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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재팬 꺾고 오픈런 만든 아사히 생맥주 캔”...역발상이 만든 혁신 [허태윤 브랜드스토리]

일본 이어 국내에서도 인기 끄는 아사히 생맥주 캔
일명 ‘왕뚜껑 맥주’...캔 따면 끊임없이 거품 나와
4년 이상 연구개발해 집에서 먹는 생맥주 출시

한 편의점주가 편의점 앞에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캔의 재고 없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허태윤 칼럼니스트] “포켓몬빵 이후 오랜만에 붙여봅니다. ‘아사히생맥주’ 재고 없스무니다…” 이는 어느 한 편의점주가 입구에 붙인 품절 문구다.

아사히 맥주 신제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이 맥주시장에서 보기 드문 ‘오픈런’ 현상을 만들며 화제가 되고 있다.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기 전에 물량 공급 때문에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심상치 않다. 가격은 1캔에 4500원, 4캔에 1만2000원으로 용량에 견줘 다른 제품에 비해 더 비싼 편임에도 국내 출시 첫날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대형 유통점 중 유일하게 박스 판매를 하는 코스트코에는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다 맥주 코너로 달려가는 오픈런이 일어났고, 편의점 GS25와 CU, 세븐일레븐에는 품절 문구가 붙기 시작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오픈 후 2시간 만에 품절’ ‘3번 만에 구매 성공’ 등 구매가 어려웠다는 후기 글이 곳곳에 올라오고 있다. 

이 제품이 한국에서 발매된 것은 올해 5월이지만, 일본 시장에 출시된 것은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1년 4월이다. 일본에서도 발매하자마자 편의점에 품절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맥주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발매와 동시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대부분 맥주가 1년 반 정도의 개발 기간을 가지는 데 반해, 이 제품은 이보다 훨씬 긴 4년이라는 개발 시간이 투자됐다. 제품은 기존의 캔 맥주가 지닌 상식을 완전히 파괴했다. 기존 캔 맥주는 이동 간편성이 생명이라 야외나 외부에서 따랐을 때 거품이 넘치지 않도록 설계돼 병맥주보다 거품이 적다. 또 캔 디자인은 이동 편의성을 고려해 마실 때 옆으로 흐르지 않도록 입구가 작게 설계된다.

4년간 개발로 기존 맥주 캔 뒤집은 디자인 
일본에서 광고되고 있는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캔. [사진 아사히]
그러나 이 맥주는 참치 캔처럼 뚜껑을 열면 캔의 윗부분 전체가 열리면서 끊임없이 거품이 나온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왕뚜껑 맥주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생맥주의 풍성한 거품이 맥주의 풍미를 더하면서 생맥주잔 느낌처럼 입 전체를 갖다 대고 먹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든 것이 핵심 성공요인이다.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NO재팬(일본 상품 불매운동)’ 정서로 인해 다소 조심스럽지만, 이 제품의 성공 뒤에 숨은 이야기는 국내 마케터들도 참고할 것이 많아 매우 흥미롭다. 우선 소비자의 욕구를 담아내려는 브랜드의 진심을 말하고 싶다.

“머그잔으로 마시는 생맥주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한마디를 붙들고 늘어져 ‘집에서 즐기는 생맥주’라는 단순한 콘셉트로 발전시킨 것이 지금의 ‘왕뚜껑 생맥주 캔’의 출발이었다. 여기까지는 어떤 마케터도 할 수 있는 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것은 이것을 제품에 반영하기 위한 고민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생맥주의 풍미와 음용의 경험을 캔에서 구현할까?’ 이 회사의 개발팀은 오랜 조사와 연구 결과 이런 콘셉트를 구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풍부한 거품’과 입안으로의 ‘유입감’이라는 액션포인트를 만들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했다.

두 번째는 상식을 뒤집는 과감한 역발상이다. 과거 캔 맥주는 가능한 거품을 없애기 위한 기술이 요구됐는데 이번 제품은 거꾸로 풍부한 거품을 만들기 위한 특별한 기술이 필요했다. 생맥줏집에서 맛볼 수 있는 머그잔 맥주의 풍미는 바로 거품에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금기시되던 거품이 많이 나는 맥주를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그래서 특수 페인트를 사용해 캔 내부를 거칠게 만들어 탄산이 닿으면 거품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없었던 제품이라 도대체 얼마만큼의 거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 “이만큼도 충분하다” “아직 아니다” 등등의 다양한 의견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이 팀은 그 기준을 ‘소비자가 놀랄까?’  ‘소비자의 마음이 두근두근할까?’라는 예상 반응으로 두고 그 목표에 부합하는 거품의 양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이 제품의 입구를 따면 놀랍도록 지속적으로 거품이 흘러넘친다.  

승자의 저주 깬 아사히의 새로운 시도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캔. [사진 SNS 화면캡처]
또 다른 하나는 입 전체를 대고 마시는 입속으로의 유입감이다. 머그잔을 입에 대고 마시듯 많은 양의 맥주가 입으로 유입되게 하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 세계 최초로 캔 상부 전체가 열리는 캔 맥주를 시도했다. 오픈 후 캔 용기의 날카로움으로 입에 닿아도 입을 베거나, 손을 베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도 소홀하지 않고 위험을 없애는 이중 안전구조를 적용했다. 

세 번째는 시장 선도 브랜드임에도 시도한 과감한 혁신이다. 사실 기존 시장에서 시장을 리드하는 브랜드는 혁신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많은 부분의 기업 인프라와 인적 구성이 기존 성공 방식에 익숙한 것들로 채워져 때문에 혁신이 그만큼 어렵다. 새로운 시도는 자칫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는 위험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후발 브랜드나 신생 브랜드가 혁신에 강하다.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아사이맥주는 ‘슈퍼드라이’ 한 제품으로만 일본 시장에서 1990대부터 20년간 1위를 지켜온 브랜드다. 그만큼 과감한 혁신이 어려운 구조를 가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기린’  맥주의 거센 도전이 위기의식을 자극한 면도 있었을 것이란 짐작은 되지만, 1위 브랜드가 기존 캔 맥주의 상식을 뒤집는 과감한 역발상을 통한 혁신을 시도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어떻게 새롭고 혁신적인 생각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오래된 생각을 비워내느냐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머릿속은 케케묵은 가구로 가득 찬 건물과 같다. 한쪽 구석을 비워낸다면 창의성이 즉시 그 자리를 메울 것이다.” 비자카드의 창립자 디 혹의 이 같은 말을 빌리지 않아도 ‘아사히 생맥주캔’의 성공은 우리에게 혁신을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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