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놈이 온다”…비만 치료제 등장에 다이어트 산업 ‘나 떨고있니’
[살빼는 약 ‘위고비’ 신드롬]②
5년 전 삭센다 인기에 역풍 맞은 다이어트 업체들
위고비 출시 소식에 ‘움찔’…“비만 산업 토대 흔들 것“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몸매 관리의 비법으로 “간헐적 단식과 위고비”를 꼽았다. 위고비는 노보 노디스크가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한 오젬픽을 비만 치료제로 다시 출시한 약물이다. 노보 디스크는 오젬픽을 연구하던 중 이 약물의 성분인 세마글루티드를 투여한 임상 참여자들의 체중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위고비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는 이 약물을 68주 동안 투여한 비만 환자의 체중이 평균 15% 감소했다.
효과 좋은 비만 치료제가 나타나자 비만 시장은 위고비가 국내 출시될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년 전 국내 허가돼 한차례 돌풍을 일으킨 삭센다와 같은 인기를 구사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2018년 삭센다가 국내 출시됐을 당시 이 약물은 품귀현상을 보일 정도로 수요가 높았다. 펜(pen)당 수만원에 달하는 만큼 오픈채팅방을 통해 이 약물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기관을 공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 의료기관도 이 약물을 할인하는 이벤트를 내걸며 가격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타격을 입은 것은 국내 다이어트 업체들이다. 특히 식욕을 억제하거나 소화를 도와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다이어트 보조제 기업들이 삭센다의 인기에 역풍을 맞았다.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가 다이어트 약물로 입소문을 타면서 비만 환자가 아닌 사람들도 삭센다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위고비가 국내 출시된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위고비는 삭센다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만큼 시장에서 삭센다가 출시됐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의 한 관계자는 “다이어트 업체를 찾는 회원들은 대부분 목표 체중을 정하는데 특정 시기까지 이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빠르게 체중을 줄이고 싶을 때 다이어트 보조제와 같은 약물을 찾게 된다”며 “특히 삭센다와 같은 비만 치료제는 출시 당시에도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까지도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나 중요한 행사에 참석해야 하지만 운동 등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 회원들이 해당 약물에 대해 문의할 때가 있다”고 했다.
위고비 등장에 파산까지…비만 치료제로 사업 확장 ‘총력’
미국에선 이미 위고비가 현지 다이어트 산업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주일에 한 번 약물을 투여하는 것만으로 식욕이 억제되기 때문에 다이어트 업체들이 생존의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크레이그-핼럼 캐피털 그룹의 알렉스 퍼먼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비만 치료제들은) 다이어트 산업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며 “(식이요법이나 운동 등) 전통적인 방식은 오랜 시간 체중 감량의 유일한 방법으로 알려졌으나 이런 행동 요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비만 치료제로 인해 사실상 파산한 기업도 나타났다. 제니 크레이그는 두 달 전 이 회사가 운영 중인 다이어트 센터를 일부 폐쇄하고 사업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제니 크레이그는 1983년 미국에 설립된 회사로 현지에서만 500여 개의 다이어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가 40년 동안 운영한 다이어트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은 위고비를 비롯한 여러 비만 치료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자산관리기업인 DA 데이비슨의 볼튼 와이저 애널리스트는 “비만 치료제를 사업 모델에 포함하지 않는 다이어트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의 다이어트 업체들은 다이어트 프로그램에서 비만 치료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웨이트 워처스가 대표적이다. 웨이트 워처스는 회원들에게 다이어트 식단과 운동 방법, 다이어트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다이어트 업체다. 1963년 설립돼 회원들에게 다양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서비스해 왔다. 하지만 웨이트 웨처스는 위고비가 미국에 출시된 후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웨이트 워처스의 회원 수는 2020년까지 503만명에 달했으나 2021년 420만명, 지난해 35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웨이트 워처스는 새로운 비만 치료제가 나타나며 회원들의 이탈이 크게 늘었다고 봤다. 위고비가 미국에서 허가받은 것은 2021년 6월로, 이후 회원 수가 급감했다고 판단했다. 웨이트 워처스는 비만 치료제로 활동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올해 초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위켄드 헬스도 인수했다.
