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SK스퀘어 자회사 IPO '빨간불'..복잡해진 셈법

잇단 자회사 상장 철회…외부투자유치 분주
투자금 유치 실패시 자회사 경영권 압박 우려도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SK ICT 연합의 미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SK스퀘어]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SK스퀘어(402340)가 주요 자회사 기업공개(IPO)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자회사의 지분 매각 압박이 커지고 있다. SK스퀘어는 투자금 만기를 앞두고 자금조달 압박이 심해지자 셈법이 복잡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21년 SK텔레콤에서 인적 분할해 투자 전문 회사로 출범한 SK스퀘어는 SK쉴더스, 원스토어,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콘텐츠웨이브 등을 주요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주요 자회사 대부분이 IPO를 연기한 상태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최대주주(80.26%)인 SK스퀘어는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를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다. 11번가의 지분 매각을 위해서다. 

11번가는 2018년 9월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등의 재무적투자자(FI)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조달하면서 5년 내 IPO를 약속했다. 기한 내 상장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투자금의 8% 수익을 붙여 돌려줘야 한다. 

일부 투자자는 2018년 기업공개 불발에 대비해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도 미리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공개가 불발에 그치면 투자자들은 대주주인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의 80%까지 제3자에게 팔 수 있게 된다. 자칫 SK스퀘어가 11번가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PO기한은 오는 9월 말로 당장 5개월도 남지 않았다. 통상 상장 심사 승인, 상장까지는 4~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이달 안에는 상장예비심사청구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11번가는 지난해 주관사 선정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업계에서는 11번가의 올해 IPO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IPO시장이 침체되면서 여타 이커머스업체들도 증시입성을 철회했다. 컬리와 오아시스가 지난 1월, 2월에 각각 상장 연기를 발표했다. SSG닷컴도 지난해 투자자들과 상장 연기에 합의했다.

11번가의 기업가치가 떨어진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18년 기업가치가 2조7000억원으로 평가되던 11번가의 몸값이 크게 줄어서다. 이는 11번가의 지속되는 적자가 영향을 미쳤다. 11번가는 2021년 69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151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SK스퀘어는 IPO 대안으로 신규 투자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11번가의 몸값이 워낙 낮아진 상황이다 보니 경영권 매각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만 회사 측은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SK쉴더스 매각 계획을 발표하며 “11번가도 SK쉴더스처럼 IPO가 아닌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SK쉴더스 지분 매각 선례…IPO외 다양한 투자유치 사활

SK스퀘어는 지난해 3월 자회사인 SK쉴더스(옛 ADT캡스)와 원스토어 등의 IPO를 추진했지만 금리인상 여파 등으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위축된데다 기관 수요예측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양사 모두 IPO를 연기했다. IPO 한파시기에 상장에 도전했다가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다행히 SK쉴더스는 지난달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인 EQT파트너스에게 지분 약 30%를 8846억원 규모로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5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당초 SK쉴더스의 IPO 목표 시가총액이었던 3조5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SK쉴더스는 2018년 맥쿼리 컨소시엄으로부터 5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하지만 나머지 자회사들의 IPO 향방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SK스퀘어는 지난해 IPO에 실패한 원스토어의 투자금(1000억원)상환에도 대응해야한다. 원스토어는 2019년 키움인베스트먼트, SK증권 등으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자회사 콘텐츠웨이브도 내년까지 상장을 마무리해야한다. 콘텐츠웨이브는 2019년 2000억원 규모로 5년 만기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미래에셋벤처PE와 SKS PE가 투자자로 나섰다. 내년까지 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원금에 만기보장 수익률 3.8%를 쳐서 돌려줘야 한다. 

이밖에 티맵모빌리티는 지난해 KB국민은행으로부터 2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2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IPO 목표 시점은 오는 2025년이다. 

다만 이들 자회사의 실적 부진은 몸값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이는 IPO 진행에도 걸림돌이다. 원스토어의 경우 설립 이래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 중이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249억원으로 2021년 영업손실 58억원 보다 4배이상 늘었다. 콘텐츠웨이브는 영업손실이 지난 2021년 558억원에서 지난해 1213억으로 2배 가까이 확대됐다. 티맵모빌리티도 적자 규모가 지난해 978억원으로 전년(-678억원) 대비 늘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SK쉴더스 사례처럼 다른 자회사들도 기존 외부투자자를 새롭게 바꾸거나 지분매각 고려 등을 다 한꺼번에 같이 보고 있는 상황이다”며 “IPO라든가 외부 투지유치라든가 이런 것들을 확정짓지 않고 그 상황에 맞게 진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회사들의 현재 시점보다 밸류에이션을 좀 더 높일 수 있는 시기 등을 다 보면서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2치열한 스타트업 인재 영입 경쟁…한국도 대비해야

3G마켓 쇼핑축제 마감 임박..."로보락·에어팟 할인 구매하세요"

4"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5"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6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7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8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9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실시간 뉴스

1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2치열한 스타트업 인재 영입 경쟁…한국도 대비해야

3G마켓 쇼핑축제 마감 임박..."로보락·에어팟 할인 구매하세요"

4"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5"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