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직원보수 낮은데, 오너가 배만 불렸다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 - 미등기 오너, 식품업계에 유독 많은 이유]⑥
이재현·박문덕·담철곤 등…식품업계 연봉킹
배당 소득 낮다 보니 타 업종보다 급여 의존도 높아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지난해 미등기임원들의 평균 연봉이 직전 해보다 7.7% 증가하며 직원들 평균 연봉과는 3.6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긴 대기업이 속출하면서 경영자들과의 연봉 격차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나 미등기임원 자격으로 받은 연봉이 10억원 이상인 이들이 여전히 많아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식품업계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낮고 직원 급여도 적은 편이다. 이직률이 높고 저연차 직원이 많은 영업, 생산 관련 직군이 많은 것이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식품업계에서도 지난해 미등기임원 중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가져간 미등기 오너 가운데 다수가 식품업계에 포진해 있어 ‘오너가 배만 불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CJ·하이트진로·오리온 오너 연봉 20억~80억원
‘이코노미스트’가 식품업계 미등기 임원들의 지난해 연봉을 조사한 결과 총 4명의 오너가 10억원 이상을 가져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지난해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8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다.
재계 연봉킹으로 꼽힌 이 회장은 지난해 CJ제일제당에서 72억94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이는 오너 일가이자 대표이사인 손경식 회장이 받은 71억1400만원보다 높은 액수다. 비오너 전문경영인인 최은석 대표이사가 받은 26억1400만원보다는 무려 46억8000만원 이상 많았다. 대표이사인 최고경영자(CEO)보다 미등기임원인 이 회장이 40억원 가까이 많은 연봉을 받은 셈이다. 특히 CJ제일제당에서 받은 이 회장의 연봉은 직원 평균 보수 7600만원보다 무려 9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지난해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에서 총 78억1663만4642원의 보수를 받았다.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 하이트진로에서 급여 19억8000만원, 상여 51억6300만원, 기타근로소득 2300만원 등 71억6700만원을 받았다. 직전 해 보수였던 71억6200만원에서 500만원 늘었다.
박 회장은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에서도 급여 3억2500만원, 상여금 3억2500만원 등 6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직전 해 6억6300만원에서 200만원 줄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21년 식음료업계 최초로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으며 ‘식음료업계의 삼성전자’로 불린다. 지난해에도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지급해 1인당 평균 급여가 1억1000만원에 육박했다. 업계에선 하이트진로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높은 기업들도 아직 평균 연봉 1억원을 넘은 곳이 없다. 하지만 박문덕 회장의 연봉과 직원 평균 연봉(1억995만원) 격차는 65.2배나 된다.
담철곤·이화경 부부 연봉 75억원 달해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지난해 42억23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오리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해 담철곤 회장에게 급여 13억3300만원, 상여 14억5500만원 등 모두 27억87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에서는 급여 6억8700만원, 상여 7억4900만원 등 모두 14억36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전년(13억2700만원)보다 7.5% 늘었다.
담 회장의 배우자인 이화경 부회장은 34억여원을 받아 부부의 연봉이 무려 75억원에 달한다. 2021년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의 연봉 총 69억여원보다 8.87% 늘어난 액수다. 이 부회장은 오리온에서 급여 10억3700만원, 상여 11억3100만원 등 21억6800만원을 받았는데, 전년(20억500만원)보다 8.1% 늘었다. 오리온홀딩스로부터는 급여 5억3400만원, 상여 5억8300만원 등 11억1700만원을 받았는데, 전년(10억3200만원)보다 8.2% 올랐다.
오리온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22.0% 증가한 2조8732억원, 영업이익은 25.1% 오른 46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경쟁력 높은 신제품 출시 및 적극적인 시장 확대로 전 법인이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원부재료 가격 및 에너지 비용 상승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해 계열사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챙긴 급여가 30억원에 육박했다. 신 회장은 롯데칠성음료로부터 12억5000만원을 급여로 받았다. 다만 신 회장은 2017년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2019년 12월 물러났다가 올해 다시 사내이사로 선임돼 등기 임원이 됐다.
“‘ESG 경영’ 거스르는 것…성과와 연동해야”
업계에선 미등기 고액연봉자가 식품업계에 유독 많은 이유로 타 업종보다 급여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오너 일가가 급여를 받는 방식엔 단순 급여와 배당이 있는데 식품업계의 경우 주식 시장에서 성장성이나 미래 가능성 부분에서 투자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 보니 배당 부분에서 받는 소득이 다른 산업 오너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사 오너들의 경우 보상의 대부분이 급여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연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식품가 오너들이 책임은 안 지고, 보수만 챙겨가는 행태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ESG 경영’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황용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트렌드인 ESG 경영을 국내 기업들도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직원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식품업계의 오너들이 높은 임금을 받아가는 것은 ESG에서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부분이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임금체계에 민감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들이 해당 사실을 알게 돼 괴리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직원들의 충성도와 근속 연수가 낮아져 기업 입장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임직원 보수 체계가 회사의 성과와 연동해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이건 명백히 노사문제로 노측이 움직여야 할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업종별로 오너 역할이나 공헌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형평성 있는 임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마다 오너의 역할이 각각 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해당 산업에서 오너가 회사의 방향성이나 의사결정 판단을 잘해 회사에 성과가 났다면 그에 맞는 보수를 가져가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ESG 경영 트렌드를 감안해 회사의 직원 보수를 고려해서 임금정책을 고려한다면 회사의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특히 식품업계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낮고 직원 급여도 적은 편이다. 이직률이 높고 저연차 직원이 많은 영업, 생산 관련 직군이 많은 것이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식품업계에서도 지난해 미등기임원 중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가져간 미등기 오너 가운데 다수가 식품업계에 포진해 있어 ‘오너가 배만 불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CJ·하이트진로·오리온 오너 연봉 20억~80억원
‘이코노미스트’가 식품업계 미등기 임원들의 지난해 연봉을 조사한 결과 총 4명의 오너가 10억원 이상을 가져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지난해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8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다.
