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 뭉칫돈 몰렸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시범 사업 추진에 웃을까
닥터나우·굿닥 등 스타트업 혹한기에도 투자 유치
미래 성장 사업으로 기대…투자 회수 기회 오나
시범 사업으로 비대면 진료 시장 첫 발…”제약 많아”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이 추진된다. 미래산업으로 분류되며 투자 혹한기에도 벤처캐피탈(VC)들의 투자를 받았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수익모델을 고도화하고 투자사들에 회수 기회를 안겨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비대면 진료가 첫 발을 뗐다는 점에서 유의미하지만 허용범위가 제한적이라 오히려 성장세를 막는다는 반발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급격히 성장했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투자 혹한기에도 꾸준히 투자금을 유치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비대면 진료에 30여개 벤처사가 2000억원을 투자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에 일찍 뛰어들어 성장성을 인정받은 일부 플랫폼들은 이미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국내 최초로 비대면 진료 및 처방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닥터나우는 지난해 6월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아 총 500여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하며 인정받은 닥터나우의 기업가치는 2000억원에 달한다. 닥터나우의 투자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해시드, 미래에셋캐피탈, 굿워터캐피탈 등 VC와 액셀러레이터가 참여했다. 올해 초엔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전 카카오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비대면진료 허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또다른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 굿닥도 지난해 5월 21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엠디톡을 운영하는 엠디스퀘어는 지난해 8월 25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받았다. 솔닥 역시 지난해 7월 포스코기술투자로부터 기업가치 400억원을 인정받으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30여 군데로 지난해만해도 10개 이상의 플랫폼이 생겨났다. 고금리 영향으로 신규 투자를 받기가 어렵고 이미 검증된 기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기조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특히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지 않고 수익화 모델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진 점에서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했다고 해석된다.
국내 비대면 진료 시장은 ‘긁지 않은 복권’으로 여겨진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고령화와 국가별 보건 재정 이슈 ▲소비자의 보건의료 및 건강관리에 대한 차별화된 수요 ▲의료서비스 불균형 해소 ▲치료보다는 예방 및 관리로 의료의 목적 전환 등이 세계적으로 원격의료(비대면 진료)가 도입된 배경으로 꼽힌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2019년 254억 달러(33조6115억원)에서 연평균 16.9%로 성장해 2025년에는 556억 달러(73조553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상황과 달리 국내 비대면 진료 시장이 부진하고 있는 것은 현행법상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필요성에 의해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진료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내달 1일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비대면 진료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작점이 됐다. 투자를 받았던 스타트업들은 수익화 모델을 구체화시켜 다른 서비스와 차별성을 높이고 투자사로부터 투자금 회수(엑시트)의 기회를 넓힐 수 있게 됐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 대상이 재진 환자에 한정되고 약 배송과 처방도 금지하는 등 제약이 많아 실질적으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성장을 도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꾸준히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장기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비슷한 수익화 전략을 갖고 있는 플랫폼들이 많아 옥석을 가려내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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