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늘고 전기요금 오르고...반도체 부담 커졌다
삼성전자, 지난해 실적부진 사업 재고자산도↑
전력사용량 1, 2위 기업도 반도체, 요금 인상에 비용 증가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재고가 늘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증가하는 등 반도체 업체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15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분기보고서(1~3월)를 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54조419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52조1878억원)보다 4.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재고자산이 47조590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재고자산은 올해 1분기 기준 31조9481억원이었는데, 지난해 4분기 기준 재고자산이 29조576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반도체에서만 재고가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전장사업 부문인 하만의 재고자산도 5%가량 증가했는데, 약 1000억원 수준이다. 반면 가전과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에서는 재고자산이 20조1901억원에서 19조8208억원으로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사업별로 분석해 보면 호조를 보였던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의 차이가 재고자산 증감에서 나타난다는 해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4조58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재고자산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했던 제품이 팔리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반면 가전‧컴퓨터, 모바일경험(스마트폰‧MX)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에서 4조2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상황은 SK하이닉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SK하이닉스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재고자산은 17조18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15조6647억원)보다 1조5000억원(9.7%)가량 늘어났다. 1년 전(10조3926억원)과 비교하면 65.3% 증가한 수준이다.
기업이 보유한 재고자산을 판매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재고자산 회전율도 뚝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4.1회에서 올해 1분기 기준 3.5회로, SK하이닉스의 경우 2.4회에서 1.6회로 낮아졌다.
전력 사용량 1, 2위는 반도체기업…전기요금 인상도 부담
최근 단행된 전기요금 인상도 반도체 업계에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16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1㎾h당 8.0원 오르는데, 전력 사용이 많은 반도체 기업에는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분야 싱크탱크 ‘엠버(Ember)’가 발표한 철강, 전자, 반도체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상위 11개 기업의 연간 전력 사용량 분석 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력 소비량은 2020년 한 해 동안 26.95TWh를 사용했고 SK하이닉스는 23.35TWh로 2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LG디스플레이(15.37TWh), 현대제철(10.37TWh), 동국제강(6.57TWh), 세아베스틸(4.53TWh), 현대자동차(3.34TWh) 등이 뒤를 이었다. 전력 사용량을 국내로 한정지어도 삼성전자는 1위 였다.
한국전력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삼성전자는 1만8412GWh의 전력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SK하이닉스로 9209GWh, 3위 현대제철은 7038GWh를 사용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전기요금으로 1조7461억원, SK하이닉스는 8670억원을 납부했다. 기업들이 당시와 같은 전력을 사용한다고 계산해도 이번 인상으로 삼성전자는 최대 1500억원, SK하이닉스는 800억원의 부담이 추가로 생긴다. 올해 말까지 전기요금이 순차적으로 인상되면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한전의 적자를 고려하면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지만, 한꺼번에 올리면 기업에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정부가 적절한 수준에서 인상 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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