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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난에 DSR 일부 완화하면 ‘갭투자 지원책’ 된다[부채도사]

4월 역전세 위험가구 102만6000호…9월 전후로 역전세난 심해질 듯
‘임대인 한정’ DSR 완화 고려에 형평성 논란↑
‘정부가 갭투자 지원’ 비판 등도 커질 듯

서울 종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전세 매물 등 부동산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54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역전세가 올해 갈수록 심각해질 조짐이 보이자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를 고민하고 있다. DSR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고려하는 규제인데, 집주인에게 이 규제를 풀어줘 전세보증금 상환을 원활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DSR로 인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을 고려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에 발생한 갭투자를 2년 뒤 전세값 하락 등 위기가 오자 정부가 지원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년 전 전세 중위가격 최고치 기록…역전세난 지속 우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세가격이 떨어져 기존의 보증금보다 내려간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5.9%(51만7000호)에서 올해 4월 52.4%(102만6000호)로 증가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이 최고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9월로, 당시 가격은 6억2680만원이다. 올해 4월에는 4억9833만원을 기록해 4억원대로 떨어졌다. 보통 전세계약을 2년 단위하고 있어 올해 9월 전후까지는 가장 높은 전세가에서 이뤄진 계약이 만료되는 시기인 셈이다. 그만큼 역전세난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 추이 등 [제공 한국은행]
이런 이유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전세금 반환 보증과 관련된 대출에서 선의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이에 대해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DSR 규제 완화가 나올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은행에서 임대인에게 아무리 낮은 금리로 전세보증금반환대출 상품을 내놓더라도, DSR 규제 완화 없이는 추가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부는 DSR을 일부 풀어줘 전세보증금 반환을 원활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갭투자한 집주인에 DSR 엄격하게 해야”

하지만 DSR 규제 완화에 대해 당국 내부에서도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정부가 갭투자를 지원하는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은행도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를 내놓고 DSR 규제를 집주인에 대해서는 더 엄격히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당시 한은은 “무주택자 등의 실수요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는 주거안정 차원에서 현재와 같이 지원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주택을 보유한 차주에 의해 투자용 성격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대출에 대해서는 상환능력 등을 더욱 엄격하게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또 “전세자금대출이 일부 갭투자 자금으로 활용되면서 주택가격 상승 및 주택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투자 목적을 가진 집주인에 대해 대출 규제를 지속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갭투자 증감 추이 [제공 한국은행]
한은에 따르면 2021년 한 해에만 갭투자 건수는 25만건 가까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이 갭투자를 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따질 방법도 마땅치 않아 결국 DSR 규제 완화를 내놓을 경우 전세를 내준 집주인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의도치 않게 문제로 지적돼 온 갭투자를 지원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형평성 문제도 있다. 다수의 서민들이 DSR에 막혀 추가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대인에게만 규제를 차등 적용할 경우 ‘도덕적 해이’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제기되자 당국은 다시 DSR을 큰 틀에서 유지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DSR 규제가 흔들리는 자세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급 여력 대비 대출 양을 관리하자는 대원칙으로서의 DSR 규제는 지금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다만 당국에서는 역전세 문제를 방치할 수 없어 조만간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한 임대인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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