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당국도 ‘韓 금융사’ 투자 유치 나섰지만…외국인 돌아올까

외국인 투자자, 지난해 국내 은행주 1.4조 순매수
올해는 2000억 매도...‘관치금융’ 논란 영향
이복현, 동남아 3국 돌며 투자유치 지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해외 투자설명회(IR)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이복현 원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 금융감독원]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올해 초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게 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가 이어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해외투자자 유치를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직접 해외로 날아가 국내 투자 인프라 확대를 약속하며 국내 금융사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SG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수장이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외국인, 5대 은행주 매도하며 주가 하락 유도

12일 금융권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5월 11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KB금융(105560)과 신한지주(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금융지주(316140), 카카오뱅크(323410) 등 주요 은행주들을 총 2213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 전 종목에서 11조6845억원 순매수를 하는 등 국내 투자를 늘렸다. 

지난해만 해도 외국인은 5대 은행주를 총 1조4547억원 순매수한 바 있다. 국내 금융지주들과 카카오뱅크가 순이익 증가를 바탕으로 배당금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적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들 금융사는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주주친화적 정책을 다시 한번 강조한 바 있다. 

KRX은행 지수의 최근 3개월 추이 [제공 한국거래소]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외국인들은 국내 주요 은행주를 팔아치우고 있다. 금융사별로 올해 5월 11일까지 외국인 순매도는 KB금융 2482억원, 신한금융 432억원, 우리금융 182억원 등이다. 외국인은 하나금융과 카카오뱅크를 각각 864억원, 19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외국인 매도세가 강해지며 국내 은행주는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은행권을 향해 '공공재 측면이 있다'고 강조하고, 금융당국이 일부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으며 관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영향으로 금융지주사들 주가는 2월부터 크게 하락했다.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주가 흐름을 보면 KB금융은 16.9% 신한지주 16.7%, 하나금융 17.2%, 우리금융 10.8%, 카카오뱅크는 12.9%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449.80에서 2476.86으로 1.10% 상승해 은행주와 반대로 움직였다. 

금감원장, 해외 IR 동참했지만…‘부적절’ 비판도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사들은 금융사 해외 투자 유치와 해외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 해외 투자설명회(IR)를 열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9일 싱가포르 팬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투자설명회에서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글로벌 투자자의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고 투자자 보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투자환경 개선이 이뤄지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팬 퍼시픽 호텔에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투자전문가인 짐 로저스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하나금융그룹]
또 이 원장은 지난 11일에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케이 파이낸스 위크 인 인도네시아 2023’(K-Finance Week In Indonesia 2023)에 참석해 “K-Finance가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이 금융사와 함께 투자 유치에 나선 사례가 흔치 않다”며 “이로 인해 투자 유치와 주가 상승이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이 감독기관인 만큼 피감독기관과 함께 해외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 회장은 자기 회사의 IR를 위해서 나갈 수 있지만 금감원장은 왜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백혜련 정무위원장도 “정무위 전체회의가 오늘 잡혀 있다는 것은 훨씬 예전에 예정된 일이었는데 통보도 없이 금감원장이 나간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장이 해외IR 참석 이유로 전체위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가계대출 절벽 현실화…1금융 비대면‧2금융도 조인다

2미래·NH證 6개사 ‘랩·신탁’ 중징계 쓰나미...업계 미칠 파장은?

3애플의 中 사랑?…팀 쿡, 올해만 세 번 방중

4 “네타냐후, 헤즈볼라와 휴전 ‘원칙적’ 승인”

5“무죄판결에도 무거운 책임감”…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이재용 최후진술은

6中 “엔비디아 중국에서 뿌리내리길”…美 반도체 규제 속 협력 강조

7충격의 중국 증시…‘5대 빅테크’ 시총 한 주 만에 57조원 증발

8이재용 ‘부당합병’ 2심도 징역 5년 구형…삼성 공식입장 ‘無’

9격화하는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갈등…예화랑 계약 두고 형제·모녀 충돌

실시간 뉴스

1가계대출 절벽 현실화…1금융 비대면‧2금융도 조인다

2미래·NH證 6개사 ‘랩·신탁’ 중징계 쓰나미...업계 미칠 파장은?

3애플의 中 사랑?…팀 쿡, 올해만 세 번 방중

4 “네타냐후, 헤즈볼라와 휴전 ‘원칙적’ 승인”

5“무죄판결에도 무거운 책임감”…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이재용 최후진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