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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세계 10위 꿈”…롯데바이오로직스 ‘수주 성과’에 쏠린 눈

[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 1년]③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 후 수주 성과 없어
CDMO 사업 지속하려면 추가 계약 성사해야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말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으로부터 인수한 미국 시러큐스 공장 전경 [사진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세계적인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인수합병’(M&A)을 제시했다. CDMO 사업을 추진하려면 공장을 짓고 상업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5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미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공장을 사들여 시장에 빠르게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으로부터 지난해 말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했고, 이곳에서 근무하던 인력 90% 이상을 승계하며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관련한 BMS의 전문성을 흡수했다. 롯데바이로직스가 이 공장을 인수하는 데 쏟은 자금은 2200억원. 시러큐스 공장은 비록 3만5000ℓ 규모의 항체의약품 원료를 생산하는 공장이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 공장을 인수해 바이오의약품 생산 경험과 전문 인력을 단번에 확보하게 됐다.

시러큐스 공장 인수…생산 시설 매출 확보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시러큐스 공장에서 생산하던 수주 물량을 이양받은 것도 큰 수확이다. CDMO 사업에 막 뛰어든 기업은 곧바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워 매출을 올릴 수 없는데,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면서 생산 시설과 매출 모두를 확보하게 됐다.

시러큐스 공장에서는 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여보이’, 신장이식 면역억제제 ‘뉴로직스’와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엠플리시티’ 등을 생산해 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BMS와 협의해 2억2000만 달러(약 2822억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을 앞으로 3년 동안 생산하기로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2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에 따르면 BMS의 바이오의약품 수주 물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CDMO 사업에 진출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매출을 올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 회사가 CDMO 사업을 지속해서 끌어가기 위해선 새로운 수주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2030년까지 연간 매출 1조5000억원과 영업이익률 30%, 기업 가치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이원직 대표의 포부를 이루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출범 초기부터 공격적인 수주 활동에 나섰다. 법인 출범 전부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참석을 결정했고, 이후 열린 세계제약산업전시회(CPhI)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도 연달아 걸음했다. 수주전 전면에 나선 건 이원직 대표와 마이클 하우슬레이던 미국 법인장을 비롯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임원들이었다.

이들은 북미와 유럽 등에서 열린 투자 행사와 박람회를 찾아 ‘롯데바이오로직스’라는 브랜드를 직접 홍보했다. 법인 출범과 동시에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확정했기 때문에, 위탁생산(CMO) 수주 물량을 소화할 생산 설비는 갖춘 상황이었다. 시러큐스 공장이 오랜 기간 항체의약품을 생산해 온 공장이라는 점도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수주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데 강점이 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를 본격적인 수주 성과를 낼 한해로 보고 있다. 늦어도 내년에는 BMS 외 다른 기업과 수주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주 활동에 시동을 걸기 위해 조직도 새롭게 정비했다. 글로벌 사업개발(BD) 부문을 신설하고, 김경은 부사장을 올해 3월 최고사업개발책임자(CBO)로 선임했다. 김경은 부사장은 차바이오텍에서 연구개발(R&D) 총괄을, 종근당에서 바이오개발담당 이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합작사인 아키젠 바이오텍에서 상무 등을 거쳤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올해 바이오USA 행사장에 설치한 부스에도 국내외 여러 제약사 관계자가 찾아와 수주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회사는 글로벌 제약사, 중소형 기업들과 30여 건의 사전 미팅을 잡았는데, 바이오USA 현장에서 바로 성사된 미팅도 수십 건에 달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이 회사가 인천 송도에 건설할 국내 공장과 미국 시러큐스 공장의 증설 시기를 묻는 기업들이 많았다. 신생 기업으로는 큰 관심을 받아 고무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직접 성사한 수주 없어…CDO 역량 한계도 숙제 

하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우선 글로벌 제약사의 수주를 받기 위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올린 사업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글로벌 제약사인 BMS의 역량을 이전받았지만, 이 회사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이름으로 현재까지 직접 성사한 수주 계약이 없다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과정의 품질 관리가 중요한 만큼 CDMO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이 많은 기업이나 기존에 계약을 추진했던 업체에 수주 문의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첫 수주 계약을 체결해 회사가 보유한 CMO 역량을 발휘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찾았던 것처럼,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사업 외형을 키울 ‘기회’를 노리기도 쉽지 않다. 폭발적으로 감염자 수를 늘렸던 유행병은 현재 사그라들었고, 다른 감염병이 유행할지는 미지수다.

위탁개발(CDO) 역량이 부족한 점도 숙제다. CDO는 CMO와 달리 기업의 R&D 역량이 중요하다. 특히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중심으로 도전하는 항체-약물 중합체(ADC)는 기술 개발의 복잡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그룹 내 제약 바이오 분야 계열사를 통해 의약품 개발을 경험했다.

반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0여 년 전 롯데제약을 철수하며, 사실상 이 분야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국내외 신약 개발 기업과 협력해 이 문제를 타개할 계획이다. 최근 스위스의 세포주 개발 기업 엑셀진과 CDO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협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ADC 분야에선 페이로드에서 강점을 보인 국내 기업 피노바이오와 손잡았다. CDO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M&A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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