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해법, 출산율만 보면 안 된다
[이데일리 전략포럼 ‘인구절벽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 ①
21~22일 양일간 제 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개최
조영태 교수 등 인구 전문가 한자리 모여
성불평등·수도권 집중 등 구조적 문제 지적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한국의 인구절벽은 이미 시작됐다. 0명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 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경쟁력 저하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사회·경제·교육·문화 등 각계 전문가들은 지난 21일 성황리에 개최된 제 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인구절벽 문제를 뛰어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거듭나기 위한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
지난 21일과 22일 양일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각계 전문가들이 한국의 심각한 인구감소 문제를 진단하고, 위기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인구절벽 문제 원인을 성불평등에서 찾았다. 사회에 만연한 성불평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결혼시장 리스크(Risk·위험도)를 높였고 출산율 감소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예외적인 부분이 많은 국가”라며 “전 세계에서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가장 높지만, 가사 노동의 85%가 여성이 부담하고 있는 점도 매우 극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 부문의 젠더 갭(Geder Gap)도 자녀가 있는 경우 굉장히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며 “결국 여성은 결혼을 안 하고 자녀를 안 낳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혼이 여성에게 ‘나쁜 거래(Bad Deal)’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최고 가임 연령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젠더 불균형이 가장 높아 결혼시장 미스매치를 불러 일으킨다”며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 출산율을 보통 2.1명이라고 보는데, 이를 위해선 젠더 균형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한국은 인구 대체를 위한 합계 출산율이 최소 2.3명은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절벽 원인은 ‘서울공화국’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수도권에 집중된 기형적인 인구 구조를 인구절벽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싱가폴 등 출산율이 낮은 도시 국가와 마찬가지로 청년들이 서울로만 몰려들어 불필요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 인구센터는 수도권 인구 집중이 저출산 근본원인이라고 보고 있다”며 “지금 우리나라엔 서울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초경쟁과 초저출산의 관계에 동의하고 있다”며 “그래서 정해진 미래를 바라볼 때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야 하며 공존과 미래지향적 시각, 미래세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인구감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현실을 직시하고 희망적인 미래를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인구 감소는 35년전 예측한 그대로다. 인구는 예측이 가능하다”면서 “대한민국 인구는 2050년이 넘어가면 1년에 60만명씩 사라지게 되고 2100년에 2000만명이 깨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산율을 올리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이 전망에서도 합계 출산율을 2030년부터 1.3명으로 회복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에서 나온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미래를 우울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인구로 미래를 예측하면 반드시 대비해야할 게 떠오르고 그걸 대비하면 미래는 희망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정해진 미래는 틀려야 할 미래지 역설적으로 정해진 미래여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교육·노동·연금 등 다양한 주제 눈길
이후 진행된 세션에서는 ‘오늘의 학교, 내일의 교육’을 주제로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와 손주은 메가스터디 그룹 회장, 전 교육부 차관을 지낸 나승일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경쟁위주의 교육방식, ‘의치한약수’(의대ㆍ치대ㆍ한의대ㆍ약대ㆍ수의대의)를 들어가기 위해 과열된 사교육 시장 등 현 교육시스템 문제를 진단하고, 나아갈 교육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또 ‘사라지는 지방, 소멸하는 한국’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는 김관영 전라북도 도지사와 와타나베 이타루, 와타나베 마리코 일본 다루마리 빵집 대표, 박준규 라온서피리조트 대표이사, 남성준 주식회사 다자요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지방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둘째 날에도 인구절벽에 대한 사회 각계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열띤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둘 째날 기조연설자로는 인구학 도서인 ‘인구의 힘’ 저자 폴 몰런드 박사가 나선다. 그는 해외의 인구문제 상황을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독일, 출산율이 유일하게 늘고 있는 아프리카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 ‘연금, 대전환이 필요한 순간’ 세션을 통해서는 연금개혁에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다. 일본 연금개혁의 대가인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만나 일본과 한국의 연금개혁 상황을 교류하고 우리나라의 연금개혁 방향을 모색한다.
‘길 잃은 일자리 문제, 인구로 답한다’ 세션에서는 노동계 전문가들이 ‘노동개혁’을 두고 뜨거운 토론을 이어간다. 먼저 겐조 에이코 아시아대 경제학부 교수가 일본의 생산인구 감소 문제 타개법을 소개하고, 28년간 고용노동부에서 노동관련 정책을 다뤘던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과 노동조합 출신 국회의원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여해 ‘정년연장’과 ‘노동시간’ 등 노동계 화두를 집중 조명한다. 토론 좌장은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이 맡는다.
이동우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는 ‘인구절벽이 바꾼 산업 트렌드와 경제’ 강연을 통해 미래 경제 주체로 떠오른 ‘액티브(활동적인) 시니어’를 위한 트렌드를 소개한다. 또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생성형 AI, 로봇 등 첨단 기술 발전이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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