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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주택 ‘뚝딱뚝딱’, 땡볕 더위보다 뜨거웠던 마음[해봤어요]

DL이앤씨·DL건설, 20년 이어진 기부·봉사…직원 30명 ‘구슬땀’
꺼진 바닥 수리부터 단열·도배까지…노후한 고령 1인가구 주택 ‘올수리’

16일 ‘희망의 집고치기 행복나눔’ 행사에 참여한 이옥경 DL이앤씨 차장과 기자 모습. 도배지를 자르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사진 DL이앤씨]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선이 조금 안 맞는 거 같은데, 다시 조절해볼까요?”

‘e편한세상 강동 프레스티지원’ 아파트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옥경 차장이 말했다. 이 차장은 도배지 자르는 일을 맡은 4명 중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했다. 

작업을 하던 창신동 주택가 한 구석은 경사가 져서 도배지를 여러 장씩 자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둘이 위편에서 도배지 양 귀퉁이를 잡고 감긴 부분을 내려 보내면, 종이가 ‘돌돌’ 풀리며 아래에서 기다리던 주택기획팀 사원 두 명에게 닿아 그중 한 명이 정해진 길이만큼 자르면 되었다. 그럼에도 작업자 넷의 얼굴과 몸은 땀범벅이 됐다. 

지난 16일 ‘이코노미스트’가 찾은 DL이앤씨 ‘희망의 집고치기 행복나눔’ 행사는 서울 최고 기온이 31도까지 치솟으며 더워진 날씨 속에 진행됐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DL이앤씨와 DL건설 임직원 30명은 구슬땀을 흘리며 창신동 골목을 오고갔다. 

한국해비타트 관계자 지도에 따라 DL이앤씨 봉사단이 집수리 대상 가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민보름 기자]

기자가 속한 2조는 바닥이 꺼져 수리가 필요하던 한 독거노인 가구의 작업을 맡았다. 해당 가구는 창신동 주택가에서 비교적 높은 지대에 위치했다. 도착하자마자 이미 목에 땀이 맺혔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운동이 부족함을 절실하게 체감한 순간이었다. 

조원들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한국해비타트 관계자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우선 집 안에 있던 자재와 짐을 밖으로 나른 후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이미 꺼졌던 바닥과 오래된 알루미늄 창호, 낡은 싱크대, 화장실 등에 대한 수리가 상당 부분 끝나 있었다. 한 달간 이번 집수리 지원에 선정된 3개 집에 대한 예산 및 자재 준비, 기초공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말이 집수리였지, 그저 고치는 수준을 넘어 일명 ‘토털 인테리어’가 제공되고 있었다. 원래 집이 얼마나 허름했을 지 짐작이 가능했다.

DL이앤씨 직원들이 16일 ‘희망의 집고치기 행복나눔’에 참여해 저소득층 가구 수리에 앞서 짐을 나르고 있다. [사진 DL이앤씨]


이날 봉사자들은 도배와 조명 LED교체, 몰딩 설치 작업 등을 도왔다. 비교적 작업에 익숙한 봉사자와 아닌 봉사자들이 섞여 일했다. DL이앤씨는 직무나 소속 조직에 관계없이 회사 홈페이지 지원을 통해 봉사할 직원을 뽑았다. 

한참 도배지를 자르다 ‘생명수’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도착해 잠깐 휴식할 수 있었다. 현장 분위기는 좋았지만 정오가 다가오며 기온이 점점 높아졌다. 그나마 발대식 후 증정 받은 DL이앤씨 로고 팔토시가 땡볕을 가려주었다. 벽지를 깐 바닥에 앉아 함께 쉬던 주택기획팀 권자영 사원은 “평소 커피를 안 마시는 데도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정말 맛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엔데믹’에 재개된 봉사활동, 집수리 지원은 꾸준해

천장에 붙은 도배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마무리하는 모습. [사진 DL이앤씨]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집 안도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목공작업 때문에 생긴 톱밥 먼지로 인해 작업환경이 더욱 열악했다. 탁한 공기 속에서 나무 받침대에 올라서서 해야 하는 천장 도배 작업을 배워보니 단 1분 만에 도배지 자르기가 그리워졌다. 

그럼에도 이날 집고치기에 참여한 직원들은 누구하나 힘든 기색 없이 작업에 나섰다. 사진이나 찍는 요식행위는 이들에게 해당이 없어보였다. 방 안 조명 교체작업 등을 맡은 배사연 플랜트공정설계팀 차장은 “반드시 필요한 데 지원된다는 보장이 없어 다른 곳에서는 기부나 봉사에 참여하기가 다소 꺼려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회사차원에서 좋은 기회에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보람 있고 기쁘다”고 설명했다. 

2조가 투입된 독거노인 가구는 한국해비타트가 사정을 잘 아는 종로구 창신동 주민센터로부터 추천 받아 지원 대상이 됐다. 한국해비타트와 지자체 관계자들은 가족 없이 우울한 날을 보내던 그가 이번 주택수리를 통해 삶의 의지를 되찾고 행복해지길 바라고 있다. 


16일 오전 종로구 창신2동주민센터에서 DL이앤씨 ‘희망의 집고치기 행복나눔’ 발대식이 열렸다. [사진 DL이앤씨]


DL이앤씨는 대림산업 시절이던 2005년부터 건설업 전문성을 살려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저소득층 가정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벌여왔다. 지원하는 공사는 주택 수리부터 단열 작업, 도배와 장판, 조명 교체까지 다양하다. 새 가구 등 물품지원도 이뤄진다.

코로나19감염증 확산 이후 해당 활동은 기부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나, 최근 ‘엔데믹’을 맞아 직원들의 직접 봉사가 재개됐다. 

한국해비타트 관계자는 “DL이앤씨는 건설사 특성 상 더욱 에너지효율에 특화한 지원을 하는 편”이라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며 조명만 LED로 교체해주는 식이 아니라 창호 교체, 단열재 보강으로 소외계층이 실질적으로 냉난방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싱크대 교체, 화장실 수리까지 거의 ‘올 리모델링’ 수준으로 지원을 받아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소득층 주택 외에도 복지시설 등에 대한 수리 지원을 계속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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