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나랑 채굴할래?”…코인 시장에 사기 판친다
[사기에 얼룩진 코인세계] ① 국내 코인 사기 금액만 5년간 5.3조원
피해 신고 건수도 급증…직원 사칭·문서 위조 횡행
‘로맨스 스캠’ 피해 금액 다른 사기 유형 대비 압도적
금감원, 전담 센터 신설해 연말까지 집중신고 기간 운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가상자산 불법행위 피해 금액은 5조2941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로 적발된 건수는 최근 5년간 841건(2135명)이었다. 유형별로는 코인 투자를 하면 수익률을 내주겠다는 식으로 홍보해 투자를 끌어모으는 ‘가상자산 빙자 유사수신·다단계’가 616건(1819명)으로 전체의 73.2%를 차지했다. 이밖에 ‘기타 구매대행 사기’가 177건(224명)으로 21%, ‘가상자산 거래소 직원의 사기·횡령 등 불법행위’가 48건(92명)으로 5.7%를 차지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접수된 가상자산 투자 빙자 유사수신 관련 피해상담·신고 건수도 올해 1분기 59건으로 지난해 동기 40건보다 47.5%나 증가했다. 지난해 통틀어선 199건이 접수돼 2021의 119건보다 67.2% 급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한 뒤 자금을 편취하는 사기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지난해 대비)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불법 유사수신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코인, 100배 급등 확정!”
가상자산 시장이 확대되고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기 유형과 사례도 각양각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피해자도 나타났다. 피해자 A씨는 지난해 12월 초 유튜브 재테크 채널을 통해 “삼성전자가 직접 개발하고 투자한 코인이며 400% 이상의 고수익이 가능하다”라는 영상을 보고 담당자에게 상담 요청을 했다. 모 투자회사 소속 담당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B는 “해외 코인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의 ‘프라이빗 세일 물량’을 확보했다”며 “현재 가격보다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며 투자를 유도했다.
프라이빗 세일은 누구나 참여하는 것이 아닌 코인공개(ICO) 이전에 특정 투자자를 대상으로 비공개로 판매하는 행위다. 본래는 코인 프로젝트들이 초기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소수 큰 손이나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지만, 유튜브·카카오톡 오픈채팅방·텔레그램 등에서 홍보되는 프라이빗 세일들은 사기일 가능성이 많다.
B는 삼성전자가 블록체인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내용을 보여주며 A씨의 신뢰감을 더 높였다. 원금을 보장한다는 약속까지 했다. 결국 A씨는 B의 말에 현혹돼 총 1000만원을 안내받은 계좌로 입금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계좌도 대포통장으로 추정된다. 이후 A씨는 출금을 요청했지만 B는 “락업 기간 동안은 매도할 수 없다”며 출금을 여러날 미루다가 결국 연락이 두절됐다.
락업은 가상자산 상장 후 일정기간 매매를 금지하는 것이다. 상장 전 가상자산을 보유한 투자자의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정됐다. 문제는 의도와 다르게 락업 해제 전 투자금을 편취해가거나, 락업 기간 동안 코인 가격이 급락해버리는 등의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D는 카카오톡으로 도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분증과 위조 명함을 제시하면서 “□□코인은 해외 거래소에 상장됐다”며 높은 가격으로 조작된 코인 가격 그래프를 보여줬다. 이어 D는 고수익을 위해 ‘레버리지 투자’를 도와준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했고 이후 수건의 대출을 실행시켰다. D는 C씨에게 자체 개발 지갑사이트에 □□코인이 입고됐으니 알려준 계좌로 빠르게 입금하라고 재촉했다. 이 지갑사이트마저 조작된 것이었다.
C씨는 결국 해외 거래소 직원이라는 D의 지위와 조작 사이트에서 보여지는 코인의 잔고를 믿고 담당자에게 총 1억원을 입금했다. 이후 C씨는 출금을 요청했지만 담장자는 연락을 끊고 투자금을 편취해 사라졌다.
지난 4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도 “거래소 임직원을 사칭한 사칭범이 ‘투자 리딩방에서 손실 본 걸 코인으로 보상해 주겠다’며 접근해 링크를 전달하여 사이트 가입 및 지갑 생성을 유도한다는 사기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사칭범은 업비트 임직원의 직함이 적혀 있는 명함 이미지를 전송해 사칭하고 있으니 QR 코드 혹은 해당 링크에 접속하지 말고 제보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악랄함은 어디까지?…급증하는 ‘사랑의 사기꾼’
사람의 감정을 교묘히 이용하는 사기 수법도 급증하고 있다. 바로 연애나 결혼 등을 빌미로 접근해 피해자의 가상자산을 뜯어가는 ‘로맨스 스캠’이다.
국내 블록체인 가상자산 규제기술 전문 기업 웁살라시큐리티의 ‘가상자산피해대응센터’(CIRC)에 따르면 지난해 CIRC를 통해 신고된 사건 중 로맨스 스캠이 3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2021년 대비 10% 상승한 수치다. 암호화폐 지갑 프라이빗 키 유출 사고가 22%, ICO 투자 사기·리딩방 사기가 17%로 뒤를 이었다.

기존 로맨스 스캠은 특정 코인의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의 사기가 유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채굴 사이트 가입을 통한 채굴 수익을 미끼로 한 사기 수법이 변화했다는 게 웁살라시큐리티의 분석이다.
지난해 3월 한 30대 남성 G씨는 데이팅 앱에서 30대 대만인 여성과 만나 결혼까지 제안할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졌다. 어느날 여성은 코인 채굴기에 투자하면 하루에 최대 2%씩 이자를 준다며 함께 부업을 하자고 소개했다. G씨는 세 차례 정도 소액을 넣어 이자를 얻고 출금에도 문제가 없자 이후 대출까지 받아 2억원 이상 투자했다. 그러나 갑자기 출금이 막히고 사이트가 폐쇄됐으며 여성과의 연락도 끊겼다.

박정섭 웁살라시큐리티 CIRC 수석연구원은 “처음에는 소액 투자를 요청하면서 수익률이 보장됨을 확신시켜 준다”며 “결국 거액이 투자되면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현금화가 어렵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나아가 해당 자산을 현금화 하기 위한 추가 입금을 요구해 이를 위해 별도 대출까지 받는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 수법이니 주의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늘어나는 코인 사기에 금감원 ‘신고센터’ 가동
나날이 다양화하고 지능화하는 가상자산 투자사기에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신고센터’를 설치해 6월 1일부터 연말까지 7개월 간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 제정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제도 공백기를 틈타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법 시행 전이라도 선제적인 대응하기 위해 전담 신고센터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영화 ‘사도’ 배경이었던 창덕궁 인정전, 3월 내부 특별 개방
2대법원, 쿠팡 집행정지 인용...“공정위 시정명령 중지”
3음식점에 '최저가 요구'...요기요, 대법서 무죄 선고
4NHN, ‘다키스트 데이즈’ 글로벌 사전 예약 시작
5다시 불붙은 강남 아파트값...토허제 풀린 ‘잠삼대청’이 주도
6“고속도로 전기차 충전 더 쉬워진다”...워터·쏘카, 업무협약 체결
7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2024 임팩트 리포트’ 발간
8 尹, '10차 탄핵심판' 헌재 출석한 뒤 5분여 만에 퇴정
9“창립 이래 최대 성과” PFCT, 투자자 평균 수익률 1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