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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지만…“당장 중국 대체는 무리”

[‘포스트 차이나’, 인도가 뜬다]④
열악한 생산 인프라, 운송체계 리스크 단점으로 지적
비효율적 물류 시스템으로 물류 비용 높아

지난 4월 UN 경제사회부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인구는 약 14억2575만명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인도 경제의 성장성을 분석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격이 될 수도 있어요.”

인도 경제는 흔히 코끼리에 비유된다. 14억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대국’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구(IMF)는 인도 경제 발전 속도를 ‘크고 느린 코끼리’에서 ‘달리는 코끼리’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지만 부족한 인프라와 열악한 사업환경, 종교·문화적 차이가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도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가 됐다. 비대면 문화 확산 등의 영향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약·바이오 분야에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대표주자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접근하기 쉬운 곳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보다 복잡한 생산 인프라와 복잡한 운송 체계가 이유로 꼽힌다. 

거쳐야 하는 인증만 500여 개, 복잡한 물류체계

‘세계은행’(World Bank)의 최신 자료인 ‘2018년 물류 지표’에서 인도는 44위로 중국의 26위보다 못 미치는 수준을 기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물류는 원자재에서부터 공급업체, 제조업체, 창고 보관, 운송 수단, 공급망 및 수출정책, 항구 및 공항 등을 통해 최종소비자에게 전달돼야 하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한 곳에서 지연이 일어나면 전체 시스템이 영향을 받는다.  

인도의 물류체계는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최신 자료인 ‘2018년 물류 지표’에서 인도는 44위로 중국의 26위보다 못 미치는 수준을 기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 따르면 인도는 물류 관련한 정부 기관만 20개가 넘는다. 또한 40여 개의 정부 협력 기관과 37개의 수출 관련 협의체가 있다. 이 때문에 물류 관련 인증이 5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업체의 85%가 20대 미만의 트럭을 보유하고 있는 조그마한 업체가 차지하고 있고, 창고 인프라는 거의 없고 콜드체인(냉장유통) 같은 시설도 미미한 편이다. 인도 창고의 90%가 1만ft² 미만으로 창고 시설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이익률이 높은 제품 위주로 창고가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신규 제품이나 중요 제품의 물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정부가 대부분의 대형창고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는 대부분 곡물·식품 및 공공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도 곡물의 16%가 보관 과정에서 버려지는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창고 상태는 열악하다. 

인도는 도로수송이 전체 물류의 65%를, 철도가 25%를 차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채정훈 코트라 뉴델리무역관은 “인도는 열악한 인프라, 안정적인 전력 부족, 기술규제 등 비관세장벽, 계약 이행의 문제, 물류 지연 등과 같은 기존 병목현상들이 주요 장애물로 지적받고 있다”며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할 방안 중 하나가 경제특구(SEZ)로 이 지역에 입주하는 기업은 금지 품목을 제외한 모든 물품의 면세 수입, 창고 보관 및 재판매·재송장 발행, 그리고 제3국으로의 재수출 등 관세 및 무역 부문에 있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213개의 SEZ가 승인돼 운영되고 있지만, 관련 제도와 운영 현황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고 다소 산발적으로 산재해 있다. 올해 유망 SEZ 6개소 조사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현황 파악 및 비교분석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교통 인프라의 부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인도의 가장 저렴한 물류 수단은 철도가 꼽히지만, 매우 부족하고 철도 사용 효율도 좋지 않다. 철도 다음으로 저렴한 물류 수단이 내륙수로와 도로 수송이다. 하지만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도로 수송이 전체 물류량의 65%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 저렴한 물류비용이 드는 철도가 총 물류의 25%만 차지하고 있다.

도로 수송 비용보다 덜 비싼 내륙 해상 수송의 경우 서류 절차가 복잡하고 승인 과정도 길어서 화물 운송용으로 활용이 미미한 편이다.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도로수송으로 화물이 몰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환경오염이 야기되고 차가 막히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화물 운송의 60% 이상은 철도가 이용되고, 도로 수송은 20~25%에 불과하다. 인도는 그 반대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인도 철도는 화물보다 승객 운송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기 때문에 속도도 느리다. 인도 철도의 평균 이동 속도는 25km/h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인도 내 물류비용은 GDP의 14%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브라질·러시아·멕시코 및 중국의 경우 GDP의 11% 수준이고 대한민국·싱가포르 등은 8% 수준이다.

14억 인구 탓 다양한 종교·문화 단점으로 지적 

인구가 많은 만큼 다양한 언어와 종교,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도만이 갖는 독특한 문화와 종교적 차이도 국내 기업들의 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4월 UN 경제사회부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인구는 약 14억2575만명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됐다. 인구가 많은 만큼 다양한 언어와 종교,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인도 앞에 다인종·다언어·다종교·다문화 등 여러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인도에선 힌디어·칸나다어·타밀어 등 22개 언어가 공용어로 지정돼 있지만, 1600여 개의 언어가 더 존재한다. 힌두교·이슬람·기독교·시크교 등 여러 종교도 공존하고 있다. 힌두교 신자는 인도 인구의 약 80% 정도로 추정되고 이슬람이 10%대를 차지한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인도에 공존하는 이슬람 문화 때문에 이슬람에서 허용한 식품인 ‘할랄 인증’을 취득해야 현지 식료품점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복잡해 인도 시장 진출이 어렵단 의견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인도 현지에 공장을 갖고 있는 국내 식품기업이 많지 않고, 할랄 인증을 받는 것도 과정이 까다롭다”며 “인도가 인구가 많아서 주목받는 시장이라고 하는데 라면 소비로 봤을땐 사실 동남아 쪽 시장이 아직은 훨씬 크고, 인도는 판매량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미주나 중국, 유럽처럼 결국 현지인들보단 한인들이 주요 소비층이 되고 있어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라면 등 한국 식품이 인도 현지인들한테 제대로 소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할랄 인증을 받은 불닭볶음면 제품을 인도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사진 삼양식품]

이러한 장벽들 때문에 인도 경제의 실체는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전체를 보지 못하고 피상적이고 단편적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포스트 차이나’가 되기엔 아직 이르단 의견도 있다.

한송옥 코트라 뉴델리무역관은 “인도라는 거대한 나라에 진출하기 위해선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인도는 지역에 따라 인종·언어·종교·기후가 상이하므로 진출하려는 지역을 선정한 후에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하고, 인도 마케팅 전략에 고유문화에 대한 존중을 담는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도에서 9년 동안 주재원으로 활동했던 허태윤 한신대 IT영상콘텐츠학과 교수는 “인도 시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땐 분명 성장성이 있지만, 중국 시장을 당장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긴 힘들다”며 “물류 시스템이나 사회 인프라 등의 리스크는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게 아니지만 서서히 변화의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물류나 인프라 문제는 인도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을 펼치며 발전시키고 있어 괜찮지만 문화적 차이가 가장 큰 장벽이 될 것”이라며 “더운 날씨에서 오는 인도만의 문화와 뿌리 깊은 카스트 제도 등을 한국 기업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충분히 공부하지 않으면 시장에 안착하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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