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떨어진 유니콘…VC 절반은 역성장
[벤처투자, 춘래불사춘]①
코스닥 상장 VC 실적 악화로 영업익 역성장
투자 기업 가치 하락·회수 시장 부진 등 영향
두나무·비바리퍼블리카·야놀자 등 데카콘 폭락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벤처 투자 혹한기에 상장 벤처캐피털(VC)들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이익 역성장으로 증시에 상장된 VC들의 시가총액도 반토막 나면서 위기 의식이 짙어지고 있다.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 하락과 투자심리 위축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상위 VC ‘최악의 성적표’ 받아
VC업계 실적 악화는 운용자산(AUM) 기준 1위 한국투자파트너스가 10여년만에 적자를 기록하며 가시화됐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영업적자 208억원과 당기순손실 1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716억원, 576억원이었던 것과 달리 마이너스로 역성장한 것이다. 매출 역시 큰 폭으로 감소하며 전년 1095억원 대비 442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일부 VC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매출액은 1021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3%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감소폭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253억7900만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2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외에도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84% 급감했으며 우리기술투자, 나우IB, DSC인베스트먼트 등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VC들의 급감한 시가총액도 벤처 투자 시장의 침체를 보여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된 VC들 대부분이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날아갔다. 지난해 5월 31일 종가 기준 8140원으로 마감했던 컴퍼니케이는 19일 5680원으로 마감해 시총은 887억원이다. 올해 3월 29일 성공적으로 상장해 주가를 올리던 LB인베스트먼트도 2000억원이 넘던 시총이 1284억원으로 줄었다.
유동성 감소·기업 가치 급락 영향 직격타
VC들이 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것은 투자기업의 평가손실에 따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고금리 기조가 이어져 투자 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가운데 기업가치가 하락하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장사, 비상장사 할 것 없이 평가절하를 받았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평가가 떨어지면 VC들의 실적은 자연스럽게 악화된다. 대부분 VC들의 실적은 지분법 이익에서 나오는데 VC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에 따라 지분법 이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때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뜻하는 ‘데카콘’ 기업으로 불리던 두나무·비바리퍼블리카·야놀자 등의 기업가치는 60~80%가량 떨어졌다. 코인 열풍으로 암호화폐 시장과 동반 성장한 두나무의 몸값은 현재 3조원대까지 폭락했다. 두나무의 기업가치 극락으로 투자 회수 시점에 따라 VC의 실적이 서로 엇갈리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했다.
우리기술투자는 지난해 43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우리기술투자의 영업실적은 두나무의 기업가치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인다. 우리기술투자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7.24%가 조합지분법이익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반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정점을 찍었던 2021년에 지분의 일부를 처분하면서 수익을 올렸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부진하며 펀드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초부터 컬리, 오아시스 등 대어급 주자들이 기업가치 하락으로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면서 IPO 분위기가 위축됐다. 출구전략을 추진하며 시장에 자금이 넘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와는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국내 VC들의 주요 회수처인 IPO가 부진하면 장외시장과 세컨더리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또한 스타트업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면서 성장 가능성보다는 회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투자를 진행하게 되며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인다.
IPO 시장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대어급’의 등장 없이 중소형 공모주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형 종목들은 증시 불안에 대한 우려와 여유 자금 조달 확보 불투명 등으로 인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벤처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VC의 실적은 스타트업의 생태계와 궤를 같이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투자시장이 악화되면 자연스럽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면서 “시장의 유동성 감소 흐름이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 기업 관리나 스타트업 발굴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남은건 산타랠리"' 코스피, 연말 특수로 2700선 갈까
2'용산국제업무지구' 청사진 공개...초고층 빌딩·글로벌 기업 유치
3클라우드호스피탈, 글로벌 의료 서비스 혁신 이끌어
4STO 법제화 드라이브...증권가 시장 활성화 기대감 커진다
5변우석 업은 배스킨라빈스, X-마스 '케이크 전쟁' 승기 잡을까
6임지연, 씨스루에 두 팔 벌리며…"후회 없이 보여드릴 것"
7신한은행, 재외국민 위한 ‘신한인증서 발급 시범서비스’ 개시
8'금리 인하'에 소식에 은행 찾았지만...대출은 '첩첩산중'
9정병윤 리츠협회장 “국내 리츠 경쟁력 높이기 위한 과제 해결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