재계 연봉킹으로 꼽힌 이 회장은 지난해 CJ제일제당에서 72억94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이는 오너 일가이자 대표이사인 손경식 회장이 받은 71억1400만원보다 높은 액수다. 비오너 전문경영인인 최은석 대표이사가 받은 26억1400만원보다는 무려 46억8000만원 이상 많았다. 대표이사인 최고경영자(CEO)보다 미등기임원인 이 회장이 40억원 가까이 많은 연봉을 받은 셈이다. 특히 CJ제일제당에서 받은 이 회장의 연봉은 직원 평균 보수 7600만원보다 무려 9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지난해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에서 총 78억1663만4642원의 보수를 받았다.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 하이트진로에서 급여 19억8000만원, 상여 51억6300만원, 기타근로소득 2300만원 등 71억6700만원을 받았다. 직전 해 보수였던 71억6200만원에서 500만원 늘었다.
박 회장은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에서도 급여 3억2500만원, 상여금 3억2500만원 등 6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직전 해 6억6300만원에서 200만원 줄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21년 식음료업계 최초로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으며 ‘식음료업계의 삼성전자’로 불린다. 지난해에도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지급해 1인당 평균 급여가 1억1000만원에 육박했다. 업계에선 하이트진로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높은 기업들도 아직 평균 연봉 1억원을 넘은 곳이 없다. 하지만 박문덕 회장의 연봉과 직원 평균 연봉(1억995만원) 격차는 65.2배나 된다.
담철곤·이화경 부부 연봉 75억원 달해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지난해 42억23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오리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해 담철곤 회장에게 급여 13억3300만원, 상여 14억5500만원 등 모두 27억87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에서는 급여 6억8700만원, 상여 7억4900만원 등 모두 14억36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전년(13억2700만원)보다 7.5% 늘었다.
담 회장의 배우자인 이화경 부회장은 34억여원을 받아 부부의 연봉이 무려 75억원에 달한다. 2021년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의 연봉 총 69억여원보다 8.87% 늘어난 액수다. 이 부회장은 오리온에서 급여 10억3700만원, 상여 11억3100만원 등 21억6800만원을 받았는데, 전년(20억500만원)보다 8.1% 늘었다. 오리온홀딩스로부터는 급여 5억3400만원, 상여 5억8300만원 등 11억1700만원을 받았는데, 전년(10억3200만원)보다 8.2% 올랐다.
오리온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22.0% 증가한 2조8732억원, 영업이익은 25.1% 오른 46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경쟁력 높은 신제품 출시 및 적극적인 시장 확대로 전 법인이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원부재료 가격 및 에너지 비용 상승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해 계열사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챙긴 급여가 30억원에 육박했다. 신 회장은 롯데칠성음료로부터 12억5000만원을 급여로 받았다. 다만 신 회장은 2017년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2019년 12월 물러났다가 올해 다시 사내이사로 선임돼 등기 임원이 됐다.
“‘ESG 경영’ 거스르는 것…성과와 연동해야”
업계에선 미등기 고액연봉자가 식품업계에 유독 많은 이유로 타 업종보다 급여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오너 일가가 급여를 받는 방식엔 단순 급여와 배당이 있는데 식품업계의 경우 주식 시장에서 성장성이나 미래 가능성 부분에서 투자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 보니 배당 부분에서 받는 소득이 다른 산업 오너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사 오너들의 경우 보상의 대부분이 급여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연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식품가 오너들이 책임은 안 지고, 보수만 챙겨가는 행태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ESG 경영’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황용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트렌드인 ESG 경영을 국내 기업들도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직원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식품업계의 오너들이 높은 임금을 받아가는 것은 ESG에서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부분이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임금체계에 민감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들이 해당 사실을 알게 돼 괴리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직원들의 충성도와 근속 연수가 낮아져 기업 입장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임직원 보수 체계가 회사의 성과와 연동해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이건 명백히 노사문제로 노측이 움직여야 할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업종별로 오너 역할이나 공헌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형평성 있는 임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마다 오너의 역할이 각각 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해당 산업에서 오너가 회사의 방향성이나 의사결정 판단을 잘해 회사에 성과가 났다면 그에 맞는 보수를 가져가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ESG 경영 트렌드를 감안해 회사의 직원 보수를 고려해서 임금정책을 고려한다면 회사의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아메리칸 항공, '기술 문제' 미국내 모든 항공기 운항중지…한 시간만에 해제
2이스라엘 의회, 비상사태 1년 연장
3이시바 日 총리 “트럼프와 이른 시일 내 회담”
4 한중 외교장관, 계엄사태 후 첫 통화…"소통·협력 지속"
5고려아연, '집중투표제' 통한 이사 선임 청구 결의
6美, 한화큐셀 조지아주 태양광 공장에 2조1000억원 대출 승인
7'퇴직연금 일임 로보어드바이저' 신규 규제특례 지정…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
8포스코 임금협상 타결…노조 찬성 69.33%
9보험사기 조사 강화…피해 구제도 빨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