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 넷플릭스 대항마가 필요하다…토종 OTT 통합설 솔솔
K콘텐츠 업은 넷플릭스 공세 더 심해져
SK스퀘어, CJ ENM 손실 부담 우려 ↑
티빙, 웨이브 통합설 다시 수면위로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더 글로리’ ‘오징어게임’ 등 국내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은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거세지고 있다. 반면 티빙, 콘테츠웨이브 등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의 실적이 갈수록 기울어지면서, 해당 플랫폼간의 통합설도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OTT시장 점유율은 38%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티빙(18%), 웨이브(14%), 쿠팡플레이(11%), 디즈니플러스(5%), 왓챠(3.7) 순으로 집계됐다.
적자 폭인 확대된 지난해 이어 올해도 국내 OTT업체들의 시장 탈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웨이브는 지난해 영업손실 1213억원을 기록해 2021년 558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티빙은 2021년 762억원에서 지난해엔 1191억원으로 영업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티빙과 웨이브의 영업손실 규모가 비등해진 셈이다.
이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입된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티빙의 콘텐츠 원가는 2021년 707억원에서 지난해 1167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웨이브는 1452억원에서 2111억원으로 확대됐다.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지만 성과는 좋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OTT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섰지만 기대만큼 유료 구독자는 늘어나지 않았고, 판권 수출 등 실적 역시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티빙의 경우 올 1분기에만 이미 400억원의 적자를 기록 했다. 올 1분기에도 200억원이나 투자한 야심작 ‘아일랜드’가 송혜교를 앞세운 넷플릭스 화제작 ‘더 글로리’의 인기에 경쟁에서 밀린 탓이다. 국내 업체 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넷플릭스는 올 1분기 2조2591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K콘텐츠로 더 힘커진 ‘넷플릭스’…토종OTT는 투자 손실↑
최근 넷플릭스 1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한국 시리즈 더 글로리가 역대 비영어 TV 부문 콘텐츠 중 가장 많이 본 콘텐츠 5위에 올랐다고 언급됐다. 이로써 역대 비영어 TV 부문 콘텐츠 10편 중에는 1위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4위 ‘지금 우리 학교는’, 5위 더 글로리, 7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총 4개 작품이 이름을 올렸다. ‘K-콘텐츠’에 대한 신뢰와 배짱이 두둑해진 넷플릭스는 향후 4년간 한국이 제작하는 K-콘텐츠에 25억달러, 한화로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방인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로 흥행하면서 인기와 수익 모두 거머쥐는 사이 국내 OTT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넷플릭의 대항마에 맞서기 위해 국내 OTT간의 ‘합종연횡’을 은근히 기대하는 듯하다.
CJ그룹 산하 OTT 티빙과 SK그룹의 콘테츠웨이브의 통합설은 이미 2020년부터 시작됐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당시 부사장)는 2020년 7월 23일 한 행사장에서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하길 원한다”고 깜짝 제안을 했다. 이보다 한 달 전에는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가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들이 통합해야 승산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각각의 대주주인 CJ ENM과 SK스퀘어가 OTT 플랫폼 통합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협상에 보다 적극적이었던 SK에 반해 CJ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SK스퀘어의 마음이 더 급해보였던 것은 웨이브를 포함해 자회사들에 대한 투자금 상환 기한 압박이 커져서다. 웨이브는 2019년 2000억원 규모로 5년 만기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내년까지 기업공개(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원금에 만기보장 수익률 3.8%를 쳐서 돌려줘야 한다.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손실도 부담이다.
그간 저자세로 임했던 CJ ENM도 양 플랫폼의 통합 가능성에 어느 정도 마음을 열었다는 시선도 나온다. CJ ENM은 지난 2021년 1조원의 거금을 들여 사들인 미국 엔터테인먼트 회사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트)’ 인수에 따른 차입금 증가와 광고·콘텐츠 등 업황 악화로 부담이 커졌다.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 과정에서 제작비 부담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부진해진 것도 이러한 시선에 무게를 실어줬다.
하지만 양사는 본격적인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협상과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CJ ENM 관계자는 “합병 등과 관련해 논의 중인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웨이브 관계자는 “검토 가능한 옵션이기는 하지만 지금 사실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거나 그런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주 지역에서 서비스 하고 있는 ‘코코아’라는 플랫폼을 인수해 자회사로 같이 연계해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 찾아 콘텐츠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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