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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영업이익으로 분석했다, 경영 성과 베스트 CEO는…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 - CEO 경영 평가]① 1000대 기업 성적표 비교
“한전 빼면 선방했다”…관료 출신 조석 1위
고원종, F학점 ‘저조’…1년 새 영업이익 91% ‘급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들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최고경영자(CEO). 흔히 기업을 유기체에 비유하는데, CEO는 ‘뇌’에 가깝다. 기업의 수많은 요소를 제대로 작동시켜 성장시키는 게 CEO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실적을 CEO의 ‘성적표’로 인식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기업의 어떤 지표를 근거로 CEO를 평가할 수 있을까.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가 영업이익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정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영업을 통해 얻은 실제 이익인 영업이익을 따져보는 게 일반적이다. 기업의 주가 역시 성장과 동떨어진 사례가 많다. 기업의 영업이익이 CEO의 성적표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이 지난해 국내 1000대 기업(상장사‧매출액 기준) CEO의 영업이익을 살펴본 이유다. [편집자 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내 1000대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별도기준) 성적표는 상후하박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상반기엔 선방했는데, 하반기엔 실적 악화를 겪었다는 의미다. 국내 1000대 기업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104조3027억원으로 조사됐다. 2021년(146조1502억원)보다 무려 41조8475억원 넘게 줄어든 수치다.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대규모 영업손실 탓이 컸다. 한전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3조9085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감소 규모의 80%에 달했다. 한전의 영업손실을 제외하면, 국내 1000대 기업 영업이익 감소폭은 10%로 줄어든다. 2021년 1000대 기업의 상당수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을 고려하면, 선방한 실적이란 분석이다. 

흥미로운 점은 1000대 기업 중 절반 넘는 기업(535개)이 2021년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늘었다는 것이다. 535개 기업 중에 영업이익 증가율이 20~50%인 기업은 133개(24.9%)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영업이익이 2배 이상 급증한 기업은 111곳(20.7%)으로 나타났다. 61개 기업(11.4%)은 2021년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50~100% 미만 증가 기업 90곳(16.8%) ▲10%대 증가 기업 74곳(13.8%) ▲10% 미만 증가 기업 66곳(12.3%)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적으로 1000대 기업 중 200개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21년보다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이익 40조 넘게 줄었지만…‘1조 클럽’ 늘었다 

1000대 기업 전체의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는 2021년보다 줄었지만,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증가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현대차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21년 6616억원이었는데, 지난해 2조828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1조 클럽에 포함된 기업은 ▲현대글로비스(8945억원→1조5957억원) ▲우리금융지주(5905억원→1조1856억원) ▲LG유플러스(9379억원→1조498억원) ▲메리츠증권(8604억원→1조253억원) ▲삼성SDI(5876억원→1조108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물론 지난해 1조 클럽에서 제외된 기업도 있다.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은 2021년 1조836억원이었는데, 지난해 7996억원으로 줄었다. ▲금호석유화학(1조3427억원→6562억원) ▲NH투자증권(1조2059억원→5501억원) ▲미래에셋증권(1조5587억원→5483억원) 등도 지난해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을 이끄는 CEO 입장에선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포함됐다는 것은 큰 성과인데, 반대로 1조 클럽에서 제외된 것은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며 “CEO들은 1조 클럽 가입 여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선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1000대 기업 중에 삼성전자(31조9931억원)와 SK하이닉스(12조1833억원) 등 2개 기업이 유일하게 연간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었다. 그런데 지난해엔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7조6609억원에 그치치면서 이른바 ‘10조 클럽’에 포함되지 못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5조3193억원으로, 국내 유일한 10조 클럽 가입 기업으로 기록됐다.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대표가 2022년 12월 파브리스 케모간트 GE리뉴어블에너지 오프쇼어윈드 최고커머셜책임자(CCO)와 해상풍력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 HD현대일렉트릭]

조석‧윤춘성‧최수안 등 ‘A학점’ 방긋 

이코노미스트 미디어렙이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 1000억원 초과, 영업이익 증가율 100% 넘는 상위 2%에 속하는 기업 CEO를 추렸는데, 이 중에 1위는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인 것으로 조사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1년 영업이익이 47억원에 불과했다. 그간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지난해 137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이다. 2021년과 2022년 사이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따지면 무려 2794.8%에 달한다. 

