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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쉽게 열리나" 아시아나항공 출입문 개방사고 의문점 '증폭'

비상탈출 시 레버 잡아당겨 승객이 열 수 있는 구조
305m 이상 높이에선 기압차로 ‘개방 불가능’
소형기종 탓, 열린 출입문 옆 승무원 없었던 것으로

승객들이 탑승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착륙 직전 출입문이 열린 채 비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제주에서 출발해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출입문이 착륙 직전 한 승객에 의해 열리는 아찔한 상황이 26일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번 사고 원인을 승객 과실로 판단하면서도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하고 있지만 여러 의문점이 증폭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9분 제주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가 12시 45분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출입문이 갑자기 열렸다. 이 여객기는 문이 열린 상태로 활주로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추락한 승객은 없었다. 

문이 열린 원인으로는 30대 남성 A씨가 이날 대구공항에 착륙을 시작하던 아시아나 여객기의 문을 강제로 열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비행 중인 여객기의 출입문이 승객 1명의 힘만으로 열린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일반적인 여객기의 출입문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안에서 신속하게 열고 나갈 수 있도록 고안됐다. 레버를 잡아당기면 열 수 있고, 별도 잠금장치는 없다. 여객기가 수면에 비상 착륙하거나 기내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급박한 상황에서 출입문 쪽에 앉은 승객이 문을 열고 다른 승객들의 대피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000피트(약 305m) 이상 높이에서는 항공기 내외부 기압 차로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하의 고도에서는 비행 중이더라도 문을 여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당국과 업계의 설명이다. 

이날 문이 열린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는 착륙 2∼3분가량을 앞두고 약 200m로 낮게 날고 있었다. 항공기 안팎의 기압 차가 줄어든 상황에서 건장한 체구의 30대 남성으로 알려진 승객이 문을 억지로 열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처음에 문이 살짝 열렸다가 착륙하면서 받는 거센 바람에 활짝 열렸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체 결함 때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며 정확한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비행 중 승객의 여객기 비상구 개방 행위를 제지하지 못한 이유를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문을 연 승객은 출입문 옆 31A 좌석에 자리한 상태였고, 그 근처에는 승무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항공기에는 승객 194명,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승무원들은 당시 복도 건너편에서 안전띠를 한 채 착륙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남성이 문을 열려고 몸을 일으키려 하자 급하게 다가갔지만, 제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항공기의 경우 착륙 시 출입문 앞에 승무원이 앉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지만, 사고 여객기인 에어버스 A321은 소형 기종이라 모든 출입문에 승무원이 배치되지는 않았다.

객실 승무원들이 과연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당국의 조사 대상이라고 한다.

국토부는 대구공항 현장에 운항·정비 관련 감독관들을 급파해 대구경찰청과의 공조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승객들이 항공기의 출입문을 열거나 열려고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9월 인천공항을 떠나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한 승객의 출입문 개방 시도에 회항했다. 당시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에러’ 메시지로 인해 이륙 4시간 만에 인천공항으로 돌아갔다.

2017년 2월에는 인천공항에서 베트남으로 떠나려던 대한항공 항공기의 출입문이 열려 2시간 넘게 이륙이 지연됐다. 당시 문을 연 승객은 출입문 레버를 화장실 문손잡이로 착각해 당긴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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