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오판·은행 과점이 ‘연체 위기’ 만든다”[이코노 인터뷰]
[치솟는 연체율 위기] ④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현 대출 금리 수준, 올해 지속하고 연체율도 상승할 것”
“은행 과점 영향에 고위험군 고객, 저축은행 등에 몰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02.2%. 가계대출 금리 10년 내 최고치, 변동금리 비중 72.8%. 무엇 하나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게 없다. 금리 상승기에는 이런 구조가 연체율 상승을 위기로 이끈다. 은행들이 연체율 상승을 우려하는 것도 국내 금융권만 가지고 있는 특수한 조건들 때문이다.
국내 연체율 상승 위기는 지난해 9월 말부터 시작했다. 당시 강원도 레고랜드 개발을 맡았던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 사태가 발생하며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이 발생했고,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연 5%시대’를 열었다.
이후 시중자금은 사상 최대 규모로 시중은행에 쏠려 들어갔다. ‘고금리’와 ‘위기감’이 이런 흐름을 만들었다. 저축은행들은 자금조달 위기를 느끼고 더 높은 예금 금리를 내놨다. 금리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그 결과 단기간에 금융권 대출 금리가 10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고, ‘변동금리 대출국(國)’인 국내 대출시장에 이자 충격을 가했다. 올해 5대 저축은행 연체율은 평균 5%에 근접했고,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연체율도 한 해 만에 두 배나 올랐다.
대형은행의 과점 구조도 문제다. 금리 경쟁이 별로 없는 시중은행에서 금리가 오르면 나비효과처럼 다른 업권의 금리가 폭등하는 형태가 굳어졌다. 당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다 같이 이자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연체 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나 연체율 상승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물었다.
Q. 은행권 연체율이 계속 오르는 분위기다. 은행마다 충당금을 쌓고 있지만 높은 대출 금리에다 경제는 저성장을 보이고 있어 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A.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부실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지난 11월 이후 다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일시적으로 시장 대출 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의 대출 금리 수준은 올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연체율도 계속 상승할 것이다. 특히 연체율의 상승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하락하고 연체율이 또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회복이 더딜 경우, 기업대출도 부실화해 연체율이 증가할 수 있다.
Q. 은행들이 지금까지 역대 최대 순이익을 냈다. 가계대출을 늘려 만든 실적이다. 단기 실적에 치중한 결과 지금처럼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진 부분도 있어 보인다.
A. 은행들은 통화정책과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라 반응한 것에 불과하다. 이제부터는 은행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운 기업들의 우산을 빼앗기보다는 대출 상환 계획 재조정 등을 통해 자산 부실을 조기에 차단하는 등의 선제적인 역할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금융시장의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은행이 리스크를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는 이유는 금융시장을 과점화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리스크를 2금융권이 다 부담하다 보니 금리 상승기에 부실채권 증가 등에서 격차가 커지는 불균형이 발생한다. 은행의 대형화가 리스크 관리에 도움을 주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시중은행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리스크를 전혀 부담하지 않고 이익만 얻고 있고, 고위험군 금융소비자는 저축은행 등에 몰리게 됐다. 비은행권만 금리 상승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Q. 국내 연체율 상승은 결국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었기 때문인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는 제도가 필요한 것 아닌가.
A. 고정금리 대출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금융사가 고정금리로 장기자금 조달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시장의 장기화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채권시장 구조상 은행이 고정금리로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담대를 고정금리로 운영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Q.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를 넘었고, 국민의 ‘내 집 마련’ 열망과 함께 대출 대부분은 부동산에 들어가 있다. 자칫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시한폭탄이 되는 것인데,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A. (가계부채 비율은) 정책 당국자들의 오판에 의한 정책 실패인데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국민만 피해를 보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정책 당국은 주택가격을 세제 및 규제 등 미시적 대응으로 막을 수 있다고 오판하고, 거시 환경 개선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지만 결국 지금과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은 부동산에 투자한 대출을 줄이기 어렵고 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금융경색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 관련 취등록세 및 양도소득세 인하 등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도록 거래 관련 비용을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또 금융기관들이 실사를 통해 선제적으로 부실대출에 대응해야 한다.
Q. 영끌, 빚투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개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개인들은 상당 기간 대출 금리가 현재 수준 이상에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소득에 맞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검토해야 한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도 급등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부채 확대에 신중해야 하고,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은 조기 상환도 검토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내 연체율 상승 위기는 지난해 9월 말부터 시작했다. 당시 강원도 레고랜드 개발을 맡았던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 사태가 발생하며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이 발생했고,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연 5%시대’를 열었다.
