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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신용등급 빨간불…올들어 하향이 '두배 '

[불안 감도는 신용등급 정기평가] ①
신평사 3사 등급강등 20건..상향은 8건에 불과
경기침체 장기화에 기업 심리 위축..하반기도 불투명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 롯데케미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신용평가사들이 기업 신용등급 정기평가에 돌입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실적 악화로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 줄하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LG디스플레이 등은 국내 모든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해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와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 등 국내 신용평가 3사가 올들어 지난달 28일까지 신용등급을 강등한 사례는 상장사 기준 총 20건(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향조정 8건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조달환경 악화 등 경영환경 전망이 비우호적으로 바뀜에 따라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신평사별로 보면 한기평의 신용등급 조정 사례는 총 8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신용등급 하향 사례는 7곳으로 등급 조정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향 사례로는 ▲롯데지주 AA→AA- ▲롯데렌탈 AA-→A+ ▲롯데케미칼 AA+→AA ▲태영건설 A→A- ▲한신공영 BBB+→BBB ▲LG디스플레이 A+→A ▲까스텔바작 BB-→B+이 있다. 한기평이 올해 상반기 중 신용등급을 상향한 곳은 한화오션(BBB-→BBB)이 유일하다.

한신평도 8개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조정했다. 이 중 하향조정이 6개로 상향조정(2개) 대비 3배 많았다. 하향 사례에는 ▲한신공영 BBB→BBB- ▲롯데케미칼 AA+→AA ▲롯데지주 A→A ▲태영건설 A→A- ▲효성화학 A→A- ▲LG디스플레이 A+→A 등이 포함됐다. HMM(BBB+→A-)과 에코프로비엠(BBB+→A-)은 상향 조정됐다.

나신평이 상반기 중 신용등급을 조정한 사례는 총 12건으로 신용평가 3사 중 가장 많았다. 이 중 하향이 7건, 상향이 5곳으로 다른 신평사 대비 균형을 이뤘다. 나신평의 신용등급 하향 사례로는 ▲롯데렌탈 AA-→A+ ▲태영건설 A→A- ▲롯데케미칼 AA+→AA ▲롯데지주 AA→AA- ▲효성화학 A→A- ▲LG디스플레이 A+→A ▲EGDC B→B- 등이 있다. 상향 사례는 ▲HD한국조선해양 A-→A ▲TYM BB+→BBB- ▲HMM BBB+→A- ▲SK렌터카 A→A+ ▲에코프로비엠 BBB+→A-이 포함됐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 연합뉴스]

건설·화학 불황 지속

업종별로 보면 하향 사례는 건설과 화학이 각각 5건으로 가장 많았다. 두 업종 모두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점에서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다. 실제 건설의 경우 지난해 금리 인상에 따른 분양시장 위축과 강원도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가 겹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특히 유동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중소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도산 위기가 대두됐다.

화학 역시 중국의 봉쇄와 공급망(SCM) 경색 등 악재가 이어지며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화학설비를 증설하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됐고 단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화학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주원료인 납사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도 확대됐다.

이밖에 ▲금융 3건 ▲전자 3건 ▲서비스 2건 ▲유통 1건 ▲기타 1건 순으로 하향 사례가 많았다. 금융의 경우 롯데지주가 모든 신평사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며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자 역시 3건 모두 LG디스플레이에 대한 하향 조정 사례다. 상향 사례는 ▲금융 1건 ▲운수 3건 ▲제조 2건 ▲서비스 1건 ▲기계 1건에 그쳤다.

우려가 현실로

시장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신용등급 줄하향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올해 3월 말 기준 부정적 전망 업체수는 25개사로 긍정적 전망 부여 업체(10개) 대비 2.5배 많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한기평은 “금융부문은 조달여건 저하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 저하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증권·할부리스 업종의 등급하향 압력이 크다”며 “일반 기업부문은 비우호적인 사업환경과 큰 폭의 실적 저하가 예상되는 건설·석유화학·의류 업종의 등급하향 압력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반기까지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재무구조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3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전망지수(BSI)에 따르면 기업들의 3분기 전망치는 91로 전분기보다 3p 하락했다. BSI는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부문별 BSI도 내수(94→90), 수출(97→94) 모두 부정적 전망이 전분기보다 많아졌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가전(83), 전기(86), 철강(85), 섬유·의류(75) 등 주력 업종들은 100을 크게 하회했다. 상승세를 보이던 자동차(98), 화장품(93), 기계(92) 업종도 3분기에는 부정적 전망이 더 많았다.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기업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하반기에도 신용등급 하락우위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영향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기 보다는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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