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AI가 실존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실존적 위험이란 아주 많은 사람이 해를 입거나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의 위험을 경고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AI가 수많은 인간을 죽거나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슈미트는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CEO 협의회에서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AI가 사이버 보안 취약점이나 새로운 종류의 생물학을 발견하고 이용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허구이지만 추론 자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우린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악한 사람들에 의해 악용되지 않도록 할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슈미트는 AI 기술 위험성이 핵기술보다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의 경우 농축 우라늄이 필요한데, 일반인이 농축 우라늄을 구해 사용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핵을 사용하려면 고도의 기술력 필요하기 때문에 통제할 수 있었고 확산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농축 우라늄)걸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살아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슈미트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구글 CEO,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회장을 역임했다. 2019~2021년에는 미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 위원장을 맡았다. 

반면 AI에 대해서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나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통해 (기술을) 훔칠 수도 있다”며 “확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AI 규제방안은) 사회에 던져진 광범위한 질문이지만 미 당국이 AI 통제를 위해 새로운 규제 기관을 만들 가능성은 작다”고도 했다.

그가 위원장을 맡았던 미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 에서는 2021년 미국이 AI 시대에 대비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었다. 당시 보고서는 “미국인들은 AI 혁명이 우리 경제, 국가 안보, 복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아직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AI의 악의적 사용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도 AI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카운티에 있는 국방부 청사 펜타곤 폭발 사진이 게시되며 미 증시가 혼란을 겪기도 했는데, 이 사진이 AI가 만들어 낸 가짜로 밝혀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진 커졌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최첨단의 책임감 있는 AI 연구‧개발‧배치를 위한 새로운 노력’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AI에 대해 “광범위한 응용 분야에서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기술 중 하나”라면서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AI가 제시하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우선 이에 따른 위험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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