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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을 K산업 2차전지]③폭증한 배터리 재고…손실 ‘부메랑’ 우려

배터리3사 재고자산 14조…전년比 72.2% 급증
에코프로비엠 등 소부장 업체도 덩달아 상승
전기차 수요 둔화 보다는 원자재 확보 난항이 원인
완성차 수요 둔화 시 전기차 판매도 비례해 감소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높아지는 재고 부담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창고에 쌓여 있는 14조원 규모의 재고가 향후 부메랑이 돼 크나큰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등 배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의 재고의 경우 더욱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 SK(034730)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해 기준 재고자산은 총 13조73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2% 증가했다. 재고자산은 일상적인 영업활동 과정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보유하는 상품과 제품, 재공품, 원재료, 저장품으로 구성된다. 

업체별로 보면 SK온의 재고자산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SK온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3조5358억원으로 전년(1조5927억원) 대비 122% 급증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같은 기간 3조8958억원에서 6조9956억원으로 79.6% 늘었고, 삼성SDI는 2조4873억원에서 3조2045억원으로 28.8% 증가했다.

배터리 제조사들의 재고자산 증가는 소부장 업체들의 재고 상황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에코프로비엠(247540)과 포스코퓨처엠(003670)(구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066970) 등 주요 이차전지 소부장 업체들의 지난해말 기준 재고자산은 총 2조95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3.6% 늘었다. 

업체별로 보면 에코프로비엠이 3394억원에서 8564억원으로 152.3% 증가했고 엘앤에프는 2615억원에서 1조2277억원으로 369.5% 급증했다. 포스코퓨처엠도 같은기간 4406억원에서 8701억원으로 97.5% 늘었다.
전기차 배터리 주요 소재인 리튬으로 만든 리튬 이온 배터리. [게티이미지]

수요는 굳건…문제는 리튬 확보

시장에서는 배터리업체들의 재고자산 증가가 전기차 수요 둔화보다는 리튬을 비롯한 중간재 확보 어려움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중간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객사에 제품을 납품하지 못했고 재고자산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리튬배터리는 리튬의 이온이 음극에 저장·충전됐다가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에너지가 발생하는 원리로 작동하는데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과 혼합해 제조한다. 현재 배터리 핵심 광물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이 주도권 확보를 위해 패권 경쟁에 나선 상태다. 특히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의 경우 경쟁이 과열된 상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제조 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의 경우 핵심 광물을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산화리튬 포함) 전체 수입액 36억8000만 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액은 32억3000만 달러로 87.9%를 차지했다. 코발트는 지난해 전체 수입액 2억5000만 달러 중 중국 수입액이 1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코발트 수입액 중 72.8%에 해당된다. 천연흑연은 전체 1억3000만 달러 중 무려 1억2000만 달러(94%)가 중국에서 수입된다.

반면 배터리 수출은 미국 등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이뤄져 주요 국가들의 패권 다툼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장 국내 업체들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중국산 광물 사용을 중단해야 되는 처지에 놓였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지만 리튬 소재가 부족해 배터리를 조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 소부장 업체들의 재고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전기차 충전 구역에 전기차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늘어난 재고에 재무부담 가중

일각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받쳐주더라도 재고자산 문제가 단기간 내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국내 배터리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배터리의 경우 원자재 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재고자산의 증가가 크나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 리튬 등 중간재 확보에 적극 나서야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조립 지연으로 재고 부담이 늘어난다면 국내 배터리 생태계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리튬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지 않을 경우 기업의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수요가 아무리 많더라도 물건을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잠재적 위험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경기침체에 따른 완성차 수요 둔화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완성차업체들이 의무적으로 판매해야 되는 친환경차 규모가 전체 완성차 판매 감소로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장 국내만 보더라도 연 1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국내 판매량의 12% 이상을 무공해차로 보급해야 된다. 연간 2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한국GM과 르노코리아자동차, KG모빌리티 등은 8% 이상을 보급해야 된다. 무공해차에는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저공해차 3가지가 포함된다.

이 교수는 “완성차업체에 대한 전기차 의무 판매라는 제도 영향으로 배터리 수요도 당분간은 굳건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돼 내연기관차 판매가 부진할 경우 전기차 의무 판매 대수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에 배터리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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