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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연달아 IPO 불발…SK스퀘어 전략은

[SK스퀘어의 회수 방정식]①
SK쉴더스 지분 매각…빅딜 투자 성과
CB상환 앞두고 자회사 상장 철회 잇달아
11번가·티맵·원스토어 등 엑시트 전략 모색

SK스퀘어가 11번가·티맵·원스토어 등 자회사들의 회수 전략으로 기업공개(IPO)가 아닌 인수·합병 등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SK그룹의 중간지주사이자 투자 전문 기업인 SK스퀘어가 11번가·티맵·원스토어 등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투자를 받은 조건대로라면 11번가의 IPO는 올해 9월, 콘텐츠웨이브는 내년 11월, 티맵모빌리티는 오는 2025년까지 기업공개(IPO)에 성공해야 한다. 단기간에 증권시장이 회복되지 않고 자회사들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IPO가 아닌 인수·합병으로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IPO 불발 11번가, 큐텐과 인수 협상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티몬·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를 보유한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11번가 인수 의향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큐텐은 지난해 9월 티몬을 인수한 데에 이어 인터카프커머스와 위메프를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11번가의 IPO 추진이 불발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던 SK스퀘어가 큐텐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11번과와 큐텐 양사는 지분을 교환하는 주식 스와프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11번가는 당초 예고한 상장 기한이 임박한 상황이다. 지난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5년 내 IPO를 약속했다. 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금에 8%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 조건대로라면 이미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이뤄져야 하는데 상반기 내 청구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연내 상장이 아닌 다른 방안을 택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커졌다.

일각에선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입장 차이로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18년 투자를 받을 당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조7000억원으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1조원 안팎으로 몸값이 거론되고 있다. 큐텐도 11번가의 기업가치를 1조원대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지며 의견 조율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11번가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지 않다. SK스퀘어는 11번가의 IPO를 연기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와 협의를 진행한다고도 알려져 있지만 설득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해진다. 전체 투자금 5000억원 중 3500억원을 출자한 국민연금은 투자기한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최근 IPO가 무산된 SK쉴더스의 몸값을 키워 성공적으로 매각한 바 있다. SK스퀘어가 보유한 자회사들이 줄줄이 IPO를 기다리는 가운데 ‘매각’이 새로운 엑시트 방안으로 떠오른 계기가 됐다. 

지난해 5월 상장을 시도했다가 철회한 보안 전문업체 SK쉴더스는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그룹 산하 PEF인 EQT인프라스트럭처에 2조원에 매각됐다. SK스퀘어는 SK쉴더스 인수 당시 3조원 대의 기업가치를 매각 과정에서 5조원으로 인정받는 등 투자 성과를 냈다. 여기에 매각을 통해 약 8646억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신규 확보해 빅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1번가의 매각 가능성에 무게가 더해지는 건 지난 2월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의 발언의 영향도 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3) 기자간담회에서 박 부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한 시간에 엑시트를 해야 하는데 11번가도 마찬가지”라며 “11번가도 똑같이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금 만기 앞두고 CB상환 부담 확대

이에 SK스퀘어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힘든 IPO 대신 인수 및 합병 등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SK스퀘어의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웨이브도 경쟁 OTT와의 합병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의 독주로 티빙, 왓챠 등 토종 OTT들이 생존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합병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는 웨이브의 투자금 만기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웨이브 지분 37.5%를 보유하고 있는 SK스퀘어는 IPO를 조건으로 2019년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 PE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조달해 내년 11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CB를 상환해야 한다. 현재로선 추가적 현금성자산 확보가 어려워 다른 선택지를 찾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웨이브는 당초 계획한 IPO를 위해 올해 유료가입자 500만명, 매출 5000억원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적자가 누적되고 매출 증가폭도 감소하면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웨이브의 IPO 성공 여부를 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이유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플랫폼 원스토어도 지난해 5월 IPO에서 고배를 마셨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한 투자시장 한파에도 출사표를 던진 원스토어는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내 결국 상장철회를 선택했다. 당시 원스토어는 적절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재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답보상태다. 원스토어는 만기를 1년 연장한 상황이다. 만기가 다가옴에 따라 SK스퀘어는 키움인베스트먼트, SK증권 등으로부터 받은 투자금 1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스퀘어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주주환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인한 기업가치 저평가가 이어지고 있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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