이후 시중자금은 사상 최대 규모로 시중은행에 쏠려 들어갔다. ‘고금리’와 ‘위기감’이 이런 흐름을 만들었다. 저축은행들은 자금조달 위기를 느끼고 더 높은 예금 금리를 내놨다. 금리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그 결과 단기간에 금융권 대출 금리가 10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고, ‘변동금리 대출국(國)’인 국내 대출시장에 이자 충격을 가했다. 올해 5대 저축은행 연체율은 평균 5%에 근접했고,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연체율도 한 해 만에 두 배나 올랐다.
대형은행의 과점 구조도 문제다. 금리 경쟁이 별로 없는 시중은행에서 금리가 오르면 나비효과처럼 다른 업권의 금리가 폭등하는 형태가 굳어졌다. 당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다 같이 이자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연체 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나 연체율 상승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물었다.
Q. 은행권 연체율이 계속 오르는 분위기다. 은행마다 충당금을 쌓고 있지만 높은 대출 금리에다 경제는 저성장을 보이고 있어 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A.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부실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지난 11월 이후 다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일시적으로 시장 대출 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의 대출 금리 수준은 올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연체율도 계속 상승할 것이다. 특히 연체율의 상승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하락하고 연체율이 또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회복이 더딜 경우, 기업대출도 부실화해 연체율이 증가할 수 있다.
Q. 은행들이 지금까지 역대 최대 순이익을 냈다. 가계대출을 늘려 만든 실적이다. 단기 실적에 치중한 결과 지금처럼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진 부분도 있어 보인다.
A. 은행들은 통화정책과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라 반응한 것에 불과하다. 이제부터는 은행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운 기업들의 우산을 빼앗기보다는 대출 상환 계획 재조정 등을 통해 자산 부실을 조기에 차단하는 등의 선제적인 역할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금융시장의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은행이 리스크를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는 이유는 금융시장을 과점화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리스크를 2금융권이 다 부담하다 보니 금리 상승기에 부실채권 증가 등에서 격차가 커지는 불균형이 발생한다. 은행의 대형화가 리스크 관리에 도움을 주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시중은행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리스크를 전혀 부담하지 않고 이익만 얻고 있고, 고위험군 금융소비자는 저축은행 등에 몰리게 됐다. 비은행권만 금리 상승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Q. 국내 연체율 상승은 결국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었기 때문인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는 제도가 필요한 것 아닌가.
A. 고정금리 대출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금융사가 고정금리로 장기자금 조달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시장의 장기화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채권시장 구조상 은행이 고정금리로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담대를 고정금리로 운영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Q.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를 넘었고, 국민의 ‘내 집 마련’ 열망과 함께 대출 대부분은 부동산에 들어가 있다. 자칫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시한폭탄이 되는 것인데,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A. (가계부채 비율은) 정책 당국자들의 오판에 의한 정책 실패인데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국민만 피해를 보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정책 당국은 주택가격을 세제 및 규제 등 미시적 대응으로 막을 수 있다고 오판하고, 거시 환경 개선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지만 결국 지금과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은 부동산에 투자한 대출을 줄이기 어렵고 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금융경색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 관련 취등록세 및 양도소득세 인하 등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도록 거래 관련 비용을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또 금융기관들이 실사를 통해 선제적으로 부실대출에 대응해야 한다.
Q. 영끌, 빚투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개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개인들은 상당 기간 대출 금리가 현재 수준 이상에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소득에 맞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검토해야 한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도 급등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부채 확대에 신중해야 하고,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은 조기 상환도 검토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식재료 상승에 치솟는 환율…내년 먹거리 물가 더 오른다
2정용진 “트럼프와 10~15분 심도있는 대화”…韓 기업인 최초
3임지연, 추영우에 고백 후 기절…함께 뛰어내린 까닭은
4유연석, 추상미와 '역대급 서사'…'친자' 진실에 경악
5국내 1위 삼성물산의 위기 타개 방법은 ‘플랫폼 확장’
6“쉑쉑, 게 섰거라”…글로벌 프리미엄 버거에 도전하는 토종 브랜드
7‘수능 만점’ 맞아도...서울대 의대는 ‘불확실’
8바다로 가는 건설사들…‘해양풍력 ’으로 외연 확장
93분기 실적 한파 겪은 건설사들, 비주택 부문에서 살길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