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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렘펠 사장 “어두웠던 회사,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꾼 게 자랑스럽다” [이코노 인터뷰]

로베르토 렘펠 GM 한국사업장 사장
총괄사장 임기 6개월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반등 성공
“GM 한국사업장 상황 호전 확실…자긍심 가지고 일해야”

로베르토 렘펠 GM 한국사업장 사장이 인천 부평에 있는 GM 한국사업장 사장실에서 퇴임을 앞두고 본지와 인터뷰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6개월이다. 그는 2022년 6월 GM 한국사업장 사장에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수년간 이어진 적자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GM 한국사업장의 2022년 매출은 9조102억원, 영업이익 276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모두 흑자로 전환했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그의 성공 스토리에 주목했다. 

GM 한국사업장의 올해 성적표는 더 좋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지난 3월 선보인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내수와 수출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파생 모델인 뷰익 엔비스타는 부평공장에서 양산, 수출을 시작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스테디셀러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파생모델인 뷰익 앙코르 GX도 수출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는 GM 한국사업장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1등 공신 차량의 엔지니어링을 주도한 주인공이다. 

흑자 전환 6개월 만에 그는 퇴임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GM 본사도 그의 퇴임을 아쉬워할 정도였다. GM 한국사업장의 임직원들도 그의 퇴임 소식을 믿기 어려워했다. 분위기가 좋은 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 시기다. 그를 둘러싼 상황은 좋기만 한데도 그는 GM 한국사업장 사장 임기 1년만 채우고 GM을 떠나는 것이다. 

로베르토 렘펠 GM 한국사업장 사장을 만난 이유다. 그동안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터라, 그를 퇴임 전에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그는 “2015년 한국에 총괄수석엔지니어로 올 때 단기로 일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계속 연장이 됐고 지금 퇴임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해외에서 일할 기회 많이 얻어…4개 언어로 소통 가능  

렘펠 사장은 브라질 라우로고메스 산업기술학교를 졸업하고 1982년 브라질에 있는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인 GM 브라질에 자동차 디자이너로 입사하면서 GM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당시 브라질에 벤츠, BMW 등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봤던 쉐보레 오팔라 때문인지 GM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자동차 디자이너는 종이에 디자인하고 팩스로 전송해야 했던 시절이다”면서 “이후 제품개발, 차체, 인터페이스 디자인 영역까지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쳤고, 나중에는 소형차·트럭·오프로드 차량 등의 다양한 차종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GM 브라질에서 인정받는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그가 엔지니어에 머물지 않고 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던 이유가 있다. 바로 ‘Yes’ 덕분이다. 어쩌면 40여 년을 GM 한 곳에서 일할 수 있던 원동력도 마찬가지다. 그가 강조한 ‘Yes’는 회사에서 어떤 제안을 해도 받아들인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말한다. “내가 GM에서 근무하는 동안 회사가 제안한 기회를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면서 “항상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했고, 경력 내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며 웃었다. 

엔지니어에서 리더로 성장할 기회를 얻은 것도 갑작스러운 제안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했기 때문이다. 그는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차량 내장재 부품에 관한 일로 독일로 출장을 갔는데, 당시 GM 독일에서 차량 설계 매니저를 찾고 있었다”면서 “출장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데 독일에 남아서 차량 바디 팀을 이끄는 자리를 제안받았고, 그날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 영역에 많은 배경 지식이 없었지만, 도전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차체 설계 부문의 리더가 될 기회를 잡았고, 이후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 역할을 하게 됐다. 

리더십을 인정받은 이후 독일·이탈리아·일본·브라질·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일할 기회를 계속 얻게 됐다. 어려운 제안도 받아들인 도전 정신 덕분이다. 브라질어를 비롯해 영어 등 4개 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것도 그런 도전에 적극적인 자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올 때 짧은 기간만 있을 줄 알고 한국어를 배우지 못해서 한국어는 잘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2015년 GM 한국사업장에 총괄수석엔지니어(Executive Chief Engineer)로 선임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한국사업장 분위기는 다소 어두웠다. 성과가 안 좋았고, 한국에서 위상도 계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GM 한국사업장 연구개발법인 사장으로 선임됐을 때 회사의 위기는 더 심해졌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계속됐고, 이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 사태로 GM 한국사업장에는 위기감이 흘렀다. ‘우리가 가진 것을 가지고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게 그의 당면 과제였다. 

렘펠 사장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관성을 깨야 하는데,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리더가 구성원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리더는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솔선수범하면서 신뢰를 쌓아갔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포기할 것은 포기했다. 

대표적인 것인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가족 친화적인 차량으로 만들기 위해 트렁크 공간 대신 동승석 레그룸(다리 공간)을 넓힌 것이다.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 직원 가족 참여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구성원 가족들이 GM 한국사업장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한 방안이다. 소규모 직원 그룹과의 접촉도 늘렸다.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다. 그는 이런 행보를 ‘모든 이의 참여’(EverybodyIn)라는 캠페인으로 이어 나갔다. 그는 “모든 사람이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캠페인을 확장해 포용성·다양성·형평성까지 담았다”이라며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인재를 영입해 기존 프로세스의 틀을 깨는 데 도움이 됐고, 고객들도 이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총괄 사장을 맡았지만, 그는 다양한 변화와 도전을 시도했다. 성과도 좋다. 지난 3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글로벌 론칭을 시작으로 정통 미국식 픽업트럭 브랜드 GMC를 한국에 선보였다. 쉐보레, 캐딜락에 이어 GMC까지 한국 시장에서 멀티 브랜드 전략을 실행한 것이다. 지난 5월에는 GM의 첫 브랜드 공간인 ‘더 하우스 오브 지엠’(The House of GM)을 개관해 GM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개관 1개월 만에 3000여 명의 고객이 이용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 3월에는 글로벌 애프터마켓 부품 및 정비 서비스 ‘에이씨델코’(ACDelco)를 국내에 오픈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면서 주목받았다. 
로베르토 렘펠 GM 한국사업장 사장. [사진 신인섭 기자]

8년 한국 생활을 마무리하는 인터뷰에서 GM 한국사업장 구성원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GM 한국사업장은 가능성 있는 비즈니스 토대가 견고하다. 자동차 품질도 좋고 재무적으로 견고하다. 내 후임자는 좋은 상황에서 사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GM 브랜드나 제품 이미지를 계속 높여가야 한다. 그러기 위한 토대는 마련이 됐다고 생각한다. GM 한국사업장의 모든 구성원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했으면 한다.”

이제 그는 쉼 없이 달려온 GM에서의 40여 년 시간에 잠시 쉼표를 찍게 된다. 그 쉼표는 마침표가 아닌 인생 제2막의 커튼을 올리기 위한 휴지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어떤 모습으로 제2막 커튼을 걷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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