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인재 300명 머리 맞댄 자리…허서홍 부사장이 건넨 ‘따뜻한 조언’
신사업 발굴하는 GS해커톤, 무박 2일 일정 ‘스타트’
계열사 벽 허물고 업무 관행 탈피…문제 해결에 오롯이 집중
“GS그룹이 마주한 문제는 ‘친환경’…기술로 기회 잡아야”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벽을 부숴라!”(Break the wall)
GS그룹 내 핵심 인재 약 300명이 모였다. 11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GS그룹 해커톤’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12일 오후 5시까지 무박 2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의 목적은 계열사 간 벽을 허물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있다.
GS그룹은 지난해 ‘친환경 신사업’ 발굴을 주제로 해커톤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해커톤 대회는 ‘장벽을 깨다’는 주제에 맞춰 GS그룹 19개 계열사 직원들은 소속과 상관없이 5인 1조로 팀을 꾸렸다. 각자의 위치에서 쌓은 역량·관점을 한자리에서 나누며, 혁신을 찾아내는 짧고 굵은 여정이 시작됐다. GS그룹 300여 명의 인재들은 이날 오전 개막식을 기점으로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GS그룹 해커톤은 허서홍 ㈜GS 미래사업팀 부사장이 후배들에게 건넨 따뜻한 조언으로 막을 올렸다. 허 부사장의 개회사 후엔 GS벤처스가 투자한 두 곳의 스타트업 대표가 참가자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했다. 허 부사장이 GS그룹이 마주한 ‘벽’을 소개했다면, 두 스타트업 대표는 이 벽을 ‘어떻게’ 깨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강재운 레브잇 대표는 ‘역할의 틀을 벗어나자’는 주제로,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단계별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발표를 진행했다.
“GS그룹 마주한 문제는 환경…되레 사업 기회로 삼아야”
“10년 넘게 GS그룹에서 일하며 다양한 여정을 보낸 선배로서 이 자리에 올랐다”는 말로 개회사를 시작한 허 부사장은 “GS그룹의 남은 여정은 여러분의 역량에 달려있다. 응원한다”는 말을 끝으로 무대를 내려갔다.
허 부사장은 GS그룹 전반의 신사업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투자한 스타트업들과 시너지를 발굴해 GS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업무를 수행 중이다. 그가 후배 직원들에게 제시한 GS그룹의 문제는 ‘친환경에 대한 요구’로 압축된다. 친환경과 관련한 사회적 요구가 GS그룹이 당면한 문제이자, 새로운 사업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 부사장은 “GS그룹이 LG그룹에서 분사한 지 어느덧 21년이 지났다”며 “에너지·건설·유통…. 분사한 사업 영역 모두 매력 있고 훌륭하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선 GS그룹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란 시대 변화와 성장성이란 고민을 마주하게 된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GS가 오랜 시간 영위해 온 석유화학 산업은 탄소 배출량 감축이란 시대적 요구를 마주하고 있다”며 “과거 GS그룹은 이런 문제들에 비교적 수동적으로 대응했고 숙제처럼 여겨왔으나,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할 때이고 실제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어 되레 GS그룹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단 견해다. 허 부사장은 이 같은 변화의 대표적 사례로 ▲바이오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기후 변화 대응 기술(Climate tech)에 GS그룹이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그는 “GS그룹이 말하는 바이오는 일반적인 바이오 산업 영역과 다르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물질을 개발하는 게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의 핵심”이라며 “순환 경제의 경우, 기후변화 대응 기술의 ‘끝판왕’으로 볼 수 있다. GS가 생산하는 품목들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시장에 숱하게 등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에 대한 투자가 되레 사업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시기가 왔다”며 “현재 GS그룹은 어떤 기업보다 기후 변화 기술에 관심이 많은 곳이고, 이를 통해 미래 사업에 대한 기회를 잡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요한 건 ‘문제 해결’ 능력”
허 부사장은 GS그룹이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스타트업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다가가는 스타트업과의 사업적 시너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허 부사장은 “스타트업의 혁신을 GS그룹이 품으려면, 자체적인 혁신 구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GS그룹은 전사 차원에서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투자사 GS퓨처스(미국)와 GS벤처스(한국)를 운영 중이다.
허 부사장은 “GS그룹 벤처캐피털(CVC)이 진행하는 사업은 일반적인 투자와 다르다.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마련을 중심에 두고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GS와 연을 맺고 회사 규모가 커지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보다 GS그룹이 이들과 협력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커톤에서 좋은 신사업 모델이 나온다면 투자하겠다. GS그룹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며 웃었다.
GS벤처스가 주목한 두 스타트업 대표는 허 부사장이 제시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맞춰 발표를 진행했다. 그간 사업을 키워오며 현장에서 느낀 노하우를 발표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모바일 초저가 커머스 플랫폼 ‘올웨이즈’ 운영사 레브잇을 만든 강 대표는 역할에 얽매이지 않아야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 20명의 인원으로 올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는 직군을 따로 규정하지 않고 모두 문제 해결사(Problem Solver)란 역할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개발자·마케터·기획자 등으로 역할을 규정하면 정작 문제 해결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꺼내놓기 어렵다. 문제가 보여도 ‘내 업무가 아니다’며 손을 데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역할의 규정 없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역량을 직원 스스로 찾는 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경영 기조가 현재 레브잇의 발전을 이룬 근간이 됐다고도 했다.
강 대표는 “레브잇은 이력이나 학력 등을 보지 않고 7개 역량만을 평가해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기업 운영이 사업을 진행하며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돌파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커톤에서만큼은 여러분도 역할에 함몰되기보다 문제만 바라보는 몰두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 역시 문제 해결 능력이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량이 된다고 봤다. 그는 “제가 생각한 문제는 피자는 햄버거만큼 유명하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인데, 왜 맥도날드처럼 가볍지 못할까였다”며 “햄버거는 싸고 가볍고 빠르지만, 피자는 비싸고 무겁고 느리다는 점을 해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고피자를 ‘맥도날드’처럼 만들기 위해 진행했던 사업 과정들을 설명하며 “가장 중요한 건 문제를 발견했을 때 이를 끈질기게 해결할 수 있는 몰입”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표의 명확성은 사업이나 업무 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 정의부터 해결까지…‘마라톤’ 시작
해커톤에 참가한 60개 팀은 무박 2일간 저마다 사업과 업무 현장에서 발견한 현상을 공유하는 식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각 계열사 직원의 다양한 시각으로 살핀 그룹 내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나 사업을 발굴하는 과정을 밟는다.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프로토타입(Prototype)으로 발전시키는 게 팀별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12일까지 본선 대회를 치르고, 오는 6월 1일 결선 대회를 통해 최종 우승팀이 가려진다. 우승팀을 비롯한 상위 10개 팀에게는 해커톤의 전통대로 최신 노트북과 디지털 패드 등이 부상으로 지급된다.
GS그룹 관계자는 “문제 정의로부터 해법 제시, 실제 서비스 모형 구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약 30시간에 걸쳐 빠르고 밀도 있게 실행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이번 해커톤 대회에서는 문제 해결 시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과 간편개발도구(No-code)는 물론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데이터분석 도구를 활용하는 참가팀에게 가산점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참가자들이 디지털 역량 대결이 한층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의 조언도 받을 수 있다. UX디자이너·IT개발자·디자인씽킹 코치 등 전문가 그룹 약 30명이 참가자들의 작업을 돕는다.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다. GS그룹은 직원들이 평소 일상에서 느낀 고객·현장의 문제를 자유롭게 나누고,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으로 이번 해커톤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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