특이한 점은 조 대표가 관료 출신 CEO란 점이다. 조 대표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역임한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도 올랐다.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는 경희대 교수로 재직해 학자의 길을 걸었다. 이후 2020년 3월에 HD현대일렉트릭 대표에 올라 회사를 현재까지 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17년에 HD한국조선해양에서 인적 분할된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변압기, 고압차단기 등 전력기기와 배전기기 등을 만드는 회사다. 인적 분할은 기존 주주 구성을 유지해 분할하는 방식을 말한다. 

조 대표 다음으로 이른바 ‘A학점’을 받은 CEO는 윤춘성 LX인터내셔널 대표로 조사됐다. 윤 대표는 2019년 3월부터 지금까지 LX인터내셔널을 이끌고 있는데, 취임 직후인 2019년엔 11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2020년에도 2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2021년에 12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2021년보다 723.6% 급증한 101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1000대 기업 CEO 중에 ‘2등’ 성적표를 받았다. 

3위와 4위는 각각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와 윤병석 SK가스 대표가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엘앤에프의 영업이익은 2021년 417억원에서 지난해 2653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매출액 3조8862억원을 달성,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윤 대표가 이끄는 SK가스의 경우 영업이익이 2021년 985억원에서 지난해 4278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6조9789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최 대표와 윤 대표 모두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이른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경영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5위에는 장재훈·이동석 현대차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2021년에 1000대 기업 중에 매출액은 3위였지만, 영업이익은 48위에 머물렀다. 매출액과 비교해 영업이익 규모가 크지 않아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포함되지 못했는데,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8000억원 넘게 늘면서 전체 영업이익 규모 5위로 올라섰다. 2021년 영업이익보다 무려 327.5%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과 전문경영인들이 손발을 맞추며 영업이익 증가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6위는 김사무엘상현(김상현) 롯데쇼핑 대표, 7위는 고정석·오세철·한승환 삼성물산 대표다. 한승환 대표는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로 자리를 옮겼고, 이 자리를 정해린 대표가 채웠다. 8위는 신영환 대덕전자 대표이며, 홍순기 GS 사장(9위)과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10위)도 톱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11위 임규준 흥국화재 대표 ▲12위 박훈 휴스틸 대표 ▲13위 조병학 해성디에스 대표 ▲14위 김충식 송원산업 대표 ▲15위 KCC 정몽진·정재훈 대표 ▲16위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17위 최철곤 현대건설기계 대표 ▲18위 한철규 한솔제지 대표 ▲19위 최시돈·김영구 심텍 대표 ▲20위 서승우 덴티움 대표이사 등도 톱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원종 DB금융투자 부회장. [사진 DB금융투자]

‘F학점’ 아픔 겪은 경영인은 누구?

1000대 기업 CEO 가운데 영업이익 하락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이른바 ‘F학점’을 받은 경영인은 30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인물은 고원종 DB금융투자 부회장으로 나타났다. DB금융투자의 영업이익은 2021년 1347억원이 넘었는데, 지난해엔 112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이 1년 새 91.7% 급감한 것이다. 고 부회장은 올해 대표가 아닌 금융그룹장을 맡게 됐는데, 1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돼 이사회 내의 역할은 유지된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역시 F학점 CEO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21년(2434억원)보다 86.9% 급감한 319억원에 그쳤다. 이 외에도 ▲궈밍쩡 유안타증권 대표 84.9%↓(3277억원→496억원)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이사 81.5%↓(2254억원→416억원) ▲김도현 SK디앤디 대표 80.2%↓(1951억원→386억원) 등은 1년 새 영업이익이 80% 넘게 급감한 CEO로 조사됐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인 데다, 손실 규모가 확대된 기업은 15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00대 기업 영업이익 감소 규모의 무려 80%에 해당하는 영업손실을 낸 한전이 대표적이다. 정승일 대표가 이끄는 한전은 작년에만 3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1000대 기업 영업손익 순위에서 꼴찌를 기록하게 됐다. 한전의 영업손실은 국제 연료비 상승 등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손실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세에 반영해야 한다. 전기세 인상에 대한 국민 반발이 큰 상황이라, 올해 역시 적자 규모를 줄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 역시 영업이익 급감이란 아픔을 겪었다.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2021년 7219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엔 무려 3조201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 당분간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보인다. 최근엔 LG전자에 1조원을 장기 차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1년 엉업이익이 5000억원 이상이었는데,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한 기업은 2곳이었다. 이들 기업의 대표이사는 ▲신동빈·김교현·이영준·황진구 롯데케미칼 대표(9761억원→-6080억원) ▲이정훈 우리기술투자 대표(7935억원→-4300억원) 등이다. 다만 증권업계 등에선 “이들 기업들이 올해에도 적자 탈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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