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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의 미래, 아파트의 진화인가 변종인가[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업무용으로 탄생한 오피스텔, 방수 늘리며 아파트 대체재로 변화
전용률·세금 차이 모르는 피해자 발생…새 시대에 맞는 법·제도 개선 필요

광화문 인근 오피스텔 밀집지역 모습. [사진 연합뉴스]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 요즘 주거가 가능한 건축물의 종류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주택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단독주택, 공동주택(연립주택, 다세대 주택, 아파트)외에도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아파텔, 생활형숙박시설(일명 생숙) 등등 다 열거하기도 힘들다. 일반 사람들은 이러한 건축물의 차이를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근거법이 주택법이냐 건축법이냐에 따라 다르고, 구입할 때 청약통장의 필요여부로 구분할 수도 있고, 세금 낼 때 주택(다주택자 판별기준)으로 간주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구분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세밀하게 살펴보면 이들 건축물은 아파트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다양한 특징들을 갖고 있다. 

나날이 늘어가는 주거용 건축물 종류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아파트가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건축물은 기존 아파트에 비해 상업용 공간이 저층에 배치돼 있고 세대내 빌트인 가구들이 모두 설치되어 있는 점, 주로 역세권이나 오피스 권역에 위치해 경우 ‘직주 근접’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직장인들의 주거상품으로 인기가 높다. 최신식 주방시설이나 가구가 설치되어 있어, 몸만 들어가면 모든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젊은이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다. 

반면 아파트에 비해 많이 부족한 주차공간, 높은 취득세, 관리비, 전용률이 낮아서 실제 사용공간이 아파트에 비해 협소한 점 등 기존 아파트에 비해 불편하거나 불리한 특징들도 많다. 

문제는 이런 차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분양 받거나 입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주택경기가 호황일 때는 이런 차이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택경기가 불황에 접어들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차이가 곧 수분양자와 입주자의 경제적 손해로 드러나 사회 문제가 되곤 한다.

원룸 위주의 오피스텔 아파텔로 진화

다양한 주거용 상품 중 오피스텔에 대해 알아보자. 오피스텔은 오피스(Office)와 호텔(Hotel)의 합성어이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업무공간에서 잠시 숙박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호텔은 정주공간이라기 보다는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숙박공간이기 때문이다. 굳이 업무용이냐 주거용이냐를 따지자면 업무용이다. 

그런데 ‘주거용 오피스텔’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부터다.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것은 아파트 시장의 수급요인과 관련이 크다. 동시에 오피스텔 사업자 입장에서는 오피스텔의 판매대상을 업무용 외에 주거용 사용자까지 확대할 수 있으니 1석2조인 셈이다.

그래서 오피스텔은 자꾸 주거용으로 진화한다. 바닥 난방을 설치한다던가, 방(room)수를 늘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초기 오피스텔은 평수와 관계없이 원룸이었다. 필요에 따라 주거공간을 만들기도 했지만 기본이 원룸이었다. 그런데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방 수가 늘어난다. 최근 아파텔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2룸 이상이다.

실제로 오피스텔을 서비스 시설이 잘 갖추어진 아파트라고 착각하고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주거용 오피스텔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오피스텔 분양경기는 아파트에 후행하고 있다. 아파트 경기가 한창 호황을 보이면 오피스텔 공급이 늘어난다. 부족한 아파트의 대용품으로서 오피스텔이 그 기능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파트인줄 알고 오피스텔(혹은 아파텔)을 구입했다면 난처한 경우가 많이 생긴다. 우선 전용률의 차이가 크다. 아파트는 80%가 넘는 전용률을 보이는 반면 오피스텔 전용률은 45~50%대에 그친다. 오피스텔 분양면적에서 복도, 관리실 등이 차지하는 공용면적이 많아서 생기는 현상인데, 이로 인해 같은 20평 짜리 아파트와 20평 짜리 오피스텔의 전용면적은 10평 가까이 차이가 난다. 즉 오피스텔 입주민이 체감하는 실내 공간이 훨씬 좁은 것이다.

관리비도 오피스텔이 아파트보다 비싸다. 주차공간도 아파트에 비해 부족하다. 오피스텔에 가보면 주차전쟁은 일상이다. 특히 저층 상가이용자들과 겹치는 시간대엔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오피스텔의 담보대출 가능금액(담보인정비율, LTV) 또한 아파트에 비해 낮은 것이 특징이다. 대출금리도 아파트에만 주어지는 특례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금리상승기에는 오히려 같은 담보대출인데도 오피스텔 금리가 더 비싼 경우도 있다.

이런 차이를 모르고 구입한 오피스텔 실수요자들은 요즘과 같은 주택경기 불황과 고금리인 상황에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주거용 오피스텔을 1주택보유로 인정하느냐 마느냐 역시 정권에 따라, 부동산 경기에 따라 오락가락 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기회주의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되기도 한다.

변종·파괴자로 남을까, 새로운 주류가 될까

대한민국 법령에 따른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인 동시에 주택법상 준주택에 해당된다. 위에서 나타난 현실적인 혼선이 법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아니, 우리의 주생활이 이처럼 혼용된 형태로 변화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법과 제도, 특히 도시계획은 용도순화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 등이 구분돼 있다. 이는 산업화 시대에 주거환경의 안전과 위생 등을 고려하여 유해시설로부터 주거지를 보호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굴뚝산업이 사라지고 첨단 산업과 데이터가 산업자본이 되고 있는 시대에 이러한 용도순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지 오래됐다. 현행 법은 여전히 용도순화원칙에 약간의 예외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 예외가 점점 늘면서 오피스텔이 공동주택의 새로운 변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우리가 바이러스의 생존력을 보며 배운 게 있다. 코로나는 끊임없는 변종을 통해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오피스텔, 그리고 아파트의 수많은 변종들은 아파트 중심의 주택시장 생태계에 파괴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더 편리하고 유연한 방식으로 직주근접과 생활편의시설 연계 등 주거공간에 서비스 기능을 확대하는 주택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남을 것인가. 여러분은 생각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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