 4월 17일 찾은 서울 중랑구 용마경로복지센터에서도 오전 10시 시니어 라운지 차량의 문이 열리자마자 노인 고객 한 명이 이체 업무를 위해 밴에 들어왔다.
시니어 라운지 전담직원인 박 매니저는 “걸어서 20분 거리에 KB국민은행 면목동점이 있지만 마을버스를 타고 가서 지점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다 보면 단순 은행 업무를 마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며 “이런 이유로 시니어 라운지를 이용하는 고령 고객들의 만족감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날 KB 시니어 라운지를 찾은 다른 고객 B씨는 “은행에서 직접 동네를 찾아와 이체 업무를 볼 수 있어 너무 편하다”며 “동네 친구들도 한 주에 한 번만 아니라 2~3번씩 왔으면 하더라”고 전했다. 박 매니저는 “다른 지역의 경우 많을 때면 하루에 40명이 넘는 고객이 찾는다”며 “보통 하루에 약 25명의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 점포 3000개 미만으로…은행권 “시니어 특화 점포는 늘린다”
디지털 뱅킹 시대가 열린 이후 금융소외계층의 피해는 심해지고 있다. 은행권도 이를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수 고객이 더 이상 점포를 찾지 않아 점포 통폐합 필요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고령층 고객들이 대면 거래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포는 매년 빠르게 줄었다. 지난해 말 총 2886개로 처음으로 3000개 밑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639개 줄어든 것이다. 은행별 점포를 보면 지난해 말 ▲국민은행 857개 ▲신한은행 722개 ▲우리은행 713개 ▲하나은행 594개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 때문에 다른 시중은행들도 금융소외계층이 느낄 불편함을 덜기 위해 노인을 위한 특화 점포를 늘리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특화점포를 2021년 12월 27일 서울 신림동 지점에 오픈했다. 이 점포는 금융권 최초의 고령층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영업점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 단순하며, 편안한 영업점을 모토로 신림동지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점포를 만들기 위해 신한은행은 1년간 신림동지점 거래 고객의 빅데이터 분석 및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시니어 고객에 최적화된 영업 공간을 재설계했을 정도로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신림동지점의 디지털 맞춤 영업점을 보면 고령층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배려가 곳곳에 눈에 띈다. 이 지점에는 ▲업무목적에 따라 컬러 유도선 설치 ▲간편업무 창구 사이에 스마트 키오스크 설치 ▲시니어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화면을 적용했다. 번호표 발행기 화면을 크게 확대하고 발행기 항목를 단순업무·예금·적금·대출·외환·투자와 같이 단순화 했다.
또 시니어 고객이 이용하기 어려워 하는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직원이 직접 안내해 시니어 고객이 대면 창구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시니어 특화 점포를 광주광역시에 운영하고 있다. ‘라운지 1968’로 불리는 광주 시니어 특화 점포는 단순히 고령층 고객의 편의를 높인다는 점을 넘어 문화 소외 계층인 고령층의 불편과 소외감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니어 고객들을 위해 모임 공간인 프라이빗룸, 시네마룸, 커뮤니티룸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또 하나은행은 2021년 12월에 폐쇄된 경기도 안산 소재의 상록수지점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9월 ‘하나 톡톡 라운지’로 재탄생시켰다. 이 지점 또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기능까지 갖춘 신개념 점포로 만들어졌다. 올해 3월에는 시니어 고객을 위해 화상상담창구(VTM)도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이 외에도 올해 9월 중에 시니어 특화 영업점을 더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3월 30일 고령층 특화 효심(孝心) 영업점 2호점인 ‘영등포 시니어플러스 효심 영업점’을 개설했다. 시니어 플러스 효심 영업 1호점은 서울 동소문로에 지난해 12월에 영업을 시작했다.
우리은행의 ‘효심 영업점’은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 및 편의성 제고를 위해 신설된 특화점포다. 일반 영업점과는 다르게 안락한 대기 장소와 고령층 친화적인 자동화기기(ATM)가 배치됐다. 고객에게 예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을 주로 제공한다. 주변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와 금융 교육 장소로 이용 가능한 ‘사랑채’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 점포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디지털 금융 교육도 계속 확대한다”
은행들은 고령층 고객을 위한 디지털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노인층 고객도 디지털 뱅킹의 편리함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노년층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우리(WOORI) 어르신 IT 행복배움터’ 1호점을 역촌노인복지관에 열었다. 이곳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조성한 노년층 복합 디지털·IT 교육공간이다. 디지털기기 일체를 비롯해 모바일 금융거래, 길 찾기, 쇼핑, 키오스크 등의 다양한 교육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5월 첫 ‘시니어 대상 디지털 금융교육’을 실시했다. ‘시니어 대상 디지털 금융교육’은 지난해 말까지 50회에 걸쳐 회차별 20명 내외의 교육대상자를 노인복지관과 주민센터 등을 활용해 교육했다. 교육 내용은 금융사기 유형 및 예방법, 모바일 앱 사용법, 시니어 고객 맞춤형 ATM 체험 등이다.
하나은행도 시니어 특화 점포에서 스마트폰 활용 금융교육과 금융사기예방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고, KB국민은행은 한국노인복지관협회, 대한노인회 등 협력기관을 방문해 50~70대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도 4월부터 8월까지 고객 2200여명에게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 외에도 보이스피싱 예방 연극 공연을 후원하는 등 시니어 고객 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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