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 치료길 열릴까…차세대 항암제 ‘항암 바이러스’ 개척자 [이코노 인터뷰]
윤채옥 진메디신 대표 인터뷰
암세포 침투하는 ‘바이러스’로 치료제 개발
바이러스 변형 기술·특허로 항암 효과 높여
항암 바이러스 분야 개척자…“기술력 자신”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했다. 3년 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7억명. 5억명의 감염자를 낳아 20세기 최악의 감염병으로 불리는 스페인 독감보다 감염자 수가 많다. 하지만 사람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는 전체의 1%에 불과하다. 99%의 바이러스는 면역 체계에 가로막혀 우리 몸에 침투하지 못한다. 1%의 바이러스는 어떻게 사람을 감염시킬까. 열쇠는 ‘수용체’다. 바이러스가 세포로 들어가려면 잘 맞는 수용체가 필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앤지오텐신전환효소2’ 수용체가 스파이크 단백질과 정확하게 결합할 때 우리 몸에 침투한다.
항암 바이러스 전문 기업 진메디신은 바이러스의 이런 특징을 이용해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항암 바이러스를 비롯한 유전자 치료제는 세포 깊숙이 치료 물질을 넣어야 하는데, 세포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가 세포의 핵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암을 치료하는 바이러스인 ‘항암 바이러스’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퓨전테크센터에서 만난 윤채옥 진메디신 대표는 “우리 몸은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어 외부 물질이 침투하기 어렵다”면서도 “바이러스는 이를 피해 세포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료용 유전자를 실은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감염되듯’ 들어오면, 특정 세포를 찾아 증식하게 된다”며 “진메디신은 이 바이러스가 암세포에서만 발현되게 만들어 항암 효과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진메디신은 항암 바이러스가 암세포에 잘 침투할 수 있도록 바이러스를 변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수용체에 상관없이 암세포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바이러스의 표면을 다른 물질로 감싸 우리 몸이 바이러스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치료 항체만 바꾸면 유방암과 폐암 등 다양한 암종에 맞는 항암 바이러스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도 내놨다. 셀트리온을 비롯한 여러 기업에 이 플랫폼을 기술 이전했다.
‘세포외기질’을 녹이는 기술도 진메디신의 핵심 역량이다. 세포외기질은 콜라겐 성분의 물질로, 세포와 세포를 접착제처럼 연결한다. 암세포에서 종종 나타나는데, 항암제가 암세포에 도달하는 경로를 방해하거나, 항암 바이러스가 다른 암세포로 퍼지는 것을 막는다.
윤 대표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 T세포나 자연 살해(NK) T세포 기반의 치료제는 딱딱한 세포외기질을 통과하지 못해 임상에서 기대보다 못한 치료 효과를 보일 때가 있다”며 “미국유전자치료학회 등에서 진메디신의 기술이 세포외기질을 없애 이런 치료제들의 항암 효과를 높인다는 점을 발표했고 현재 이스라엘의 연구팀과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파이프라인 개발 속도…“빠른 상업화 목표”
윤 대표는 올해부터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 6월 주요 파이프라인의 하나인 GM103의 임상 1·2상을 승인받았다. GM103은 신생 혈관을 막아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 바이러스 후보물질이다. 진메디신은 이 물질을 폐암과 간암 등 고형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임상에선 이 물질을 환자들에게 단독으로 투여하거나, 면역관문 억제제인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할 계획이다. 올해 안으로 환자 투여를 시작해 빠르게 임상 성과를 낸다는 목표다.
GM101은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암종인 만큼, 임상 2상을 마친 뒤 빠르게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임상 2상은 면역관문 억제제를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이 물질은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선 파이프라인이기도 하다. 일찍이 임상 1상을 마쳤지만, 임상 2상에 필요한 시료를 진메디신이 요구하는 순도(purity)로 제공할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를 찾지 못해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윤 대표는 고순도의 항암 바이러스 시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직접 구축하기로 했고, 현재 완공된 공장에서 시료를 생산하고 있다. 경기 하남에 있는 이 공장은 4300㎡ 규모로, 공정개발과 품질시험, 생산을 위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윤 대표는 “하남공장에서 생산한 시료로 미국과 한국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고, 국내에서는 최근 승인을 받았다”며 “아데노바이러스는 물론 렌티바이러스와 백시니아바이러스, 헤르페스바이러스 등 모든 바이러스를 제작할 수 있으며, 낮은 가격과 높은 순도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항암 바이러스 30여 년 외길…“세계적인 기업 될 것”
진메디신은 여러 바이러스 중에서도 ‘아데노바이러스’로 항암 바이러스를 개발하고 있다. 안전성과 활용성 등을 고려했을 때 항암 바이러스로 개발하기 좋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데노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와 비교하면 중간 정도 크기라 치료용 유전자를 넣기에 적당하다. 감염 능력도 뛰어나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람에게 가장 많이 투여된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다.
