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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불황이라는데…TSMC 이익 10조 vs 삼성전자 손실 4조 이유는?

[한국 반도체의 명암]②
선주문 후생산, 파운드리 사업서 차이
경계현 사장 “5년 안에 TSMC에 앞설 수 있다”
TSMC 가격 인상 시도, 삼성의 기회 여부 주목

대만 반도체 대표기업 TSMC의 로고.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글로벌 반도체 불황에도 주요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실적이 곤두박질하는 가운데서도 ‘선방’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대규모 손실에 당분간 적자 걱정을 놓지 못하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반도체 사업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4월 삼성전자가 발표한 1분기 연결기준 잠정 실적을 보면 640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가전‧컴퓨터, 모바일경험(스마트폰‧MX)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에서 4조2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DS(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4조58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던 셈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DX사업 가운데서도 스마트폰으로 3조9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사실상 지난 1분기는 스마트폰이 살린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2022년 1분기 8조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손실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의 경우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TSMC는 지난달 온라인 실적 설명회를 통해 영업이익이 2312억 3800만 대만달러(약 10조6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의 늪에서도 작지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는 뜻이다. 전 분기보다 매출은 18.7%, 영업익은 2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손실을 기록했던 삼성전자보다 사정이 나았던 셈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지난 1분기 실적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4분기에도 TSMC는 3250억 대만달러(약 13조2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3%, 78% 증가한 수치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S부문에서 영업이익 2700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1년 전과 비교하면 96.9% 감소한 수준이다. 파운드리에서 분기‧연간 최대 실적을 냈지만, 메모리 재고자산 평가 손실과 수요 감소가 이어지며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TSMC 실적 차이는 반도체 공급 방식에서 비롯한다. 파운드리 사업은 ‘선주문 후생산’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문받은 만큼 반도체를 생산해 해당 업체에 공급하기 때문에 재고가 쌓일 우려나 가격이 급등락하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애플,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주요 고객사로 잡고 있는 점도 TSMC의 매출이 꾸준히 유지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0%를 장악한 1위 기업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생산량을 직접 결정한다. 반도체 시장이 호황이면 큰 이익을 내지만, 반대로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 손실이 날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부침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최근 가격 방어를 위해 감산 결정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파운드리 사업도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위로 1위인 TSMC를 뒤쫓고 있지만, 아직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58.5%, 15.8% 수준이었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손실에도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등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TSMC와의 격차를 줄이고,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현재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4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강연하는 모습.[사진 삼성전자]

TSMC 가격 인상 타진…삼성전자에 기회?

최근 TSMC가 대만 이외 지역에서 생산한 반도체의 경우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가격을 30% 높게 책정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 결정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변화가 생길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TSMC가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경우 수익성이 더 좋아지는 것은 물론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 업체로서 위상이 공고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2024년 하반기 양산 예정인 미국 애리조나 공장과 일본 구마모토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의 판매 가격을 놓고 고객사들과 협상 중이다. 고객사들은 가격 동결을 요청하고 있지만, TSMC는 대만 외 지역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경우 인건비 등 생산 단가가 높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인상된 가격에도 TSMC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삼성전자나 인텔 등 주요 기업들이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가격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TSMC가 반도체 생산능력과 기술 측면에서 인정받고 있어 고객사 교체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을 발판을 마련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운드리 2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TSMC의 고객사 중 일부를 끌어올 수 있다면 점유율을 좁힐 수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사장은 지난 4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삼성 반도체의 꿈과 행복: 지속 가능한 미래’ 강연에서 “냉정하게 얘기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TSMC에 1~2년 뒤처져 있다”면서도 “TSMC가 2나노미터 공정에 들어오는 시점부터는 삼성전자가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5년 안에 TSMC를 앞설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TSMC가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그래도 가격 인상을 고려하는 것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거나, 다른 기업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과 부지 모습.[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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