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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한 힙합 바지·펑퍼짐한 재킷…힙합패션 선구자 ‘FUBU 후부’ [망했어요]

1999년 제일모직, 국내 론칭...10~20대 중심 10년간 인기
제일모직-CJ오쇼핑,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브랜드 운영
2000년대 중반, 힙합 패션 인기 하락...딱 붙는 ‘슬림핏’ 유행

(왼쪽부터) 그룹 빅뱅 출신 가수 겸 배우 탑, 가수 이승기를 모델로 내세웠던 2000년대 당시 후부 CF 이미지. [사진 홈페이지 및 SNS 캡처]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네가 이걸 아직도 갖고 있어?” 2000년도 초반에는 힙합 열풍 이끌었던 캐주얼 브랜드 ‘후부’(FUBU)가 있었다. 지금은 빈티지 마니아들에게 ‘그때 그 시절 가장 희귀한 룩’으로 재조명 받으며 추억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뉴욕 흑인 전유물 힙합패션, 1999년 국내 상륙

후부는 ‘우리를 위해 우리가 만든 젊음’이란 모토 아래 1992년 뉴욕 흑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시작된 힙합 캐주얼 브랜드다. 국내에는 1999년 제일모직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이후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제일모직과 CJ오쇼핑이 국내 독점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브랜드를 운영했다. 

후부가 국내에 들어온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힙합’ 열풍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국내 힙합 음악과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고, 힙합 가수들의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패션에도 힙합 열풍이 불었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후부는 당시 댄스 그룹들을 모델로 내세워 옷을 헐렁하게 입는 힙합 패션을 대표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스포티한 힙합 이미지와 세련된 이미지를 동시에 지닌 ‘캐포츠’ 의류로의 포지셔닝을 시도한 것이다. 10년간 누적 매출이 5000억원을 넘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왼쪽부터) 후부의 청재킷, 후드집업, 청바지 제품 이미지. [사진 홈페이지 및 SNS 캡처]

2000년대 중반 ‘슬림핏’ 열풍...힙합패션 인기 ‘주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 힙합 문화가 시들어가자 후부는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당시 힙합은 ‘유행 지난 패션’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옷을 몸에 딱 맞게 입는 ‘슬림핏’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하면서다.

후부는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했다. 2011년 6월에는 제일모직의 서상영 디자이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으며, 그룹 빅뱅의 탑과 서 디자이너를 브랜드 모델로 내세웠다. 이후 2012년 론칭 2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의 성적 부진을 타파하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의 ‘리뉴얼 프로젝트’를 시작, 마케팅 및 홍보 활동을 활발히 펼쳐나갔다. 2013년 초에는 정구호 전무까지 후부 사업에 개입했으나 수익성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높은 가격의 문제도 있었다. 후부의 흰색 반팔 티셔츠는 3만~4만원대, 검정색 후드 집업의 경우 12만원대였다. 당시 경쟁 브랜드의 후드 집업이 8만원에서 9만원에 비해 다소 비싼 가격이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1020세대의 젊은 층을 주 타깃으로 한 브랜드의 옷이 너무 고가인 탓에 장기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2014년에는 CJ오쇼핑이 제일모직과 후부 브랜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홈쇼핑용 브랜드로 직접 육성에도 나섰다. 30~40대를 위한 ‘스포티브 캐주얼’ 브랜드 리뉴얼로 ‘제2의 도약’에 나섰으나,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브랜드들은 빠르게 변하는 유행과 트렌드에 쫓아가지 못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 밖에 없다”며 “후부의 인기가 하락하던 2010년 중반만해도 SPA(제조·유통 일괄)업체들의 캐주얼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브랜드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며 경쟁 구도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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