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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론 증권신고서 ‘무지갯빛’ 된 사연…대표 배임 우려?[김윤주의 금은동]

금감원, 틸론에 두 차례 정정 요구 
무이자·무담보 거래 등 문제 여지
잦은 정정 공시…신뢰 하락 우려

금융‧은행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글로벌 확장 등 내부 목표는 물론, 주요국 금리인상 등 외부 요인도 영향을 끼칩니다. 횡령, 채용 비리와 같은 다양한 사건들도 발생합니다. 다방면의 취재 중 알게 된 흥미로운 ‘금융 은행 동향’을 ‘김윤주의 금은동’ 코너를 통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최백준 틸론 대표가 지난달 15일‘XR·메타버스 기술융합 세미나’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틸론]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검정, 파랑, 녹색, 빨강.’ 틸론(217880)의 증권신고서에 사용된 글씨 색이다. 알록달록한 증권신고서가 틸론의 무지갯빛 사업 전망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금융감독원에서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아 여러 번 수정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세 차례 수정에…누더기 된 증권신고서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클라우드 가상화·메타버스 전문기업 틸론은 지난 3일 세 번째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현재 틸론은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틸론의 증권신고서가 여러 번 수정된 것은 금융당국이 지난 3월3일과 6월26일, 두 차례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틸론은 올해 기업공개에 나선 기업 중 금감원이 정정 요청을 가장 많이 한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틸론은 금융당국의 첫 번째 정정신고서 제출 요청을 받은 뒤 두 차례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다. 틸론은 정정 신고서 제출 때마다 글씨색과 굵기를 바꿔 수정사항을 표시했다. 1차 정정은 ‘굵은파랑색’, 2차 정정은 ‘굵은 녹색’이다. 당국의 두 번째 정정 요구에 따라 3차 정정신고서에는 수정사항을 ‘굵은 빨간색’으로 표기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수정 시엔 색깔 구분을 둬 투자자들이 수정 사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례처럼 증권신고서를 3차까지 수정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상장의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10영업일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한다”면서 “이후에나 청약 등 기업공개 나머지 일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충분히 내용을 인지할 수 있도록 효력발생 기간을 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틸론 증권신고서 제출 및 정정 연혁. [틸론 증권신고서 캡처]

최백준 대표 배임 가능성…최악땐 상장폐지

특히 금융당국은 최백준 틸론 대표이사의 ‘배임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대표이사 배임은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다. 틸론은 세 번째 신고서 정정에 이르러서야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입했다.

형법‧상법상 법률위배 가능성이 있는 틸론과 대표 간 자금거래 사안은 ▲대표이사와의 무이자 및 무담보 거래 ▲대표이사와의 영업 목적 선급금 거래 ▲대여를 통한 대표이사 사모전환사채(CB) 매도청구권 지정 및 행사 등이다. 

구체적으로 틸론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 대표와 총 23건의 무이자‧무담보 거래를 했다. 해당 거래 규모는 총 10억3300만원 가량이다. 최 대표는 해당 자금을 자녀 학자금 대출을 포함한 복리후생 목적, 양도소득세 분할 납부, 지방세 등 기타세금 납부 등에 사용했다. 현재 이 대여금은 모두 상환된 상태라는게 틸론 측의 설명이다. 

또한 틸론은 2021년 6월말 ‘제 5회차 CB’ 인수자인 농심캐피탈의 조기상환청구에 대응해, 최 대표와 그의 특수관계인을 매수인으로 지정했다. 이들은 2021년 7월9일 총 5억4800만원으로 해당 CB를 매수했다. 해당일 종가는 1만7550원, 전환사채 전환가액은 4000원으로 평가차익은 약 17억원에 달한다. 틸론은 해당 거래가 주주나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고, 최 대표는 올해 2월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야 해당 차익을 회사에 무상증여했다.

틸론 측은 “당사와 최백준 대표이사는 일련의 자금거래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행된 것이라 판단하지만 법무법인의 검토 의견처럼 향후 법적인 제재 처분을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향후 법적 조치가 발생할 시 최백준 대표이사는 직접적인 처벌 대상이므로 최악의 경우 경영 활동의 부재에 대한 위험요소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틸론의 정정 증권신고서 속 오타. [틸론 증권신고서 캡처]

잦은 공시 수정…투자자 신뢰도 ↓

이외에도 주목할 점은 틸론이 올해 7월6일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34건의 공시 자료 중 15건이 ‘기재정정’, ‘첨부정정’ 등으로 수정됐다는 점이다. 틸론은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 사업보고서와 같은 공시를 수정했다.

공시제도는 기업의 영업실적·재무상태·증자 등 중요 정보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정기·수시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잦은 공시 수정은 투자자들의 신뢰도와 직결돼 기업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틸론은 최근 세 번째 정정신고서를 내면서도 과거 거래한 최 대표의 CB매수일을 ‘2023년 7월9일’로 기재하는 등 오류를 냈다.

한편, 틸론은 몸값을 조정하고 미래 실적을 하향해 사실상 마지막 상장 도전에 나선다. 틸론이 당초 제시한 희망 공모가 기준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1495억~1795억원이다. 세 차례 수정을 걸친 후 예상 시가총액은 989억~1545억원이다. 올해 추정 순이익은 최초 96억원에서 34억원으로, 내년 추정 순이익은 185억원에서 116억원으로 낮췄다. 틸론이 이전 상장에 성공하면 올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하는 다섯 번째 기업이 된다. 

김윤주의 금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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