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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왕국이 어쩌다” 매출·신뢰도 ‘뚝’...흔들리는 홈쇼핑

[송출수수료 ‘10년의 덫’]① 홈쇼핑은 왜 동네북이 됐나
업계 1위 CJ ENM부터 주요 홈쇼핑사 영업이익 하락
이커머스 급성장에 경쟁 치열, 송출수수료 부담 커져

롯데홈쇼핑 방송 화면 모습. [사진 롯데홈쇼핑]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백미가 열량을 많이 높이죠. 그래서 백미 대신 이렇게 좋은 곡물인 치아시드, 햄프시드, 아마시드, 귀리, 현미, 퀴노아만을 넣었습니다.”(현대홈쇼핑 방송 중) “마지막 주문 전화를 받겠습니다.”(롯데홈쇼핑 방송 중)

두 홈쇼핑 방송 내용은 쇼호스트의 거짓 발언으로 올해 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지적 받은 내용이다. 현대홈쇼핑 쇼호스트는 상품 주재료가 쌀이었지만 쌀이 들어있지 않다는 허위 정보를 반복해 홍보했고, 롯데홈쇼핑 쇼호스트는 매진 관련 표현을 소비자에게 거짓으로 전하며 구매를 유도했다. 

과거 ‘쇼핑 왕국’으로 통하던 홈쇼핑 방송이 영업이익 하락세에 허덕이고 최근에는 거짓과 자극적인 과장 방송으로 소비자 신뢰까지 잃으며 위기에 봉착했다. 실적 감소에 발버둥치듯 무리수를 둔 방송이 잇따라 나오고, 이에 소비자는 더욱 등을 돌리는 등 악순환으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홈쇼핑사 매출·영업이익 모두 감소 

실제 주요 국내 홈쇼핑 수익성은 악화됐다. 업계 1위인 CJ ENM 지난해 커머스 사업 부문 매출액은 1조35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23억원으로 전년 대비 39.75% 줄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매출액 1조101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27억원으로 2021년에 비해 15.8% 감소했다. 롯데쇼핑홈쇼핑 사업 부문도 지난해 매출 1조78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5%가 줄었다. 유일하게 업계 2위인 GS홈쇼핑만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0.94%, 4.47% 소폭 증가했지만, 이는 세금 환급으로 인한 이익 개선이었다. 

홈쇼핑 업계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21년부터 감소세를 나타냈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7개 TV홈쇼핑사(CJ, GS, 현대, 롯데, NS, 홈앤, 공영)의 매출액은 5조8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줄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6026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홈쇼핑사의 이 같은 위기를 이커머스와 같은 온라인 쇼핑 채널의 급성장과 쇼핑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과거에는 몇 안 되는 TV채널 사이의 전쟁이었다면 이제는 T커머스(T-commerce, 데이터 홈쇼핑 채널)를 넘어 라이브커머스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실시간 TV홈쇼핑채널 7개사와 T커머스 10개사가 경쟁 중이다. 아직까지 T커머스 시장은 원조격인 TV홈쇼핑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성장세는 TV홈쇼핑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탈TV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시장 트렌드 변화나 수요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T커머스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치열해진 경쟁이 홈쇼핑사의 송출수수료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TV홈쇼핑 송출수수료 증가는 T커머스의 성장 시기와 일치한다. T커머스는 데이터 방송 활성화 취지로 2005년 10개 사업자가 승인됐으나 개점휴업을 면치 못하다 2014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의 가이드로 사업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송출수수료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해도 2014년이다. 이후 경쟁이 심화되면서 송출수수료는 매년 8%대 신장률을 보이며 2019년 1조75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엔 1조9069억원을 돌파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수료 상승률은 23%에 이른다. 

모바일 채널로 분위기 쇄신 꾀하지만...한계 명확  

롯데홈쇼핑이 라이브 커머스 '엘라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롯데홈쇼핑 화면 캡처]
이 같은 흐름에 홈쇼핑사들은 앞다퉈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선보이며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 모바일 쇼핑 채널을 구축해 젊은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막대한 송출수수료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현재 현대홈쇼핑은 라이브 커머스 ‘쇼(Show)핑 라이브’를 운영하고, 롯데홈쇼핑은 ‘엘라이브’(Llive), GS홈쇼핑은 ‘샤피라이브’(Shoppy Live), CJ온스타일은 ‘라이브쇼’를 진행하며 모바일 채널에 공을 들이고 있다.
 
TV에서 모바일로 체질 변화를 위해 조직 개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CJENM은 모바일 중심의 쇼핑 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TV홈쇼핑 부분인 CJ오쇼핑과 인터넷쇼핑몰 CJ몰, T커머스인 CJ오쇼핑플러스를 모두 하나로 통합해 현재의 CJ온스타일을 완성했다. GS홈쇼핑 역시 온라인 쇼핑 강점을 지닌 GS리테일과 합병해 기존 TV홈쇼핑 내 모바일 채널 조직과 GS리테일의 디지털 조직을 통합해 온라인 쇼핑 사업을 키웠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에도 ‘국내 홈쇼핑사가 지닌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는 등 모바일 채널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결국 TV 중심의 홈쇼핑 DNA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평가다.  
 
쇼핑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사가 모바일 퍼스트 전략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들이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는 결국 ‘작은 TV홈쇼핑판’에 불과하다”며 “라이브 커머스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긴밀한 대화, 소통이 중요한데 전통 홈쇼핑사의 라이브 커머스는 세팅된 상품안내자가 등장하는 등 라이브 커머스 장점을 발휘하지 못해 모바일 쇼핑 플랫폼과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홈쇼핑 방송 신뢰 문제도 과제로 꼽힌다. 다른 쇼핑 업계 관계자는 “방송 중 욕설한 쇼호스트부터 허위와 과장 방송으로 지적을 받기까지 홈쇼핑 방송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며 “개인이 운영하는 라이브 커머스와 홈쇼핑 방송과의 가장 큰 차이가 신뢰성이었는데, 이마저도 무너진 상황에 소비자는 홈쇼핑사 판매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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