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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의 기적’ 홀인원보험, 사기꾼 판쳐도 계속 파는 이유[보험톡톡]

조작 쉬워 보험사기 많으니...사실상 ‘적자’
단속 강화되며 손해율 안정화, ‘양질DB’ 확보 이점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우리는 살면서 대부분 보험 하나쯤은 가입합니다. 하지만 내가 가입한 보험상품이 내게 왜 필요한지, 어떤 보장을 담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막연히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알고 싶지 않아하는 것 아닐까요. 어려운 보험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보험업계 소식과 재테크 정보를 '라이트'하게 전달합니다.[편집자주]

‘홀인원 보험사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지만 보험사들이 이 상품의 판매 중단은 고려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체로 홀인원 보험은 손해율이 100%를 넘겨 수익성이 낮지만 보험사들이 단독 및 특약 형태로 꾸준히 판매 중이다. 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이 홀인원 보험을 통해 양질의 고객 정보를 확보하고 있어 판매를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홀인원 보험, 사기범들 표적된 이유

홀인원 보험이란 가입자가 홀인원 성공 후 기념품 구입, 축하만찬, 축하라운드 등에 들어간 비용을 보상받는 상품이다. 파3홀서 첫 타에 공이 홀에 들어가는 경우를 말하는 홀인원은 통상적으로 성공 확률(일반인 기준)이 0.008%정도로 알려진다. 

홀인원 성공 시에는 동반자들에게 행운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진다. 이때 쓰는 비용만 수백만원에 달할 수 있어 아예 이를 보장하는 홀인원보험이 등장했다. 

홀인원 보험은 단독 상품으로 판매되거나 레저보험, 운전자보험 등에서 특약 형태로도 가입할 수 있다. ‘보험수퍼마켓’ 보험다모아에 따르면 홀인원 보장 담보가 포함된 관련 골프보험의 월 보험료는 최저 2500원부터 10만원대 이상까지 다양하다. 홀인원 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골퍼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재미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홀인원 보험이 보험사기범들에게 악용될 여지가 많은 상품이라는 점이다. 홀인원보험은 가입자가 인근 식당이나 골프용품점 등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영수증과 골프장에서 받은 홀인원 증명서를 제출하면 보험금이 지급된다.

만약 보험사기범이 골프장 업주와 짜고 ‘가짜 인증서’를 발급받아도 보험사 입장에서 실제 홀인원 여부를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또 사기범들은 기념품이나 음식 등의 신용카드 영수증을 보험사에 제출한 뒤 보험금을 지급받으면 해당 결제내역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부정 편취하고 있다. 

이처럼 조작방식이 쉽다 보니 금융당국도 홀인원 보험사기를 예의주시한다. 지난해 9월에는 경찰과 합동수사에 나서기도 했고 지난 8일에는 금융감독원이 홀인원보험사기를 이유로 전·현직 보험설계사 50여명에 대해 등록 취소 또는 업무정지 등의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특히 홀인원 보험사기는 보험금 지급 과정을 훤히 알고 있는 보험설계사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보험설계사는 골프동호인 수십명을 동원해 홀인원을 한 것처럼 조작해 수년간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홀인원 보험은 보험사기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지만 손해보험사들은 판매 중단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눈치다. 일단 수익성이 있는 상품은 아니지만 손해율 측면에서 그렇게 큰 부담을 주는 상품도 아니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홀인원 보험은 2013년부터 손해율이 급증하기 시작해 2015년에는 130%가 넘었다. 이후 손보사들은 홀인원 비용을 전부 보장하는 대신 정액제로 바꿔 손해율을 안정화시키기 시작했다. 현재도 홀인원 보험 손해율은 100% 이상이지만 갈수록 안정화되는 추세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홀인원 성공 시 식사, 트로피 제작 등에 든 수백만원의 비용을 모두 보장해줬지만 현재는 100만~200만원 수준의 정액만 보상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꾸준히 보험사기 조사 및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홀인원 보험 손해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지난해 백내장 보험사기를 집중단속하면서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크게 줄었다”며 “홀인원 보험도 보험사기율이 낮아지면 손해율이 더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홀인원 보험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보험사에 이득을 안겨준다. 골프장을 찾는 고객은 대부분 경제력을 갖춘 40대 이상 중년층들이 많다. 이들의 DB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득이라는 얘기다. 이들을 대상으로 다른 상품 연계 판매도 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DB 확보를 위해 매년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며 “홀인원 보험은 구매력이 좋은 양질의 고객 DB를 확보할 수 있어 보험사 입장에서 포기하기 어려운 상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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