위켄드 헬스는 의료진이 체중 관리가 필요한 환자의 처방과 치료를 제공하는 플랫폼 시퀀스를 개발한 기업이다. 환자들은 시퀀스를 통해 의료진과 원격으로 소통할 수 있고 위고비를 비롯한 비만 치료제도 처방받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웨이트 워처스는 회원들이 위고비를 투여했을 때 근육 등을 함께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있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눔도 최근 회원들이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가입한 뒤 정해진 비용을 내면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식이다. 눔의 린다 아네가와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체중 감량을 통해 다른 만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눔의 원격 건강 서비스와 도구가) 회원들이 체중을 감량하고 더 건강한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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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좋은 비만 치료제가 나타나자 비만 시장은 위고비가 국내 출시될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년 전 국내 허가돼 한차례 돌풍을 일으킨 삭센다와 같은 인기를 구사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2018년 삭센다가 국내 출시됐을 당시 이 약물은 품귀현상을 보일 정도로 수요가 높았다. 펜(pen)당 수만원에 달하는 만큼 오픈채팅방을 통해 이 약물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기관을 공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 의료기관도 이 약물을 할인하는 이벤트를 내걸며 가격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타격을 입은 것은 국내 다이어트 업체들이다. 특히 식욕을 억제하거나 소화를 도와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다이어트 보조제 기업들이 삭센다의 인기에 역풍을 맞았다.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가 다이어트 약물로 입소문을 타면서 비만 환자가 아닌 사람들도 삭센다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위고비가 국내 출시된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위고비는 삭센다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만큼 시장에서 삭센다가 출시됐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의 한 관계자는 “다이어트 업체를 찾는 회원들은 대부분 목표 체중을 정하는데 특정 시기까지 이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빠르게 체중을 줄이고 싶을 때 다이어트 보조제와 같은 약물을 찾게 된다”며 “특히 삭센다와 같은 비만 치료제는 출시 당시에도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까지도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나 중요한 행사에 참석해야 하지만 운동 등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 회원들이 해당 약물에 대해 문의할 때가 있다”고 했다.
위고비 등장에 파산까지…비만 치료제로 사업 확장 ‘총력’
미국에선 이미 위고비가 현지 다이어트 산업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주일에 한 번 약물을 투여하는 것만으로 식욕이 억제되기 때문에 다이어트 업체들이 생존의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크레이그-핼럼 캐피털 그룹의 알렉스 퍼먼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비만 치료제들은) 다이어트 산업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며 “(식이요법이나 운동 등) 전통적인 방식은 오랜 시간 체중 감량의 유일한 방법으로 알려졌으나 이런 행동 요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비만 치료제로 인해 사실상 파산한 기업도 나타났다. 제니 크레이그는 두 달 전 이 회사가 운영 중인 다이어트 센터를 일부 폐쇄하고 사업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제니 크레이그는 1983년 미국에 설립된 회사로 현지에서만 500여 개의 다이어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가 40년 동안 운영한 다이어트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은 위고비를 비롯한 여러 비만 치료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자산관리기업인 DA 데이비슨의 볼튼 와이저 애널리스트는 “비만 치료제를 사업 모델에 포함하지 않는 다이어트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의 다이어트 업체들은 다이어트 프로그램에서 비만 치료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웨이트 워처스가 대표적이다. 웨이트 워처스는 회원들에게 다이어트 식단과 운동 방법, 다이어트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다이어트 업체다. 1963년 설립돼 회원들에게 다양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서비스해 왔다. 하지만 웨이트 웨처스는 위고비가 미국에 출시된 후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웨이트 워처스의 회원 수는 2020년까지 503만명에 달했으나 2021년 420만명, 지난해 35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웨이트 워처스는 새로운 비만 치료제가 나타나며 회원들의 이탈이 크게 늘었다고 봤다. 위고비가 미국에서 허가받은 것은 2021년 6월로, 이후 회원 수가 급감했다고 판단했다. 웨이트 워처스는 비만 치료제로 활동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올해 초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위켄드 헬스도 인수했다.
위켄드 헬스는 의료진이 체중 관리가 필요한 환자의 처방과 치료를 제공하는 플랫폼 시퀀스를 개발한 기업이다. 환자들은 시퀀스를 통해 의료진과 원격으로 소통할 수 있고 위고비를 비롯한 비만 치료제도 처방받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웨이트 워처스는 회원들이 위고비를 투여했을 때 근육 등을 함께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있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눔도 최근 회원들이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가입한 뒤 정해진 비용을 내면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식이다. 눔의 린다 아네가와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체중 감량을 통해 다른 만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눔의 원격 건강 서비스와 도구가) 회원들이 체중을 감량하고 더 건강한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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