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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손님 받을 준비됐나? [한세희 테크&라이프]

누리호, 2022년 6월 2차 발사 성공…24일 3차 발사 예정
실제 임무 가진 ‘실용급 위성’ 궤도 올리는 목적으로 발사
韓 세계서 7번째 자체 발사체 보유…우주 경제 도전 본격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총조립동에 누리호 1·2단이 누리호 1·2단이 결합돼 보관 중인 모습.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지난해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처음으로 우주 궤도에 올랐다. 2010년부터 2조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이 드디어 열매를 맺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로 자체 발사체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누리호는 700㎞ 목표 궤도에 무사히 올라 위성모사체와 성능검증위성을 궤도에 투입했다. 이어 성능검증위성에서 우리나라 4개 대학에서 만든 초소형 큐브위성 4기가 다시 사출됐다. 발사체를 제대로 쏘고, 싣고 간 위성을 무사히 궤도에 올릴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당시 발사와 위성 투입이라는 발사체의 기본 기능을 두루 확인했지만, 이전까지 로켓 발사에 제대로 성공해 본 적이 없던 한국으로서는 발사체가 무사히 이륙해 목표 궤도에 진입하는지가 관심의 초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누리호에 탑재된 위성 역시 누리호의 위성 투입 능력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성능검증위성과 대학원 학생 연구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큐브위성들이었다.

누리호 발사 성공과 함께 누리호 개발사업은 마무리되고, 이제 누리호 고도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누리호 고도화 사업은 누리호를 4번 더 발사하며 신뢰도를 높이고, 더욱 다양하고 많은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5월 24일 3차 누리호 발사

이에 따른 세 번째 누리호 발사가 다음 주로 다가왔다. 오는 5월 24일 오후 6시 24분 전남 고흥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발사될 예정이다. 누리호 자체는 이전 발사에 비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지난번과 같은 구조의 누리호를 새로 조립해 사용한다.

가장 큰 차이는 실제 임무를 가진 실용급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미션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누리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도요샛’ 등 총 8기의 위성을 싣고 올라간다.

발사체는 인공위성이나 우주 탐사선 등의 화물, 이른바 ‘페이로드’(Payload)를 우주에 쏘아주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스페이스X가 팰컨9 같은 발사체를 이용해 외국의 위성을 대신 우주에 보내는 사업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현재 달 궤도를 돌고 있는 한국 최초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도 작년 8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팰컨9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즉,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누리호가 ‘손님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손님을 받아 실어드리는 ‘서비스 마인드’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이 이번 3차 발사와 지난번의 차이”라고 말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장이 지난 5월 3일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누리호 3차 발사 전 현장설명회에서 개발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객 모시고 실전 발사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합성개구레이다(SAR·Synthetic Aperture Radar) 기술 국산화를 목표로 하는 위성이다. SAR은 우주에서 지상으로 전파를 쏘아 되돌아온 신호를 수집해 선명한 지표 영상을 얻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광학 카메라는 구름이 끼거나 빛이 흐리면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없지만, SAR은 외부 환경에 상관없이 또렷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누리호 발사 예정 시간이 지난번 오후 4시에서 이번에 오후 6시 이후로 늦춰지고, 발사 궤도도 지난번 700㎞에서 이번에 550㎞로 낮아진 것도 차세대소형위성 2호의 요구 사항에 따른 것이다. SAR 위성은 전력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위성의 태양전지 패널이 최대한 많은 태양 빛을 받을 수 있는 궤도에 투입해야 한다. 위성이 항상 태양 빛을 받을 수 있는 ‘여명-황혼 궤도’에 올리기 위한 시간대와 고도에 따라 발사 시간과 목표 궤도가 결정된 것이다.

도요샛은 크기 300x200x100㎜, 무게 10㎏의 초소형 위성이다. 같은 위성 4기가 함께 편대비행을 하며 우주 날씨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단일 위성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여러 흥미로운 정보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본래 해외 발사체를 이용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사가 미뤄지다가 결국 누리호에 실리게 되었다.

이 외에도 루미르와 져스텍, 카이로스페이스 등 우주 분야 벤처 기업들이 개발한 큐브위성도 누리호에 실려 발사된다.

또 이번 3차 발사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제작을 맡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담당하던 발사와 운용 책임을 점차 인수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이 나로우주센터 위성보관동에 입고된 도요샛 위성에 대한 최종 점검 작업을 수행중이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 질서 세워가는 시기…기술·우방 절실

누리호는 2027년까지 4번에 걸쳐 발사를 거듭하며 위성을 10개 이상 투입하며 신뢰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물론 이미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우주기업이 재사용 위성을 써서 페이로드 발사 비용을 극적으로 낮춰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발사체 개발에 나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의문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자체 우주 수송 능력 보유는 우주 경제에 대한 본격적 도전이 이뤄지고, 이에 부응해 국제 사회가 새로운 우주 질서를 찾기 시작한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역량이 될 수 있다.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렛대는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위해 누리호 발사 시간을 조정하고, 일정이 지연되던 도요샛을 발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자체 발사체 보유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해외 발사체에만 의존하면 전쟁이나 외교적 갈등 등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적 문제 때문에 발사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 발사하려는 위성에 대한 최적 조건을 맞추기 어렵거나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발사체 외에도 우리가 보유한 다양한 우주 과학 기술은 다른 나라와의 우주 협력을 위한 기반이 된다. 다누리는 유인 달 착륙 지점을 찾기 위한 장비인 섀도우캠을 장착하고, 이 데이터를 미국과 공유한다. 천문연도 도요샛이 관측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협약을 맺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방미 중 카밀라 해리슨 미국 부통령과 양국의 우주 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미국이 우주 공간에서의 통신을 위한 심우주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우리나라 심우주 안테나를 활용하고, 미국의 달 궤도 우주정거장 건설과 달 거주를 위한 로봇 개발 등에 협력한다.

기술 패권 전쟁 시대, 경제와 안보를 위한 또 다른 경쟁의 장이 된 우주에서 입지를 얻기 위해 최대한 자체 기술을 확보하고, 우군을 늘여 나가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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