바이러스 증식 능력도 뛰어나다. 윤 대표는 “아데노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한 뒤 1만개에서 10만개 정도의 바이러스를 만든다”며 “이 바이러스들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주변으로 퍼지며 암세포를 도미노처럼 없앤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연구된 바이러스인 만큼 특허 장벽은 높다. 윤 대표는 30여년 동안 항암 바이러스를 연구한 개척자로 전 세계에 등록한 특허만 160여 개다. 모더나를 공동 창업한 로버트 랭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진메디신의 과학자문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진메디신은 시리즈B 플러스(+)를 통해 200억원 규모의 펀딩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다. 앞서 이 회사는 2019년 시리즈A 펀딩을 통해 165억원을 유치했다. 2021년에는 341억원 규모의 시리즈B 펀딩도 완료했다. 윤 대표는 “세계 최고의 항암 바이러스 전문 기업 되겠다는 목표는 변함없다”며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임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미국 임상도 연내 허가를 받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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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바이러스 전문 기업 진메디신은 바이러스의 이런 특징을 이용해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항암 바이러스를 비롯한 유전자 치료제는 세포 깊숙이 치료 물질을 넣어야 하는데, 세포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가 세포의 핵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암을 치료하는 바이러스인 ‘항암 바이러스’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퓨전테크센터에서 만난 윤채옥 진메디신 대표는 “우리 몸은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어 외부 물질이 침투하기 어렵다”면서도 “바이러스는 이를 피해 세포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료용 유전자를 실은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감염되듯’ 들어오면, 특정 세포를 찾아 증식하게 된다”며 “진메디신은 이 바이러스가 암세포에서만 발현되게 만들어 항암 효과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진메디신은 항암 바이러스가 암세포에 잘 침투할 수 있도록 바이러스를 변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수용체에 상관없이 암세포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바이러스의 표면을 다른 물질로 감싸 우리 몸이 바이러스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치료 항체만 바꾸면 유방암과 폐암 등 다양한 암종에 맞는 항암 바이러스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도 내놨다. 셀트리온을 비롯한 여러 기업에 이 플랫폼을 기술 이전했다.
‘세포외기질’을 녹이는 기술도 진메디신의 핵심 역량이다. 세포외기질은 콜라겐 성분의 물질로, 세포와 세포를 접착제처럼 연결한다. 암세포에서 종종 나타나는데, 항암제가 암세포에 도달하는 경로를 방해하거나, 항암 바이러스가 다른 암세포로 퍼지는 것을 막는다.
윤 대표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 T세포나 자연 살해(NK) T세포 기반의 치료제는 딱딱한 세포외기질을 통과하지 못해 임상에서 기대보다 못한 치료 효과를 보일 때가 있다”며 “미국유전자치료학회 등에서 진메디신의 기술이 세포외기질을 없애 이런 치료제들의 항암 효과를 높인다는 점을 발표했고 현재 이스라엘의 연구팀과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파이프라인 개발 속도…“빠른 상업화 목표”
윤 대표는 올해부터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 6월 주요 파이프라인의 하나인 GM103의 임상 1·2상을 승인받았다. GM103은 신생 혈관을 막아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 바이러스 후보물질이다. 진메디신은 이 물질을 폐암과 간암 등 고형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임상에선 이 물질을 환자들에게 단독으로 투여하거나, 면역관문 억제제인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할 계획이다. 올해 안으로 환자 투여를 시작해 빠르게 임상 성과를 낸다는 목표다.
GM101은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암종인 만큼, 임상 2상을 마친 뒤 빠르게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임상 2상은 면역관문 억제제를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이 물질은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선 파이프라인이기도 하다. 일찍이 임상 1상을 마쳤지만, 임상 2상에 필요한 시료를 진메디신이 요구하는 순도(purity)로 제공할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를 찾지 못해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윤 대표는 고순도의 항암 바이러스 시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직접 구축하기로 했고, 현재 완공된 공장에서 시료를 생산하고 있다. 경기 하남에 있는 이 공장은 4300㎡ 규모로, 공정개발과 품질시험, 생산을 위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윤 대표는 “하남공장에서 생산한 시료로 미국과 한국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고, 국내에서는 최근 승인을 받았다”며 “아데노바이러스는 물론 렌티바이러스와 백시니아바이러스, 헤르페스바이러스 등 모든 바이러스를 제작할 수 있으며, 낮은 가격과 높은 순도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항암 바이러스 30여 년 외길…“세계적인 기업 될 것”
진메디신은 여러 바이러스 중에서도 ‘아데노바이러스’로 항암 바이러스를 개발하고 있다. 안전성과 활용성 등을 고려했을 때 항암 바이러스로 개발하기 좋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데노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와 비교하면 중간 정도 크기라 치료용 유전자를 넣기에 적당하다. 감염 능력도 뛰어나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람에게 가장 많이 투여된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다.
바이러스 증식 능력도 뛰어나다. 윤 대표는 “아데노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한 뒤 1만개에서 10만개 정도의 바이러스를 만든다”며 “이 바이러스들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주변으로 퍼지며 암세포를 도미노처럼 없앤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연구된 바이러스인 만큼 특허 장벽은 높다. 윤 대표는 30여년 동안 항암 바이러스를 연구한 개척자로 전 세계에 등록한 특허만 160여 개다. 모더나를 공동 창업한 로버트 랭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진메디신의 과학자문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진메디신은 시리즈B 플러스(+)를 통해 200억원 규모의 펀딩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다. 앞서 이 회사는 2019년 시리즈A 펀딩을 통해 165억원을 유치했다. 2021년에는 341억원 규모의 시리즈B 펀딩도 완료했다. 윤 대표는 “세계 최고의 항암 바이러스 전문 기업 되겠다는 목표는 변함없다”며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임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미국 임상도 연내 허가를 받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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