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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 걷던 픽업 시장...KG 신차로 되살아난다

[뜨거워진 픽업 시장]①
시장 1위 KG모빌리티 하이엔드 모델로 경쟁력 강화
GM·포드 등 신형 픽업트럭 선보이며 성장 기대감 높여

KG모빌리티의 대표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 칸. [사진 KG모빌리티]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KG모빌리티가 하이엔드(최고 품질·사양) 모델을 추가해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다. 여기에 제너럴모터스(GM), 포드(Ford) 등 수입 브랜드도 신형 픽업트럭을 속속 출시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2019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올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성장 기회 놓친 국내 픽업트럭 시장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캠핑 등 야외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2019년에는 4만2825대가 팔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자동차 통계 조사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연도별 국내 픽업트럭 신규 등록 대수(국산 및 수입 포함)는 2020년 3만8929대, 2021년 3만902대, 지난해 2만9685대로 매년 감소했다.

올해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1분기(1~3월) 국내 픽업트럭 신규 등록 대수는 4656대로 전년 동기(1만139대) 대비 54.1% 줄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하락세가 기존 모델의 노후화, 선택지(구매 가능 모델) 부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 점유율 87%(지난해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KG모빌리티의 주력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는 지난 2018년 출시된 모델이다. 이후 디자인 변경, 옵션 추가 등 상품성 개선을 지속했지만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KG모빌리티의 전신인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 돌입으로 신차 출시 등이 지연된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토종 자동차 브랜드(현대자동차, 기아, KG모빌리티) 중 픽업트럭을 생산·판매하는 곳이 KG모빌리티뿐이라는 점도 관련 시장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의 경우 제품 라인업에 픽업트럭 싼타크루즈가 존재하지만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만 판매되고 있다. 기아의 경우 내년부터 모하비 기반 픽업트럭을 오토랜드 화성에서 생산할 계획이지만, 국내 판매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야외, 레저활동의 증가로 픽업트럭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픽업트럭은 세컨드카의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운영 및 관리 비용이 일반 승용차보다 많이 들고, 시장 참여자가 많지 않다는 점까지 더해지면서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시장 선도’ KG모빌리티 신차 투입 나서

KG모빌리티는 쌍용차 시절 국산 브랜드 최초의 픽업트럭인 무쏘 스포츠(2002년)를 출시한 이래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로 진화를 거듭하며 관련 시장을 이끌어왔다. KG그룹 가족사로 편입된 이후 제품 경쟁력 확보에 나선 KG모빌리티는 기존 렉스턴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 칸에 ‘쿨멘’(CULMEN)이라는 하이엔드 모델을 추가해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디자인에서 가장 큰 변화는 헤드램프 디자인과 그릴이다. 좀 더 강인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디자인이 채택됐다. 크기도 좀 더 커졌다. 렉스턴 스포츠의 전장(길이)은 5095mm이지만, 쿨멘은 5105mm에 달한다. 스포츠 칸 역시 길이가 기존 5405mm에서 5415mm로 늘었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픽업 모델이 기존 2개에서 4개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며 “하이엔드 모델이 라인업에 추가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KG모빌리티는 신규 법인인 KG S&C로 특장 사업까지 진출해 옵션 등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그동안 협력사 등을 통해 진행해 온 차량용 액세서리를 직접 제작해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는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어느 정도 입증됐다. 지난 4월 9일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진행된 온라인 경매에서 풀 드레스업(Dress-up, 차량의 외관을 꾸미는 행위)된 렉스턴 스포츠 칸이 5890만원에 판매됐다. 이는 경매 시작가보다 1850만원 높은 금액에 낙찰된 것이다.

수입 브랜드의 연이은 신형 픽업트럭 출시도 관련 시장 성장의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GM 산하 RV(레저용차) 전문 브랜드 GMC는 지난 2월 초대형 픽업트럭 시에라의 최상위 모델인 드날리를 국내 공식 출시했다. 시에라 드날리는 지난 1987년 글로벌 출시 후 5세대를 거치며 진화한 GMC의 대표 픽업트럭이다. 길이 5890㎜의 압도적인 크기와 프리미엄 모델에 걸맞은 첨단 사양 등이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이 모델은 출시 이틀 만에 첫 선적 물량 100대가 모두 완판될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포드코리아)는 4월 24일 신형 레인저를 공식 출시했으며, 이달부터 고객 인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지난 2021년 처음으로 국내 판매를 시작한 레인저는 약 2년 만에 4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경쟁력이 강화됐다. 가솔린 픽업트럭이 주를 이루는 한국 시장에 디젤 모델로 차별화를 가져간 것이 특징이다. 강력한 토크 기반의 디젤 엔진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노렸다는 것이 포드코리아 측 설명이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보면 고사양 모델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며 “고금리 등의 변수가 있지만 하이엔드 픽업의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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